[이슈&이슈] 합계출산율 1.5까지라도 올리려면 ‘동반가족’ 전향적 포용과 지원 절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세미나서 김영철 서강대 교수 “비혼 동거, 제도적으로 포용해야”
이의현 기자 2023-06-21 08:54:28
20일 열린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세미나에서 이인실 원장(사진 왼쪽)을 비롯한 토론 참가자들이 비혼출산 지원 등 저출산 해법을 놓고 열띤 토론을 펼쳤다.   

현재의 인구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합계출산율은 2.1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선진국 가운데 2.1을 넘는 나라는 이스라엘이 유일하다. 우리나라는 2022년 기준 0.78로 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1.0 미만의 합계출산율을 보이며 역대 최저치를 경신 중이다.

최악의 합계출산율을 다시 끌어올리기 위한 정부의 다각적인 정책이 나오고 있지만 수 백조 원의 투입 비용만큼 효과는 사실상 거의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회장 김종훈)이 20일 ‘인구정책으로서 비혼 출산 어떻게 봐야 하나’를 주제로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제2차 인구2.1 세미나’을 열어 주목을 끌었다.

이날 ‘인구정책으로서의 비호출산’을 주제발표한 김영철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향적인 ‘비혼(非婚) 출산’ 지원을 촉구했다. 이제 우리도 제도 안에서 ‘동거’를 하나의 가족 형태로 인정하고 포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동거’라는 단어가 주는 부정적인 뉘앙스를 피하기 위해 ‘동반가족’으로 지칭하고, 이들에 대한 법적 지원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교수는 지금의 대한민국 인구 상황을 ‘초저출산’을 넘어 ‘초초저출산’ 상황이라고 했다. 문제는 이런 출산률 하향세는 0.7대에서 멈출 지 아니면 더 내려갈 지, 그리고 어디서 멈출 지에 관해 어느 누구도 답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우려를 내보였다. 2020년 연간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앞서는 ‘인구 데드크로스’ 이후 심화하는 인구문제를 해결할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김 교수는 ‘유연한 가족제도’의 도입을 적극 촉구했다. 동반가족에 대한 사회적 포용과 정책적 지원이 출산율 추가 하락을 막고 궁극적으로 반등시킬 수 있는 수단으로 기능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만약 한국이 OECD 평균 수준인 41.5%의 혼외 출생률이라면 합계출산율이 1.55명까지 올라가 OECD 평균인 1.61명에 근접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출생아 가운데 혼외(비혼) 출생아가 차지하는 ‘혼외 출생률’이 우리나라는 2.2%에 불과해 OECD 회원국 평균인 41.5%(2018년 기준)에 크게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선진국 최고 합계출산율(1.83명)을 자랑 하는 프랑스가 62%이며, 칠레나 코스타리카 아이슬란드 등은 70%를 넘는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이런 서구 국가들도 1970년대에는 우리처럼 혼외 출산에 대해 부정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1980년대 이후 거대한 인식 변화가 시작되고 이에 맞춰 각 국 정부가 1990년대에 법으로 이를 보장하고 지원하게 되면서 출산율 하락을 막고 대반전이 이뤄질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주제발표에 나선 김영철 서강대 교수는 ‘동거’라는 표현 대신 ‘동반가족’이라고 부르고 이들에 대한 전향적인 포용과 지원책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이의현 기자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같은 가톨릭 국가들에서도 2000년대 이후 40% 이상의 비혼 출산률이 기록되는 등 최근 30~40년 사이에 거대한 변화가 일어났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통계적으로도 혼외 출산 비중과 합계출산율 사이에 39%의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OECD 회원국 가운데 비혼출산율이 평균 이상인 나라는 합계출산율이 1.63, 그 이하인 나라는 1.49로 차이가 났다”고 덧붙였다. 이것으로 출산율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출산율 제고를 위해선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치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따라서 우리도 ‘비혼 가정’에 대한 인식 전환과 적극적인 지원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동반가족’을 사회의 제도적 틀 내에 포용해 안정적인 생활환경 조성을 지원하고, 정책적 배려와 복지 혜택 확충을 통해 출산과 양육에 따른 고충을 덜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비혼 동거’가 혼인의 예비단계로 기능 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며, 보다 전향적인 지원책 마련을 촉구했다. 김 교수는 이 대목에서 ‘동반가정 등록제’의 도입을 제안했다. 

동반가정 등록제란 동반가정에 등록된 비혼 동거 가구가 양육 관련 제도적 혜택을 받고 등록된 파트너 모두에게 자녀의 보호자로서 지위를 부여받도록 하는 제도이다. 결혼을 않더라도 자녀를 출산한 동거인에게 부모로서의 법적 지위를 인정해주자는 것이다.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예전 호주제처럼, 제도가 바뀌면 인식이 바뀔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비혼 가정에 대한 실질적인 혜택을 제도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각존 정책적 지원과 복지 혜택 부여의 근거를 마련하고, 기성세대의 비혼 동거 및 출산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는 것이 선결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선, 안정적 생활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를 위해 수술동의서 등 의료적 처치에 있어 보호자 역할을 부여하고, 국민의료보험 피부양자 자격 부여 및 장례 휴가 등 복지 서비스 제공이 주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혼부부 주택 청약이나 저금리 전세대출 등 주거 지원책 도입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자녀 양육 환경 개선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학교 등의 교육 시설에서 학부모로서 역할을 부여하고, 인적 공제 및 교육비 지원의 세제 혜택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종교계의 반발 등을 고려해, 적용 대상은 이성 커플에 한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의현 박성훈 기자 yhlee@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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