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원 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 “내재역량 키우는 생활습관이 1'00세 건강장수'에 가장 중요”
조진래 기자2023-06-26 07:49:01
정희원 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가 쓴 신간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가 최근 화제다. 정 교수는 우리의 기대수명 증가세가 점점 둔화되고 있다며, 행복하고 건강한 100세 노후를 살려면 ‘몸과 마음의 선 순환’을 통해 성공적인 노화를 만들기 위한 생활습관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미래에셋연금과투자센터가 정희원 교수와의 인터뷰를 3회에 걸쳐 게재한 것을 독자들의 궁금증을 중심으로 재구성해 본다.
- 신간 이후 많은 강연을 하고 계신 것으로 안다. 가장 기억이 나는 코멘트나 피드백은 어떤 것이었나. “‘실천이 어려운 좋은 이야기다’, ‘몰라서 못하는지 아느냐’는 것이었다. 제 책의 핵심은 ‘인간의 몸과 마음이 순환하는 원리를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성공적인 노화를 위한 전면적인 생활습관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것을 제쳐두고 온통 식사나 운동 같은 표면적인 것만 생각하고 어렵다고들 하신다. 생활습관과 마음은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임을 아셨으면 좋겠다.”
- 앞으로 기대수명이 계속 늘어나지 않을 것 같다고 주장해 충격을 주었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나라는 비교적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이 늘어나는 나라다. 인도와 싱가포르에 이어 3위다. 건강하게 늙어가는 장수국가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서구 여러나라의 경로를 따라갈 까 걱정된다. 미국은 30년 이전 수준으로 기대수명이 후퇴했다. 코로나 쇼크의 영향도 있었겠지만 심혈관계 이상이나 자살, 교통사고, 마약이나 알코올 관련 사망, 전체적인 간 질환 등이 늘어난 탓이다. 많은 선진국에서 90년대 이후 노쇠가 악화되는 추세다. 의술의 발달로 전체 기대수명은 조금씩 늘고 있지만 중년기 이후 건강상태를 보면 질병, 고장이 더 많아지고 있다. 가장 큰 이유가 ‘생활습관’이라고 본다.”
- ‘노쇠지수’가 있는 것으로 안다. 노화와 노쇠는 어떻게 다르고 언제 쯤에 오나. “우리의 경우 ‘노쇠지수’가 2014~2015년에 바닥을 친 후 멈춰 있다. 더 좋아지지는 않고 있다. 기대수명 증가세도 둔화되고 있다. 원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지난 10년 동안 당분 섭취가 유의미하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동물성 섭취도 늘고 있다. 유산소 운동은 감소하고 만성질환은 늘고 있다. 노쇠와 노화의 차이를 분명히 알아야 한다. 노화는 ‘속도’다. 노쇠는 노화라는 속도가 오랫동안 유지되어 이상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걷는 속도가 느려지고 허리가 굽고 하는 것 들이다. 약 하나만 잘못 써도 섬망이 오고, 대소변을 못 보거나 신체기능에 이상이 올 수 있다. 노쇠 전 단계는 숫자 나이로 73세 정도로 본다. 그때부터 기력이 떨어지고 걷는 속도가 느려진다. 평균적으로 78세 정도가 되면 조금만 잘못하면 고생할 수 있어, 약도 조심해 사용해야 한다.”
- 책에서 ‘가속노화’를 얘기했다. 그리고 소비자본주의가 가속노화를 부추긴다고 적었다. “그렇다. 유전자 생활습관이 만드는 가속노화는, 1년에 1년 이상 늙는 것을 말한다. 먹는 것, 생각하는 것, 움직이는 것과 스트레스 술 담배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마케팅이 고도화되면서 끊임없이 사고, 먹고 싶어진다. 더 많이 갖고, 쓰고, 먹고, 즐기면 내 행복감이 증가될 것이라 생각하게 된다. 더 많은 것을 갖기 위해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을 왜곡시킨다. 예를 들어 더 많은 성취를 위해 2주간 매일 수면을 1시간 줄일 경우 인지기능이 떨어진다.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어 술과 담배가 댕기고 수면 부족 상태에서 당 처리능력이 떨어진다. 그 때 들어온 에너지는 뱃살로 가 복부비만을 유발한다. 수면은 단 하나의 사례일 뿐이다. 소셜미디어도 똑같은 기제다. 더 많이 보면 더 많은 도파민으로 행복감을 준다. 이것이 소비자본주의 첫 번째 기본 기제다. 두 번째는 소비자본주의가 진화될수록 그 수단들의 독성도 강해진다는 것이다. SNS나 애플리케이션처럼 중독성을 높이는 쪽으로 진화한다. 점점 더 빠르고 짧게 도파민 자극을 원하게 된다. SNS 많이 보는 사람들은 활동량이 적어지고 우울과 불안감 악화된다. 일종의 정신적인 통증이다. 가속노화의 인자가 되는 것이다.”
- 스트레스를 적게 받는 멘탈을 만들 방법은 없나.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마음 챙김’ 상태를 만들어 도파민을 줄여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더 많은 도파민이 만들어질 수 있다. 건강한 활동을 지속하면 마음근력도 키울 수 있고 충분한 정도의 보상을 얻을 수 있다. 걷기나 달리기는 피지컬 부분이 절반, 멘탈 부분이 절반이라고 본다. 스마트 폰을 놓고 코로 호흡하는 것은 ‘마음 명상’과 같다. 노년에 대비해 가장 효과적인 것이 운동이다. 특히 사람과의 관계, 인지활동이 반영된 운동이 효과적이다. 스마트 폰을 보며 걷거나 운동을 하면 목이나 척추 등 근 골격계에도 무리를 줄 수 있다. 가능하면 스마트 폰 놓고 하라고 권하고 싶다. 성인 신체 활동 권고안에도 나온다. 일주일에 120분 이상은 숨이 살짝 찰 정도의 중강도 이상 운동을 권한다. 땀이 뻘뻘 날 정도의 고강도 운동은 일주일에 75분만 해도 좋다고 되어 있다. 하루 8000보에서 1만 보 걷는 것이 효과가 있다고 한다. 오래 앉아 있는 것도 문제다. 2시간 이상 앉아 있어도 염중이 생기고 대사 관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래서 저도 환자를 진료할 때 일부러 불편한 의자에 앉아 자주 움직이도록 노력한다. 또 ‘뽀모도로 기법’이라고 해서, 25분 집중 후 5분 회복을 반복하며 꾸준히 몸을 움직이려 한다.”
- 건강정보를 슬기롭게 취사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없나. “‘나 밖에 없다, 나만 믿어라’ 하는 사람은 주의해야 한다. 내 말만 맞다는 사람은 틀릴 가능성이 많다. ‘쉽고 빠르게’도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약이나 수술 없이도’ 라는 표현 같은 것이다. ‘좋다더라’는 말만 듣고 즙이나 엑기스 먹는 사람들이 많은데, 꼭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니고 임상적으로 중명되지 않은 경우도 많다. 의학적으로 증명된 것이 아니라 우연히 좋아진 경우를 따르다가 나빠지는 사람들이 많다. 일단 건강기능식품 등 식품 카테고리에 분류되는 제품들은 효과가 있으면 안된다. 그렇다면 ‘의약품’으로 분류되어야 하지 않겠나.”
- ‘포트폴리오 리모델링’을 건강에 대입해 언급하셨는데, 어떤 방식으로 건강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하나. “사람의 내재역량(사람 포트폴리오의 총합)을 측정하는 방법이 있다. 당뇨나 고혈압이 있는지, 걷는 속도는 어떤지, 인지능력은 있는 지 등 30개 항목으로 측정한다. 우선, 건강에 관해 유지해야 할 이른바 ‘4M 포트폴리오’가 있다. 내게 중요한 것(What Matter;돈, 인간관계 등 사회자원, 삶의 목표설정), 마음건강(Mind;정서, 인지 회복), 건강과 질병(Madical; 식습관, 건강관리, 의료), 이동성(Mobility;신체기능, 활동, 운동) 등 4M의 요소를 모두 갖춰야 한다. 노년기에 관리가 필요한 두 번째 포트폴리오는 100세 동안 장수에 대비한 현금흐름을 만들기 위한 ‘역량 포트폴리오’다. 직업일수도 있고 취미일 수도 있지만, 현금흐름을 만들 여러 역량을 잘 활용하고 그 가운데 우선순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 내재역량 포트폴리오의 리밸런싱이 계속 이어지면 현금흐름이 꾸준히 창출된다.”
- 가치투자자들이 오래 살았다고 썼다. 워런 버핏 외에 누구 또 있나. “가치투자자들의 공통적인 삶의 태도는 ‘현재의 즐거움은 참고, 미래의 편안함을 얻는다’이다. 시장을 이기기 위해 현재의 수익률 높은 섹터에 매몰되지 않고 분산투자를 했다. 단기투자를 지양하는 패턴이 삶에 녹아 있다고 본다. 가치투자의 황제라 일컫는 존 네프가 87세까지 살았고, 버핏의 스승인 벤저민 그레이엄이 81세, 그리고 ETF의 창시자인 존 보글은 93세까지 장수했다. 추세 추종자들에 비하면 아무래도 가치투자자들이 더 오래 사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내가 책에서 ‘편안한 불편함’을 각별히 강조했다. 장기적으로 오래 편할 수 있는데 지금 잠시 불편한 것을 의미한다. 가치투자의 개념과 같다고 보면 된다. 아직 익숙하지는 않지만 의식적으로 이런 편안한 불편함을 내재화해야 한다.”
- 정부의 노인의료 정책과 돌봄 시스템 개선을 위한 제언을 부탁 드린다. “우선, 만성질환을 예방하고 노화 속도를 늦출 수 있는 내재역량 개발과 관련한 정책 및 예산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노인의학 주치의 및 주치제도가 필요하다. 지금도 전문 관리가 필요한 많은 노인 환자들이 일반 의료기관에 의존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돌봄 요구 발생 전 단계에서 신체기능 개선 및 내재역량을 개발할 수 있는 제도가 요구된다. 현재 우리나라 85세 이상 인구는 95만 명이다. 요양보호사는 50만 명이다. 20년 내에 노인인구는 3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어 2041년에는 85세 이상 인구가 297만 명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폭증하는 수요를 견딜 수 없어 요양보호사는 150만 명이 더 필요하게 될 것이다. 먼 미래를 보고 예방적 차원의 국가정책이 필요해 보인다.”
- 건강관리 측면에서 4050 세대들에게 특별히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들은 가장 많이, 가장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잠, 머리 비우는 시간, 운동 이 세 가지가 부족하다. 이 셋은 현대인의 수명을 위협할 정도다. 스트레스 호르몬이 증가하며 면역력이 떨어져 만병의 근원이 된다. 만성 스트레스는 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 4050 시기에 충분한 수면, 머리비우는 명상, 규칙적인 운동을 한다면 가속노화를 늦추고 만성질환을 예방하고 일·자산관리, 인간관계 등 다양한 면에서 성공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그런 성공의 선 순환을 응원한다.” 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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