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이슈]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 어디까지?

이의현 기자 2023-07-10 09:52:06

정부가 2019년부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까지 만들어 시행 중이지만 좀처럼 직장 내 괴롭힘, 특히 직장 내 성희롱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법 제정 이후 많이 줄어드는 추세라고는 하지만 적지 않은 직장에서 관련 민원과 다툼이 여전하다.

관련 규정을 제대로 숙지하거나 이해하지 못해, 무의식적이고 관습적인 행동이나 말이 화근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근로기준법 등 관련 법규에 규정된 직장내 괴롭힘과 직장내 성희롱의 사례와 주의 사항을 점검해 본다.

◇ 직장 내 괴롭힘에 사용자 책임 강화 추세
근로기준법은 직장 내 괴롭힘 행위에 대해 ‘사용자나 근로자가 직장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정점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라고 규정하고 있다. 유의할 점은, 상급자나 동료가 아닌 하급자라도 가해자가 될 수 있다고 서울행정법원이 판단한 사실이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누구든 메신저 단체 대화방에서 직원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욕설을 했다면 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로 인정된다. 이럴 경우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민법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형사고소도 가능하다. 가해자의 행위가 모욕이나 폭행 상해 등 형법상 구성요건을 충족했다고 판단될 경우이다. 따라서 단톡방에서의 욕설도 형사상 모욕죄에 해당되어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피해자는 법적 조치를 취하기 전에 녹취본이나 메신저나 모바일 대화 내용 등을 미리 확보해 두는 것이 좋다. 당시에 쓴 일기나 타인과의 대화록, 정신과 진료 기록 등이 모두 증거물이 될 수 있다. 

사용자인 회사의 책임도 크다. 피해자가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다. 사용자가 근로자를 보호해야 하는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미리 예방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방지하지 못했다면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다. 다만, 가해자의 괴롭힘 행위가 있었더라도, 그것이 회사의 사무집행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면 회사의 손해배상 책임은 없는 것으로 본다.

사용자와 사용자의 친인척에 대해선 처벌이 더 강하다. 이들이 직장 내 괴롭힘의 가해자라고 판단되면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최근에는 사용자의 책임을 폭 넓게 해석해,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한 회사측의 불리한 처우에 대해 사용자가 징역형 판결을 받은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피해자 신고로 괴롭힘 사실을 확인했다면 사용자는 피해자의 의사에 따라 근무 장소 변경이나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피해 근로자 등의 의사에 반하여 조치를 하거나,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한 근로자와 피해 근로자 등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안된다.

◇ 성희롱의 범주 제대로 알아야
남녀공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직장 내 성 희롱은 ‘사업주·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해 다른 근로자에게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또는 그 밖의 요구 등에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근로조건 및 고용에서 불이익을 주는 것’을 말한다. 

가해자에게는 해고, 감봉 등 징계 사유가 되며 민사상 손해배상도 물을 수 있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상급자든 하급자든 누구나 직장 내 성 희롱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아르바이트나 파트 타임 등 비정규직 근로자도 마찬가지다. 업무에 연속성이 있고 같은 공간에서 근무한다면 협력업체 근로자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

현재 근무를 하지 않더라도 가해자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면접 때 구직자에게 성 희롱적 질문을 했다면 이것도 직장 내 성 희롱에 해당된다. 퇴직 이후라도 성 희롱을 당한 당시 근로자였다면 성 희롱 피해자로 본다. 가해자가 꼭 회사 사람이 아니어도 된다. 고객이  근로자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 등을 느끼게 해도 성 희롱이 된다. 야유회처럼 회사 밖이나 근무시간이 아니라도 마찬가지다.

이 때 사업주는 근로자가 성 희롱 피해를 주장하거나 고객 등의 성적 요구 등에 따르지 않았다는 것을 이유로 해고나 그 밖의 불이익한 조치를 해서는 안된다. 직장 내 성 희롱이 발생하면 사업주는 신고 받은 즉시 사실 확인 조사를 하고, 피해자의 근무 장소를 바꾸거나 유급 휴가를 주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사업장에서 성 희롱이 발생했는데 아무 조치를 않는다면 사업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근로자에게 불리한 조치를 했다면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도 있다. 피해 근로자는 사용자가 가해자에게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거나, 오히려 피해자에게 해고 등 불리한 조치를 한 경우 사업장 소재지 관할 노동지청에 구제신청을 할 수 있다.

강제적인 신체접촉까지 있었다면 ‘강제추행’에 해당되어 직장 내외를 구분 않고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가해자를 사업장 소재지 관할 경찰서에 신고하면 된다. 특히 상급자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부하직원을 추행한 경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별법 상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죄가 성립되어 더 강하게 처벌받는다. 

성 범죄에서 중요한 것은 상대의 동의가 있었느냐 하는 점이다. 대법원은 업무나 고용 등으로 갑을관계인 경우, 성관계 동의를 엄격하게 해석한다. 성폭행이나 협박이 있어야 한다고 보지만, 갑을관계에 있다면 위계나 위력만으로 성 범죄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
성욕을 자극하고 흥분시키고 만족시키려는 목적이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아무런 의미 없이 피해자의 어깨를 주무르는 등의 행위도 필요 이상으로 반복되었다면 그 자체로 충분히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 추행에 해당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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