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생활법률] '제소전화해'의 법적구속력

박성훈 기자 2025-10-24 19:32:34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소전화해' 제도는 임대인과 임차인 간 극단적인 대립을 해결하기 위한 매우 효과적인 제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제소전화해의 법적 구속력이 제한적이라는 사실이 새롭게 주목을 끈다. 부동산 전문 엄정숙 변호사(법도종합법률사무소)가
최근 법원들의 판례를 중심으로 관련 팁을 준다.

- 제소전화해는 일반적으로 어떤 형태로 이행되나.
"임대인들이 임차인으로부터 원활하게 명도받기 위해 계약서에 '제소전화해를 한다'는 특약을 넣는다. 이를 위반할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명시하는 경우가 많다."

- '제소전화해'와 관련해 법원 판결 추이가 어떻다는 것인가.
"법원은 특약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는 계약해지 사유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방법원 판례들을 분석해보면, 제소전화해 특약 불이행이 임대차계약의 본질적 의무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이 일관되게 나타나고 있다."

- 왜 법원이 그런 판결을 하는 것인가. 
"제소전화해는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분쟁에 대비한 예비적 절차에 불과하다. 임대차계약의 핵심인 임대료 지급이나 목적물 사용·수익과 같은 주된 급부의무와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 민법상 계약 해제·해지가 인정되려면 상대방의 채무불이행이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정도로 중대해야 하는데, 제소전화해 미이행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 지방법원 판결이 그렇다면 대법원은 어떤 입장인가.
"대법원도 단순 부수의무의 불이행으로는 해제권이 부정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제소전화해를 하기로 하는 특약은 임대차계약의 이행을 보장하기 위한 부수적 약정일 뿐, 그 자체가 임대차계약의 본질적 내용은 아니라는 의미다. 따라서 임차인이 제소전화해에 협조하지 않는다고 해서 곧바로 계약을 해지할 수는 없다."

- 그렇다면 제소전화해가 성립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법원에 출석하거나 변호사 대리 출석을 통해 '화해 의사'를 확인받아야 한다. 민사소송법 제385조는 제소전화해를 위한 대리인 선임권을 상대방에게 위임할 수 없도록 명시하고 있다. 채권자가 채무자의 백지위임장을 악용해 일방적으로 유리한 내용의 화해를 성립시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 임차인이 제소전화해 출석을 거부하거나 무단으로 불출석한다면 어떻게 되나.
"실무적으로 본다면, 그런 경우가 생기면 임대인이 계약서상 특약을 근거로 계약해지를 주장하더라도 법원은 이를 정당한 해지 사유로 인정하지 않는다."

- 제소전화해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법은 무엇인가.
"'계약 시 동시 진행 원칙'이라는 것이 있다. 임대차계약 체결 시점에 제소전화해에 필요한 모든 서류를 동시에 징구하고, 가능하면 계약 당일 법원에 함께 출석해 화해조서를 받아두는 것이 최선이다."

- 계약서에 '제소전화해' 특약만 넣어선 안된다는 의미인가.
"그렇다. 특약만 넣고 실제 화해조서 작성은 나중으로 미루는 것이 가장 위험한 방식이다. 일단 계약이 체결되고 나면 임차인이 제소전화해에 협조할 유인이 사라지기 때문에 화해성립률이 현저히 떨어진다. 계약 체결과 동시에 제소전화해 신청서를 작성하고, 당일 또는 가까운 시일 내에 법원 기일을 잡아 화해조서를 완성하는 것이 가장 좋다."

- 제소전화해 조항 작성 시 강행법규 위반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들었다.
"맞다. 예를 들어 '임대인이 해지를 통고하면 임차인은 1개월 내에 건물을 인도해야 한다'는 조항은 민법상 6개월의 기간을 보장하지 않아 무효"다. 임차인의 부속물매수청구권을 전면적으로 배제하는 조항이나, 2개월 이상의 차임 연체가 있어야 해지할 수 있다는 민법 규정을 위반하는 조항도 무효가 된다."

- 임차인의 혐조가 필수 아닌가.
"제소전화해가 양 측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제도임을 설명하면 임차인의 협조를 얻기가 훨씬 수월하다. 제소전화해 특약을 계약서에 명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실제 화해조서를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다. 계약 체결 시점에 모든 절차를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 분쟁 예방의 첫걸음이다.

박성훈 기자 shpark@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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