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이슈] 대한민국은 지금 '파업 공화국'...보건의료노조, 민주노총에 전장연까지

조진래 기자 2023-07-12 20:34:29

대한민국이 온통 파업 깃발에 물들고 있다.

보건의료노조가 13일부터 이틀간 총파업에 들어가기로 한 상황에서 민주노총도 13일부터 사흘간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연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12일 서울 종로에서 기습 시위를 벌여 시내버스 통행을 막았다.

정부와 사회 각계에서는 파업 철회를 촉구하고 있지만, 해당 노조 및 단체들은 강행 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어 전례 없는 강력하고 지속적인 하투(夏鬪)가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로 인한 의료현장과 산업현장의 차질로 가뜩이나 위축된 경제가 더욱 위축될 것으로 우려된다.

◇ 보건의료노조 파업에 의료현장 대혼란 우려
민주노총의 산별노조인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은 12일 오후 6시 전국 주요 의료기관에서 동시에 총파업 전야제를 열고 파업 돌입을 선언했다. 이들은 의료인력 확충과 감염병 전담병원 지원 등을 요구하며 13일부터 이틀간 총파업을 전개할 예정이다.

보건의료노조의 파업은 지난 2004년 주5일제 쟁취를 위한 산별총파업 이후 19년 만이다. 노조 측은 이번 파업에 4만5000명 가량이 참여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파업 대상 사업장은 사립대병원지부 29곳, 국립대병원지부 12곳, 특수목적공공병원지부 12곳, 그리고 대한적십자사지부와 지방의료원지부가 각각 26곳이다.
 
보건의료노조는 보건의료 인력 확충,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확대를 통한 간병비 해결, 직종별 적정인력 기준 마련과 업무 범위 명확화, 의사 확충과 불법 의료 근절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나마 '서울 빅5' 병원은 이번 파업에서 빠진다. 서울아산병원과 서울성모병원 노조는 보건의료노조 소속이긴 하지만 파업찬반 투표에 참여하지 못해 이번 파업에는 빠지거나 늦게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병원 노조는 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 소속이고, 세브란스병원 노조는 한국노총 소속이라 불참했다. 삼성서울병원은 노조가 없다.

하지만 서울의 경희대병원과 고려대안암병원, 고려대구로병원, 이대목동병원, 한양대병원은 물론 경기도의 아주대병원, 한림대성심병원 등 전국 20여곳의 상급종합병원이 파업에 참여할 예정이라 의료현장의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파업 참여 병원들은 수술 일정을 조정하고 전원·퇴원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입원 환자수를 조절하는 방안도 나오고 있다. 응급실이나 수술실, 중환자실, 분만실 등 환자생명과 직결된 영역에 우선적으로 필수 인력을 투입하고 응급대기반(CPR팀)을 긴급 가동할 예정이지만 상당한 의료 및 간호 차질이 우려된다.

◇ 만주노총 서울 도심 파업에 교통 혼란 극심할 듯 
민주노총 산하 노조들도 13일 오후 3시 세종대로 동화면세점 앞 세종대로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갖는 것을 시작으로 사흘 간의 도심 시위에 돌입한다. 14일에는 오후 1시부터 세종대로 동화면세점∼대한문에서 대규모 집회를 갖고 15일 에도 오후 3시 을지로입구 방향으로 행진하며 수만 명이 참가하는 본집회를 연다.

특히 이날 민주노총 시위와 맞서 세종대로를 비롯한 도심에서 보수·진보단체들도 대규모 맞불 집회와 행진을 예정하고 있어 도심 통행에 엄청난 차질이 예상된다. 서울경찰청은 이에 13∼15일 서울 도심의 일부 도로를 통제할 방침이다. 집회 시간대 세종대로사거리와 숭례문오거리 사이 세종대로에 가변차로를 운영하는 등 특단의 대책을 강구 중이다.

집회·행진 구간 주변에는 교통경찰 250여명을 배치해 통행로를 확보하고 양 측의 충돌을 막을 예정이다. 서울경찰청은 집회 장소인 세종대로와 종로, 을지로, 한강대로 일대가 극심한 교통정체를 빚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전장연, 이번에는 시내 버스전용차로 막았다
9월까지 지하철 지연 시위 중단을 선언했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이번에는 시내버스를 가로막는 기습 시위를 벌여 교통 혼잡을 야기했다. 12일 오전 11시께부터 10분 가량 서울 종로1가 버스정류장 앞 중앙버스전용차를 점거하고 시내버스 통행을 막았다.

전장연은 이날 광화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종로구 마로니에공원으로 이동하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다 기습적으로 시위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교통 통제에 항의하는 시민들과 격한 언성이 오고가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하지만 전장연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전장연 죽이기’를 멈출 때까지 버스 시위를 멈추지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전장연은 특히 장애인 처우 관련 이슈와는 무관하게 2030 부산엑스포 유치 반대를 주장하며 사위를 벌여 눈길을 글었다. 

◇ 타협점 없는 평행선, 이대로 나락으로 떨어지나
보건의료노조 파업과 관련해 정부와 노동계의 간극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보건의료노조 측은 전 정부와 달리 현 정부는 대화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복지부를 성토한다. 국민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정부가 책무를 저버리고 있다며 파업이 불가피함을 주장한다.

복지부 측은 의료현장 개선을 위해 정부가 여러 정책을 다각도로 추진하고 있는데도 노조 측이 정책 이행 시점을 이유로 환자의 생명과 건강에 중대한 위해를 끼칠 수 있는 파업을 하려 한다며, 파업 철회를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노조 측이 전국 147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신청한 노동쟁의조정신청도 12일 자정을 기해 마감되어 파업 자체를 막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대화의 핖
민주노총 파업이나 전장연 파업은 국민을 볼모로 한 비상식적인 파업이라는 여론이 높다. 하지만 정부나 서울시의 파업 예방 노력이나 의지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된다. 어떤 경우든 이번 연쇄 파업과 실력행사로 인해 나라 경제가 더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는 현실이기에 이해당사자건 충분한 만남과 대화의 필요성이 강조된다.   

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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