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암센터·의학한림원 "건강검진 과잉 시대…고령자 암 검진도 권고 안해"

이의현 기자 2023-09-07 14:47:04

국내 건강검진이 불필요하게 과잉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의학계에서 나와 주목된다.

특히 의학계는 무증상자나 질환 저위험자 대상의 갑상선 초음파나 폐암 선별검사 목적의 저선량 흉부전산화단층촬영(LDCT)은 물론 고령자 암 검진도 권고 대상이 아니라고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

국립암센터와 의학 전문가 학술 단체인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은 7일 경기 고양시 국립암센터에서 '우리나라 건강검진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보건의료포럼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슬기로운 건강검진 권고문'을 발표했다. 

이재호 가톨릭의대 가정의학교실 교수는 이날 발제를 통해 "일반 건강검진 수검자 가운데 20% 이상이 고혈압, 당뇨병 등으로 이미 치료를 받고 있는데 주치의와 공유된 의사결정 없이 건강검진을 하는 획일화된 시스템으로 불필요한 검사가 시행되고 재원이 낭비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검진 주기와 항목에 대한 근거가 불명확하고 소득 수준에 따른 불평등도가 높다"고 비판하면서 "민간 건강검진 역시 방사선 노출이나 과도한 검사 등 문제가 있으나 정부가 관여하지 않고 있으며 공공 검진센터 역시 민간 검진을 취급하며 수익을 추구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립암센터와 의학한림원은 이같은 문제 인식을 바탕으로 이날 '슬기로운 건강검진 권고문'을 제안했다.

이들은 암 검진의 경우 암 건강검진 목적의 갑상선 초음파, 폐암 위험이 낮은 사람의 폐암 선별 검사 목적인 저선량 흉부전산화단층촬영(LDCT), 무증상 성인의 췌장암 선별검사, 무증상 성인의 암 선별검사로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CT), 기대여명 10년 이하인 고령자의 선별검사 목적 암 검진 등은 권고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일반 질환과 관련해서는 주치의와 상의하지 않은 연례적 건강검진과 건강검진 목적의 비타민 D 검사, 건강검진 목적의 뇌 MRI, 증상이 없는 노인의 일상적인 치매 건강검진, 심혈관 위험도가 낮은 사람의 건강검진 목적 관상동맥 CT 검사 등이 권고하지 않는 사례로 제시됐다.

참석자들은 이날 "'더 자주, 더 집중적으로, 더 많은' 건강검진을 하면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오해가 과잉 건강검진을 야기한다"며 일제히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국립암센터가 지난해 말 건강검진 경험이 있는 전국 성인남녀 7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를 한 결과, 건강검진으로는 권고하지 않는 PET-CT, 종양표지자 검사(Tumor maker), 전신 MRI·CT, 암 유전자검사(cancer gene), 뇌 MRI·MRA 등을 검진한 사람이 전체 중 4분의 1 내외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해당 수검자의 절반 이상은 '검진센터 패키지에 포함돼 있거나 센터에서 권유해서' 받은 것으로 알려져, 향후 불필요한 검진을 줄이기 위해서는 검사 항목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제공과 함께 병원이나 검진 기관의 영업 지상주의 경영방침이 수정되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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