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이슈] 모두가 반대하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 이대로 물건너 가나

이의현 기자 2023-09-12 19:40:00

오는 13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다뤄질 예정인 일명 '실손보험 간소화 법안'에 대해 이해관계자들 모두가 반대하며 법안 폐기를 주장하고 나서 난항이 예상된다.
 
실손보험 가입자가 낸 보험금 청구 자료를 의료기관이 중계기관을 거쳐 보험사에 곧바로 전송하도록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에 대해 노동단체와 시민단체는 물론 환자와 의사 단체까지 일제히 강력한 반대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 소비자 편익 증진 법안 기대 컸으나...
지난해 말 현재 실손보험 가입자 수는 3997만 명에 달한다. 2020년 기준으로 연간 실손보험 청구 건수는 약 1억 626만건으로 집계됐다.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실에 따르면 2021년과 2022년에 청구되지 않은 실손 보험금은 각각 2559억원, 2512억원으로 추정된 바 있다. 올해는 미지급 보험금만도 3211억 원에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 때문에 많은 이들이 이 법안을 계기로 소비자들의 편익이 크게 높아질 것이란 기대가 컸다.

◇ 환자 의사단체가 일제히 "반대"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한국루게릭연맹회, 한국폐섬유화환우회, 한국다발골수종환우회,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는 12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보험업법 개정안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이 아니라 민간 보험사의 환자 정보 약탈법이자 의료 민영화법"이라며 법안 폐기를 강력 촉구했다. 

이들은 민간 보험사들에 대한 극도의 거부감을 드러냈다. 보험업법이 개정되면 보험사들이 환자 정보를 더 쉽게 얻게 되어 보험사 갑질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 소액 청구 절차가 간편해져 혹 할 수는 있지만, 자칫 환자를 선별해 고액의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를 대표해 이정근 상근부회장과 김종민 보험이사가 이날 국회 앞에서 1인 릴레이 시위를 펼쳤다. 이들은 보험업법 개정안이 민간 보험사의 이익만을 고려한 과잉 입법이라며, 이 법이 통과되면 결국 보험료도 인상되어 결국 국민들 피해만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한병원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약사회와 함께 지난 6월 15일 반대 기자회견을 했던 대한의사협회는 법안 통과 전에 의료계와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할 것을 촉구했다.

◇ 법안 처리 어떻게 될까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은 이제 7부 능선을 넘어서고 있다. 지난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의 법 개정 권고와 연이은 법안 발의 이후 14년 만에 국회 문턱을 넘어서기 직전이다.  여야 간 큰 이견 차가 없던 터라 13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 통과 여부가 주목받던 터였다. 법사위를 통과하면 국회 본회의만 남겨 두게 된다.

현재 이 법안 통과를 찬성하는 집단은 소비자단체연합이 거의 유일하다. 소비자단체연합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이 국민의 편의성을 높일 수 있는 '민생법안'이라며 조속한 국회 통과를 촉구한 바 있다. '디지털 전환'이라는 시대적 흐름과도 부합한다며, 의료계의 무조건적인 반대를 비판하기도 했다.

국민 편익 증진이냐, 민간 보험사의 갑질 조장법이냐 의견이 크게 엇갈리는 가운데 13일 열릴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 이해관계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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