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이슈] ‘중대재해처벌법 50인미만 기업 적용’ 2년추가 유예에 노동계 ‘동투(冬鬪)’?

박성훈 기자 2023-12-04 08:53:25
3일 열린 고위 당정협의회 모습. 사진=연합뉴스

다음 달 27일로 예정되었던 중대재해처벌법의 대상 기준 규정이 다시 2년 유예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노동계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업종과 무관하게 상시 근로자 5인 이상 50인 미만 기업까지 중대재해처벌법을 확대 적용하려는 여당과 이에 조건부 동의하는 야당 등 정치권에 맞서 노동계가 ‘동투(冬鬪) 불사’를 천명하고 나서 향후 노동현장에서의 긴장이 더욱 고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 정치권은 “산업 현장 혼란 방지 위해 2년 유예 불가피”
정부와 대통령실, 국민의힘은 지난 3일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고위 당정협의회를 열어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을 추진하고 개정안이 조속히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상정·논의될 수 있도록 적극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현행 중대재해처벌법은 사망 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소홀히 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당정은 해당 기업들의 준비 부족과 만성적인 인력난 등을 고려해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2년 더 유예할 방침이다. 

그 동안 개정안에 반대해 온 더불어민주당 역시 정부의 사과와 산업현장 안전 계획 수립 등을 전제로 법 유예를 논의할 수 있다고 밝힌 데 이어 정부가 이를 수용할 뜻을 비추고 있어, 적어도 정치권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 확대를 당분한 억제한다는 공감대는 형성된 상황이다.

◇ 노동계는 “개악 중단하라” 극한 반발
정치권의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방침에 대해 노동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양대 노총은 3일 당정 협의 소식이 전해지자 즉시 성명을 내고 결사 반대의 뜻을 천명했다.

특히 국회에서 통과된 ‘노란봉투법’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직후 또 다시 반(反) 노동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중대재해처벌법 개악 시도를 중단하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한국노총은 이날 성명에서 “법 공포 후 시행까지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여당이 이제 와서 ‘현실적 예방’ 운운하며 또다시 시행을 유예하려는 것은 5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의 목숨을 담보로 사업을 이어가겠다는 말”이라며 “노조법 2·3조(노란봉투법) 거부권에 이어 윤석열 정부의 본질을 보여주는 행태”라고 질타했다.

지난달 30일 법 적용 유예에 반대하는 노동자·시민 6만 명의 서명을 국회에 전달하며 법안 폐기를 촉구했던 민주노총도 “추가 유예 시도는 단순한 시기 연장의 문제가 아니라 법의 무력화를 위한 것”이라며 예정대로 오는 5일 오후 국회 앞에서 법 개정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갖겠다고 밝혔다.

◇ ‘동투’ 같은 극한 상황까지 갈까
‘노란봉투법’ 거부권 행사에 이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가 본격 추진되면서 정부와 노동계 간의 갈등은 더욱 깊어지게 됐다.  노동계가 정권 퇴진 운동으로까지 확산할 경우 내년 총선 등과 맞물려 노정 관계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노동계가 ‘동투’ 같은 극한의 투쟁보다는 기존의 노사정 대화 채널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어 최악의 사태는 막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함께 커지고 있다. 그래서 지난 5월 말 무산됐던 현 정부 첫 노사정 4자 대표자 회의가 오는 14일 예정대로 개최될 지 여부가 주목을 끈다.

당정도 법 유예 방침에 대한 반발 등을 고려해 재해 예방과 인력 양성·활용 지원 방안, 기술·시설 지원 방안 등을 골자로 한 ‘50인 미만 기업 지원대책’을 범 정부 차원에서 마련해 곧 발표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한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정부는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예산도 확충해 노동계의 반발을 무마한다는 계획이다.

노동계 역시 한국노총이 일단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복귀해 노사정 간 사회적 대화가 재개되는 분위기라 일단은 대화와 투쟁이 병행되는 모양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정부 여당의 기대대로 야당이 법안 유예에 끝까지 찬성할 지 여부, 그리고 노동계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번 사태를 세 확산의 빌미로 삼아 실력행사에 나설 것인지가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성훈 기자 shpark@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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