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2080 시론] 든든한 노후 대비엔 ‘믿을 만한 친구’가 최고다

조진래 기자 2024-01-10 08:53:03

국민연금공단 국민연금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중·고령자의 비재무적 노후생활 실태’ 보고서는 은퇴를 앞둔 중·장년들이 어떻게 은퇴와 노후를 맞아야 할 지에 대해 해답을 일러준다. 행복하고 여유있고 건강한 노후를 위해선 ‘재력’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믿을 만한 친구들’과 함게 하는 노후가 정말 행복한 노후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다. 

국민연금연구원은 50세 이상 중·고령자 6200여 명을 대상으로 노후 시기에 타인의 도움이 긴급히 필요한 3가지 상황을 가정해 각 상황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있는지 등을 조사했다. 몸이 아플 때 집안일을 부탁할 사람이 있는지, 낙심하거나 우울할 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지, 그리고 갑자기 많은 돈이 필요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지를 물었다.

이 세 가지 상황에서 모두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다행스럽게도 절반에 가까운 48.8%였다. 2가지 상황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중·고령자는 34.0%에 그쳤다. 한 가지 상황에서라도 도움을 청할 수 있다는 응답자는 10.2%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응답자의 7.0%는 그 어떤 상황에서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답했다. 

관심을 끄는 것은, 세 문항에 공통적으로 그렇게 부탁할 수 있는 사람의 수가 2명 안팎에 그쳤다는 사실이다. 집안 일을 부탁할 수 있는 친구는 2.01명, 대화 상대는 2.51명, 돈을 빌릴 수 있는 친구는 1.76명이었다. 지난 1년 간 가장 도움이 된 사람을 묻는 질문에도 배우자가 66.5%로 가장 많았고 자녀(26.0%), 형제자매(2.3%) 순이었다. 친구는 2.0%에 그쳤다.

이 연구결과를 보지 않더라도, 갈수록 주변에 소통할 수 있는 사람들이 줄어드는 시대가 되었다. 사회적 경쟁 환경은 물론 아파트로 둘러쌓인 주거 환경도 그런 상황을 고착화시키는 요인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 나이 들기 전에 노후를 함께 할 친구들을 미리 확보해 둘 필요가 크다. 갖가지 이유를 떠나, 그냥 노후를 함께 보낼 진정한 ‘프렌드’가 필요한 시기다.

이번 조사에서도 중·고령자가 가장 많이 하는 여가 활동으로 ‘TV 시청’이 꼽혔다. 거의 매일 집에서 3∼4시간 가량 TV를 보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회 활동을 하지 않고 오래 앉아 있기를 지속하니 근력도 떨어지고 우울감도 높아질 수 밖에 없다. 대외 활동에 있어 ‘비용’이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밖에 나가보면 큰 돈 들이지 않고도 함께 어울리며 할 수 있는 활동이 무척 많다.

전문가들도 “지금이라도 새로운 친구들을 찾으라”고 권한다. “나이 60세, 70세에 무슨 새 친구냐”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인생 100세 시대 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금 사귀어도 최소 20년은 함께 갈 사람들이라는 얘기다. 묵은 친구들과의 우정 못지 않게, 새로운 우정이 남은 삶을 풍요롭게 해 줄 수 있을 것이다. 당장 TV를 끄고 친구들을 찾아 나서 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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