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2080 시론] 여성 고용률 높이지 않으면 ‘점프 업 코리아’도 없다

조진래 기자 2025-01-06 09:42:42

우리나라의 여성 고용률이 2023년 기준 61.4%에 그쳐 OECD 회원국 가운데 여전히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 역시 지난 20년 동안 거의 제 자리에서 멈춰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인협회가 OECD 38개 국가의 15∼64세 여성 고용 지표를 분석한 결과다.

이 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우리나라 여성 고용률은 61.4%, 경제활동 참가율은 63.1%로 조사 대상 38개 나라 가운데 모두 31위에 그쳤다. 우리 여성 고용률은 2003년 27위에서 지금은 31위로 4계단이나 떨어졌다. 지난 20년 동안 한 번도 25위를 웃돈 적이 없다. 같은 기간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 역시 32위에서 1계단 오르는 등 답보 상태다.

우리가 더욱 주목할 것은, 2021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 15세 미만 자녀를 둔 여성의 고용률이 56.2%로 훨씬 더 낮다는 점이다. 이는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에 인구 5000만 명이 넘는 이른바 ‘30-50 클럽’ 7개 나라 가운데 가장 낮은 순위다. 순위 자체도 반길 만한 수준이 아니지만 더욱 큰 문제는 좀처럼 이런 상황이 개선되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점이다.

이들 7개 나라 가운데 독일과 영국, 일본은 여성 고용률이 7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차이가 무엇인지 한경협이 분석한 결과는 이런 우리의 열악한 여성 근로 환경을 드러내 준다. 한경협은 이들 3개국에 비해 우리나라가 유연한 근로환경 조성과 가족 돌봄 지원의 2가지 측면에서 미흡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일 할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한경협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근로 시간을 주 단위로 제한해 1주 연장근로를 최대 12시간으로 시행 중인 반면에 독일과 영국, 일본은  월 단위 이상으로 근무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주 단위 근로시간제라는 해묵은 근로 규제에 묶여, 여성들이 마음껏 일 할 수 있는 근로환경을 만들어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족정책 지출 비중도 2020년 기준으로 우리는 1.5%에 그쳐 다른 나라들에 비해 월등히 낮았다. 독일이 2.4%, 영국이 2.3%, 일본이 2.0%로 우리보다 크게 높았다. 그 만큼 여성들이 경제활동 참여에 나서지 않거나,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저런 사유로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못함으로써 가계 경제에도 발목이 잡히는 모양새다.

20년 째 제자리 걸음 중인 여성 고용률과 경제활동 참여율을 끌어올려야 한다. 자녀를 가진 여성들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를 더 늘려주어야 한다. 일과 가정, 어느 것 하나 포기하지 않도록 탄력 근무제를 포함한 근로시장 유연화가 무엇보다 시급하다. 새 일자리를 만드는 것 만큼이나 기존 일자리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사실도 잊어선 안될 것이다.

‘경력단절여성’이라는 부정적 의미를 주는 호칭도 이제는 ‘경력보유여성’으로 바꿔 불러줌으로써 보다 긍정적인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기업은 더 많은 여성 일자리를 만들고, 정부와 정치권은 경력보유여성의 발목을 잡는 제반 환경과 규제를 정비해야 한다. 그래야 점프 업 코리아가 가능할 것이다.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여성들의 의지와 실천이다. 나이 때문에, 아이 때문에 일을 포기해선 안될 일이다. 중년이라도 틈틈히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스스로 개척해 가야 할 것이다. 의지를 갖고 찾아보면 본인의 경력과 기호에 맞는 시간제 일자리는 얼마든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여성들이 움직여야 대한민국이 다시 점프 업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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