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2080 시론] 60년대생 30%가 '고독사'를 생각케 만드는 우울한 나라

조진래 기자 2024-06-03 08:04:15
자료=재단법인 돌봄과미래

고령 부모와 성년 자녀를 동시에 부양 중인 1960년대 생 가운데 3분의 1이 자기 자신이 고독사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는 설문 결과가 나왔다. 특히 경제적 사정이 여의치 않은 저소득층 60년대 생들은 절반 가까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준다.

이들 1960년대 생은 현재 850만 명 안팎으로 추산된다. 전체 인구의 16.4%다. 1955년부터 1963년 사이에 태어난 이른바 베이비붐 세대의 중심이다. 가장 나이가 많은 1960년생은 당장 내년부터 법적으로 ‘노인’이 된다. 이른바 ‘노후 빈곤’을 시사하는 조사결과라 더욱 안타깝다.

실제로 재단법인 돌봄과미래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최근 만 55세부터 64세까지의 1960년 대생  98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0.2%가 부모와 자식들을 돌보느라 이대로 가다간 ‘고독사’ 할 것 같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스로 고독사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걱정하는 비율은 월 소득이 200만 원 미만인 저소득층에게서 49.9%로 거의 절반에 달했다. 경제적 이유로 부모 및 자식 부양은 물론 스스로의 노후를 대비하기도 버거울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암울한 우려는 전적으로 현재의 경제 상황과 소득 상황에 기인한다. 이른바 ‘낀 세대’인 60년대 생들은 유교적인 교육 탓에 부모 공경을 당연한 의무로 생각하고 자식이 잘 되기만을 기원한다. 자신의 거의 모든 소득을 부모 봉양과 자녀 양육에 투입하는 마지막 세대인 셈이다.

실데 60년대 생 가운데 30% 가까이가 본인이나 배우자의 부모와 함께 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모가 있는 경우 44%가 월평균 73만 원의 용돈을 드리고 있으며, 4%는 자녀에게도 월평균 88만 원의 경제적 도움을 주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전체의 15%는 부모와 지식 둘 모두를 부양하며 월평균 164만 원을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본인의 실수령 소득 가운데 평균적으로 거의 3분의 1  가량을 가족 부양에 온전히 투입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러니 본인의 노후를 대비할 재원이 부족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이제 곧 노인 대열에 합류하는 이들 60년대 생들도 대부분 건강이 허락될 때까지 계속 일을 하고 싶어 한다. 이미 현재의 일자리를 잃을 까 불안해 하는 응답자도 46%에 달했다. 은퇴 후 재취업이나 창업을 희망하지만 사정이 녹록치 않기에 좌절감은 더 커진다.

건강은 이런 소박한 소망을 발목 잡는다. 1960년대 생 대부분이 자신의 건강 상태를 ‘보통 이상’이라고 답했지만 절반 가량은 이미 고혈압이나 당뇨 같은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 스스로 건강관리를 잘 못하고 있다는 응답도 절반에 육박했다. 건강이 걱정되니 오랜 일자리도 언감생심이다.

결국 이들 낀 세대는 스스로 자신의 노후를 챙겨야 한다. 누가 책임져 줄 상황이 아니다. 하지만 이들이 거의 유일하게 기대는 노후 소득은 ‘국민연금’이 사실상 거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은퇴 후 당장 마주할 ‘소득절벽’에 변변한 대비책도 없다는 얘기다.

그렇기에 노인들을 위한 사회 복지 인프라 확충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선거 때마다 어르신 봉양 정책이 난무하지만, 22대 새 국회에서 어느 정도나 현실화될 지 지켜볼 일이다. 기껏해야 경로당 무려 급식 확대 정도가 생색낼 만한 공약이니 안타깝다.

기본적으로 사회 돌봄 인프라가 하루빨리 정비되고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일할 수 있는 고령자들을 위한 다양한 일자리 창출, 국가와 사회가 제공하는 전향적인 돌봄 서비스 구축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정치권 뿐만아니라 ‘잠재 노인’이 국민 모두가 머리를 맞대야 할 일이다.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