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이슈] 논란 속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5인 이상 모든 기업 안전보건체계 갖춰야

박성훈 기자 2024-01-29 07:45:21

경영계와 정부·여당의 간곡한 호소에도 불구하고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확대 시행되면서 이제 상시 근로자 수 50인 미만 사업장은 물론 5인 이상 모든 기업들이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의무적으로 갖춰야 한다.
영세 기업들 입장에서는 상당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다만, 법의 지나친 자의적 적용을 막는다는 차원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했더라도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적법하게 이행했다면 처벌을 받지 않을 수도 있다. 고용노동부가 최근 발표한 중대재해처벌법 및 안전보건관리체계와 관련한 내용을 일문일답식으로 정리해 소개한다.

- 중대재해처벌법 상 ‘중대재해’의 범위는 어디까지 인가.
“중대산업재해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산업재해 가운데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고, 그 사고로 인해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2명 이상의 부상자가 생긴 경우에 해당한다. 또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 3명 이상 발생한 경우를 포함한다.”

- 이 법의 적용 범위가 어떻게 얼마나 확대되었나.
“중대재해처벌법은 기업으로 하여금 스스로 경영책임자를 중심으로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이행토록 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다. 처벌 위주의 법이 아니라는 얘기다. 다만, 법을 위반해 중대산업재해에 이르게 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는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사망자가 나올 경우 징역 1년 이상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 그렇다면 앞으로 중대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의 경우 무조건 사업주가 처벌을 받게 되는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중대산업재해개 발생했다고 해도, 사업주와 경영책임자가 중대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등 안전·보건을 확보하기 위한 제반 의무를 충실히 이행했다고 인정되면 처벌을 받지 않는다. 우선적으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의 중대재해처벌법상 의무 위반과 종사자의 사망 사이에 고의 및 예견 가능성, 인과관계 여부 등을 먼저 확인한 후 이것이 명확한 경우에만 처벌한다.”

- 사업자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 경우란 예를 들어 어떤 경우를 말하나. 
“근로자가 술을 마신 뒤 아직 숙취인 상태에서 ‘개인적인 용무’를 하기 위해 회사가 지정하지 않은 장소에 들어가 익사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회사의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경우이며, 이 같은 사고는 고의나 예견의 가능성 및 인과관계가 없는 경우라고 할 수 있어 처벌을 할 수 없다.”

- 일정 이상 상시근로자를 두었다면 무조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 되는 것인가.
“상시 근로자가 5명이 넘는다면 업종과 무관하게 그 개인사업주도 적용 대상이 된다. 음식점·숙박업 등을 하는 개인사업주도 모두 대상이 된다. 음식점업 등은 아무래도 제조업이나 건설업에 비해 중대재해 발생 빈도가 낮지만 발생 사례가 전혀 없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일부 조항을 제외하고는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이행 의무가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보면 된다.”

- 한 회사에 사업장이 여러 것인 경우가 많다. 개중에 상시 근로자 수 5명 미만인 사업장이면 적용되지 않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개별 사업장 단위가 아니라 하나의 기업 전체로 적용된다. 사업장별 인원이 아니라 하나의 기업에 속한 모든 사업장과 본사의 상시 근로자를 모두 합한 수를 기준으로 적용 여부가 판단된다. 본사를 포함해 4개의 직영 매장이 있는 회사에 직영매장당 상시 근로자가 4명씩이라면, 상시 근로자의 수는 16명이므로 평균 5인 이상이니 중대재해처벌법 대상이 된다.”

- 상시 근로자 수를 산정하는데 일정 기간 상시 근무한 아르바이트생도 포함되나.
“근로기준법에 따른 상시근로자 수 산정방식을 준용한다. 따라서 기간제든 아르바이트든 고용 형태와 무관하게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근로하는 모든 근로자가 적용 대상이 된다. 배달라이더의 경우 상황별로 다르다.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일했다면 대상이 되고, 특수형태근로종사자라면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 사업규모에 따라 달리 적용되지 않나.
“이전에는 공사금액 50억원 미만 건설공사에 대해 법 적용이 유예되었지만 지난 달 27일로 이 같은 건설공사 금액 제한이 없어졌다. 건설업도 제조업 등 다른 업종과 동일하게 상시근로자 수 5인 이상이면 새 법이 적용된다.”

- 기업체 입장에서는 무엇을 새롭게 준비해야 하나.
“명확하고 구체적인 안전보건 경영방침 및 목표를 수립해 사내 모든 종사자들에게 공표하고 게시해야 한다. 법에서 정한 안전보건관리담당자, 관리감독자 등을 지정하고, 재해 예방에 필요한 적정 예산도 편성해야 한다. 유해·위험요인을 확인·개선하는 절차와 함께 확인·개선 여부를 정기적으로 점검·조치하는 체계도 갖춰야 한다.”

- 소규모 영세업체나 자영업자도 안전 전담조직이나 전문인력을 두어야 하나.
“상시 근로자수가 5인 이상 49인까지 기업이라면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전담조직 설치 의무가 없으며, 안전보건관리자를 둘 필요도 없다. 다만, 상시 근로자 20∼49인 제조업, 임업, 하수·환경·폐기업 등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안전보건관리 담당자를 두어야 한다. 중대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의 경영책임자에게만 20시간 이내의 안전보건교육 의무가 부과된다.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근로자 교육을 실시하면 된다.”

- 준비가 아직 부족한 영세업체들을 위한 지원책은 없나.
“상시근로자 50인 미만 기업은 ‘산업안전 대진단’에 참여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온·오프라인으로 참여해 총 10개의 안전보건관리체계 핵심항목에 대해 진단하고, 이에 따라 컨설팅·교육·기술지도 및 시설개선을 포함한 재정지원 등을 신청할 수 있다. 전국 30개 권역의 ‘산업안전 대진단 상담·지원센터’를 통해 산업안전 대진단 및 정부 지원을 상담·신청하면 된다. 기업에서 요청하면 직접 방문해 지원하기도 한다.”

 박성훈 기자 shpark@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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