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이슈] 여야 총선 노인정책 들여다보니...

차별화된 정책 눈에 안 띄고, 지속가능성에 의문
박성훈 기자 2024-03-07 08:05:53

4월 총선이 임박하자 여야가 간병비 급여화, 경로당 점심 제공 등 ‘어르신 맞춤형 공약’을 앞다퉈 내놓았다. 내년부터 우리나라도 노인이 전체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노인 표심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 따른 현상이다.

올해 총선에서 투표권을 가진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973만 명으로 전체의 19%에 이른다. 여야 모두 공약한 간병비 지원의 경우 어르신은 물론 부양 책임을 지고 있는 자녀 세대까지 공략하는 일석이조의 노림수로 풀이된다. 총선용 일과성 공약이 아니길 바라는 마음에서 여야 정치권의 어르신 공약을 비교해 본다.

◇ 여당 국민의힘 “생활밀착 맞춤형 어르신 정책” 
국민의힘은 생활밀착 맞춤형 어르신 정책을 표방하고 있다. ‘어르신 든든 내일 공약 1호’를 통해 경로당에 주 7일 무료 점심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한 경로당의 냉난방비와 양곡비를 경로당이 통합 활용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현재는 경로당의 난방비가 남을 경우 양곡비로 쓰지 못하고 반납하도록 되어 있다.

간병인 등록·자격 관리제 도입을 통한 체계적인 간병 시스템 구축과 간병 비용의 연말정산 세액공제, 노인 간병학대 해결을 위한 요양병원 CC(폐쇄회로)TV 설치 및 관리 의무화를 공약했다. 재택의료 기반 구축을 위한 가정간호·방문간호 서비스 강화, 치매 노인 실종 예방을 위한 위치 감지기 보급 같은 맞춤형 정책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어르신 든든 내일 공약 2호’에서는 턱 없이 부족한 실버타운의 공급 확대 방안을 제시했다. 특별법을 제정해 실버타운 승인 및 건축 절차를 간소화하겠다고 했다. 2027년까지 고령자복지주택을 당초의 5000가구에서 2만 가구로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노인 일자리 사업을 2027년까지 전체 노인 인구의 1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공약도 내놓았다. 

각 부처별로도 노인 공약을 쏟아냈다. 고용노동부는 설 연휴를 전후로 노인일자리 등 직접일자리 70만 명 이상을 채용하기로 발표한 바 있다. 직접일자리 목표치의 60% 수준이다. 특히 올 1분기 내에 관련 예산의 90%를 조기 집행한다는 계획이다. 

보건복지부도 ‘폐지수집 노인 지원대책’을 가시화할 방침이다. 내년 103만 개로 올해 대비 14만 7000개 늘어난 노인일자리 사업에 폐지수집 노인을 연계해 더 높은 소득을 보장한다는 방침이다. ‘노인 건강생활 지원대책’을 통해 요양·돌봄 서비스를 통합제공하는 방안도 전개할 방침이다.

◇ 정책전에서 한발 앞섰던 민주당, 연령대별 맞춤 공약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연령대별 맞춤 공약을 제시하며 표심을 공략하고 있다. ‘신중년’ 층을 겨냥해선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 3040 세대를 겨냥해선 ‘온동네 초등 돌봄’ 공약을 펼친 데 이어 노인층을 대상으로는 ‘경로당 주 5일 점심밥상’ 공약 등을 선제적으로 내놓으며 노년층 표심을 얻으려 애쓰고 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에 앞서 지난해 12월에 총선 3호 공약으로 ‘경로당 주 5일 점심 제공’을 먼저 제시했었다. 지자체 재량으로 운영되던 경로당 급식 지원 사업을 국가가 책임지고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지역별로 편차가 극과 극인 문제도 약 1487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시정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일단 당 소속의 서울지역 9개 자치구 구청장과 함께 이 사업을 적극 추진하면서, 구 차원의 예산 확보와 조례 보완, 그리고 국회에서 계류 중인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주력하기로 했다. 민주당 소속이 아닌 구청에서는 구의회 차원에서 이 사업을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발 빠르게 간병비 지원 공약도 제시했다. 정부가 간병비 지원 정책을 발표하기 한달 앞서 지난해 11월에 간병비 급여화를 총선 1호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올해 시범사업을 후 건강보험법을 개정해 간병비를 건강보험 급여 대상에 포함하겠다는 것으로 정부의 추진 계획과 일치한다. 정부도 올해부터 1년 6개월 동안 요양병원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벌인 뒤 2027년부터 본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 노인들이 정작 원하는 것은…
정부와 여야가 한결 같이 어르신 정책을 들고 나왔지만, 그 정책적 실효성이나 실제 추진 가능성에 대해선 많은 사람들이 우려를 표한다. 총선용 일회성 공약이 아니냐는 시각이다. 총선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느냐에 따라 정책 추진 동력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대한노인회 서울시연합회 관계자는 “어르신들이 원하는 것은 ‘지속가능한 노인 정책’”이라며, “‘노인복지법’ 개정 등 법제화가 필요한 부분은 총선 결과에 상관 없이, 여야가 딴 말 말고 총선 후라도 의견을 모아 추진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호일 대한노인회 회장도 여야 정치권과의 간담회에서 몇 가지 요구 사항을 피력한 바 있다. 그는 보청기에 대한 보험수사 적용 및 확대와 함께 무릎 줄기세포 주사 치료 허용, 노인 외래 정액제도 개선 등의 추가 조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일각에서는 경로당 무료급식 등 여야 정치권이 약속한 공약을 이행하려면 재정적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기초 자치단체등과 연계한 복합적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한다. 선별적 지원도 그 가운데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총선정책제안 기독시민운동연대도 4월 총선을 겨냥한 정책·비전을 10개 분야에 걸쳐 지난 1월에 제안하면서 사회복지(노인) 부문에선 노인 일자리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노후 지속적인 소득을 위해 은퇴 후까지 일하길 희망 하는 고령자들이 많아지는 상황에서 질 좋은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 내야 건강도 살리고 재정부담도 줄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박성훈 기자 shpark@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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