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이슈]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첫 출발부터 삐걱

이의현 기자 2024-05-21 16:27:14
최저임금위원회가 21일 첫 회의를 갖고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심의에 돌입했다. 사진=연합뉴스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의 심의가 21일부터 시작됐다. 이번 심의가 특별히 주목을 끄는 이유는 사상 처음으로 최저임금 1만 원 시대가 개막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 업종별 차등화 등 그동안 사용자 측에서 요구해 왔던 내용들이 관철될 지 여부 때문이다. 

올해 최저임금이 시간당 9860원이어서, 인상률이 1.5% 정도만 되어도 내년도 최저임금은 1만 원을 웃돌게 된다. 통상 그보다는 높은 인상률이 적용되어 왔다는 점에서 가능성은 충분한 상황이다. 은퇴 후 창업자 등에게는 대단히 예민한 문제여서 각별한 관심을 모은다.

◇ 예상대로 순탄치 않은 출발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1차 전원회의에는 근로자·사용자·공익위원 각 9명씩 총 27명이 참석했다. 예상대로 회의 시작부터 노사가 최저임금 수준 등을 놓고 극명한 시각차를 보였다. 

노사가 아직은 각자의 최초 요구안을 결정해 제시하지 않았지만, 모두발언에서 그런 기류가 충분히 감지되었다. 노동계는 물가 상승분을 감안해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을 주장한 반면 경영계는 중위임금대비 최저임금 비율에 따른 ‘동결 및 업종별 구분 적용’으로 맞섰다. 

이날 위원회를 이끌 위원장으로는 선출된 이인재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공익위원)은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공정하게 운영하고, 노사가 배려와 타협의 정신으로 최대한 이견을 좁혀 합의할 수 있게 심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최저임금위는 앞으로 몇 차례 전원회의를 거친 뒤 최저임금 수준, 업종별 차등 적용 여부 등을 심의할 예정이다. 2차 전원회의는 다음 달 4일로 예고됐다.

◇ 노동계와 경영계, 엇갈린 주장
양 측의 첫 요구는 충분히 예상된다. 노동계는 물가 상승을 감안해 큰 폭의 인상을 요구할 것이 확실하고, 이에 경영계는 소규모 사업자들의 경영 부담 등을 고려해 동결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류기섭 근로자위원은 모두발언에서 구체 인상율을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지난 2년 동안 최저임금 저율 인상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저임금 취약계층 노동자에게 전가되고 있다”면서 “내수 중심의 경제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최저임금 인상은 필수”라고 말했다.

이미선 위원도 “최저임금은 인간으로 살기 위한 생명 임금”이라며 “내년 최저임금은 지난 2년간의 최소 수준 인상, 물가 폭등으로 하락한 실질임금을 보전하는 수준에서 결정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반면에 사용자 측의 류기정 위원은 “중소 영세기업과 소상공인들은 재료비 상승, 인건비 부담 증가 등으로 벼랑 끝에 몰려 있다는 호소를 많이 하고 있다”며 “고율의 최저임금 인상이 누적되면서 현장의 수용성이 매우 떨어지고 있다”며 주장했다.

이명로 위원도 “저임금 근로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임금 지급 책임이 있는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은 경영실적 악화라는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들에게 저임금 노동자의 생계를 책임지라는 것은 가혹하다”고 맞섰다.

◇ 차등적용 놓고 기 싸움
이날 양 측은 ‘업종별 차등 적용’ 문제를 놓고 첨예하게 맞섰다. 근로자 위원들은 일부 업종에서 최저임금 미만의 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이 과다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작년의 편의점과 택시 운송업, 일부 숙박·음식점업 등 3개 업종에 대한 기초조사 결과를 토대돌 올해는 가사서비스업을 포함해 세부적인 논의를 펼칠 것을 촉구했다.

이에 맞서 근로자 측 위원들은 최저임금을 더 이상 차별의 수단으로 악용하지 말라고 비판하면서, 업종별 차등 적용이나 수습노동자 감액 적용 등 시대에 맞지 않는 최저임금법의 차별 조항을 이번 위원회에서 바로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소상공인연합회도 이날 성명서를 통해 내년도 최저임금 업종별로 차등 적용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대표 소상공인 업종인 숙박·음식점업은 최저임금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사업장이 많아지며 지난해 최저임금 미만율이 37.3%에 달했지만, 고숙련 근로자들이 주로 종사하며 기술의 발달을 주도하는 정보통신업은 2.4%에 그쳤다”고 밝혔다.

이들은 업종별 지급 능력을 고려하지 않는 일률적 적용이 최저임금 미만율의 현격한 차이로 나타난 것이라며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에는 반드시 최저임금법 4조 1항에 규정된 사업의 종류별 구분이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내년 최저임금이 소상공인과 근로자가 공감하며 공생과 공존할 수 있는 수준으로 결정하길 기대한다는 주문도 함께 내놓았다.

◇ 기한 내 결론 날 수 있을까
 최저임금위원회는 오늘 첫 만남을 시작으로 앞으로 수 차례의 전원회의를 통해 최저임금액 결정 단위, 업종별 구분 여부, 최저임금 수준을 순차적으로 심의하게 된다. 위원회의 법정 심의 시한은 노동부 장관의 심의 요청을 받은 날로부터 90일 후인 6월 말이다. 

하지만 올해 심의 역시 첨예한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이유들이 많아 최종 시한을 넘겨 7월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참고로 작년의 경우 7월 19일에 최종 결정된 바 있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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