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신간] 이시형 <이시형의 인생 수업>

90세 인생 맨토가 전해주는 삶의 이야기 "결국은 사람, 관계가 인생"
조진래 기자 2024-06-24 07:40:00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정신과 의사이자 뇌 과학자 이시형 박사가 올해 아흔, 구순(九旬)을 맞아 전해주는, 건강하고 행복한 노년의 삶의 이야기다. 90년 긴 인생 길에서 만난 잊지 못할 소중한 인연을 통해 전해 주는 알토란 같은 경험담이다.

이시형 박사는 그 동안 백 여 권의 책을 저술했다. 하지만 이 책에서처럼 자신의 지나온 인생과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쓴 적이 없었다고 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일제강점기 경직된 분위기 속에서 가족과 함께 보낸 어린 시절, 전쟁을 겪으면서도 든든한 세 친구와 의지하며 견뎌냈던 청소년기, 그리고 많은 인연으로 얽힌 미국 인턴 시절과 노년기에 이르기까지 삶을 돌아본다.

그러면서 그는 “결국은 사람, 관계가 인생”이라고 회고한다. 그래서 인생 후배들에게 꼭 한 번은 생각해 봐야 할 키워드를 꼽아 인생 수업 9교시에 대한 짧은 가르침도 책 속에 넣었다. 심리상담사이자 문화심리학자인 박상미 교수와 나눈 인터뷰를 통해서는 90년의 연륜이 묻어나는 답으로, 힘들고 막막한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고민하는 이들에게 바른 길을 제시한다.

저자는 “행복은 순간”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정말 별 것도 아닌, 정말로 하찮은 일에도 행복을 느낀다면서 ‘사은(謝恩)’ 즉, 은혜에 감사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는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세상 모든 만물에 의해 살려지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는 또 ‘실패한 인생’이라는 말을 쉽게 입에 담는 젊은이들에게 일침을 가한다. “실패라는 말은 90세가 되거든 그때 하라”고 질타한다. 그 전에 겪는 수 많은 일들은 그저 인생의 한 과정으로 생각하라고 말한다. 

쉽게 실패를 입에 담지 말고, 모든 과정이 자신의 인생과 도전에 도움이 된다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격려한다. 특히 “90년을 잘 살려면 그냥 되는 대로 살아선 안된다”며 인생 계획을 잘 짜보라고 권한다. 

저자는 “지금도 남은 삶을 잘 살아가기 위해서 남에게 의존하지 않는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다.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생활이 그의 소망이다. 그에게 있어 90세부터 100세 까지의 화두는,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삶이라고 한다. 그리고 자신의 마지막 꿈은 스스로 평생을 꿈꿔 온 ‘통합 의료원 원장’이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젊을 때는 젊다는 그것만으로 가치가 있지만, 나이가 들어 고령이 되면 나이가 마이너스로 작용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충고한다. “나이를, 연륜을 기회로 만드는 것은 그냥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충고한다. 일찍부터,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40세부터 준비할 것을 강력히 권한다. 그것도, 학창 시절 공부하듯이 그렇게 치열하게 준비해야 하다고 강조한다.

이 박사는 “멋진 사회인이 되려면 삶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결심할 용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자신의 인생에 책임을 지려면, 삶을 즐기면서 스스로를 컨트롤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그 과정에서 부단히 도전을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그는 자신은 일 중독자라고 보는 일부의 시선을 부정한다. “굳이 말하자면 ‘쾌락주의자’”라며 “확실히 비관주의자는 아니다”라며 웃는다. 

미국 유학시절에 주변 친구들이 “You are killing yourself”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평생 공부만 했던 사람이지만, 하기 싫은 공부를 악물고 한 것은 아니라고 회고한다.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일과 삶과 균형을 얘기하며 ‘워라벨’을 논하지만, 그 어느 경우라도 밤을 새워 고민하며 삶과의 투쟁, 갈등 끝에 겨우 해답을 얻어 풀어낸 순간의 기쁨만 한 것은 정말 없었다고 회고한다.

그는 책 말미에 박상미 교수와의 인터뷰를 실었다. 부제는 ‘90년 인생을 살아보니’다. 여기서 그는 인생을 소중하게 만드는 ‘관계’에 관해 진솔하게 말한다. 그는 혼자서도 잘 지내고 고독을 잘 견디는 서양인들과 달리 우리나라 사람들은 전통적인 대가족제도에서 자란 탓에 혼자 있기가 대단히 힘든 민족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그렇게 같이 살려면 ‘인내’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남이 자기 자신과 같을 수는 없기 때문이란다. 조화롭게 살 수 있는 재주를 터득해야만 같이 살 수 있고, 그러려면 참을 줄 알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좋은 인간관계를 가지려면 ‘모든 인간은 타인이다’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최소한 세 명의 친구는 사귀어 놔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박사는 장수의 비결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욕심이 없어서”라고 말한다. “욕심 많은 친구들은 오래 못살더라”라며 “지금까지 살아 있는 친구들의 공통점은 마음이 평화롭고 욕심 없이 산다는 것”이라고 전한다. 

배고플 때 무언가를 먹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지만, 문제가 되는 것이 욕심이라고 말한다. 충분히 배가 부른데도 더 좋은, 더 맛있는 것을 먹어야겠다는 욕심이 사욕(私慾)을 발동하게 하고 결국 사람을 건강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조언한다.

저자는 “인생은 길다”면서 “살다 보면 내리막길이 반드시 있다”고 말한다. 앞으로 더 힘든 날도 있을 것이고, 누구나 인생에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기에 지금의 아픔을 그저 그 과정 중 하나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내리막의 괴로움도 인생의 한 과정이라는 것이다. 

 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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