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이슈] 가계 빚 급증 속 ‘2단계 스트레스 DSR’ 연기… 가계부채 관리 제대로 될까

이의현 기자 2024-06-25 08:32:58
사진=뉴시스

정부가 당초 7월 1일부터 시행하려던 ‘2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도입을 갑자기 9월 1일로 두 달 연기한다고 밝혔다.

스트레스 DSR은 변동금리 대출자 등이 대출 이용 기간에 금리상승으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증가할 가능성에 대비해, DSR을 산정할 때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스트레스금리)를 부과해 대출한도를 산출하는 제도다.

가계대출이 급증세를 보이며 가계부채 관리가 시급한 상황에서 정부가 돌연 시행 1주일을 앞두고 제도 도입을 연기하면서 자칫 가계부채 관리 부실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 정부 “부동산 PF 시장 연착륙 고려”
금융위원회는 25일 ‘2024년 하반기 스트레스 DSR 운용방향’을 발표하면서,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일을 당초 7월 1일에서 9월 1일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결정의 배경으로 금융위는 자영업자에 대한 고려와 부동산 PF 시장의 안정화 가능성을 들었다.

이번 조치로 인해 하반기부터 은행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2금융권 주택담보대출에 스트레스 금리의 50%를 적용하려던 2단계 조치가 일단 2개월 연기됐다. 이에 올해 상반기 스트레스 금리인 하한 1.5%의 25%인 0.38%가 8월 말까지 계속 적용된다. 전 금융권 가계대출 대상으로 가산금리를 100% 적용하는 3단계 시행 역시 내년 초에서 내년 하반기로 미뤄졌다.

금융위는 9월 1일부터 기본 스트레스 금리인 하한금리 1.5%에 적용되는 가중치를 50%로 상향해 스트레스 금리를 0.75%로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적용 대상도 은행권 신용대출과 제2금융권 주택담보대출로 확대하되, 신용대출은 잔액이 1억 원을 초과하는 경우로 제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2단계 스트레스 DSR이 시행될 경우 ‘고DSR’ 차주들의 최대한도가 감소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일부 자영업자들의 자금 수급을 고려할 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특히 제2금융권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대출이 줄어드는 차주가 15% 가량이나 되어, 이들에 대한 ‘배려’가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스트레스 DSR로 인해 실제 대출한도가 제약되는 ‘고 DSR’ 차주는 7∼8% 수준”이라며 “대부분의 차주는 기존과 같은 한도와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2단계 스트레스 DSR이 시행되더라도 차주별 DSR 최대 대출한도는 은행권과 제2금융권 주담대의 경우 약 3∼9%, 은행권 신용대출은 약 1∼2%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 서민 실수요자 배려라지만… 집값 상승 부채질 우려도
갑작스런 이번 결정으로 인해 그 동안 가계부채 관리와 관련해 보여주었던 정부의 갈 짓자 행보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는 모양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 속에 주요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2%대로 내리고 있고, 가계대출 증가세가 확연한 최근 시장 상황에서 자칫 이번 저조치가 대출 세일을 불러 부동산 시장을 다시 불안하게 만들 여지가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대출 현장의 혼선도 현실이 되고 있다. 대출한도 축소에 대비해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을 준비하던 은행들은 갑작스런 연기 결정에 당혹해 했다. A은행 대출 담당자는 “정부가 자신이 없는 것인지, 정확한 시뮬레이션을 하지 못한 것인지 우려된다”면서 “금융 정책, 특히 가계부채 관련 정책은 유연성 보다는 일관성이 더 중요한 과제인데, 자칫 시장에 다른 신호를 줄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B은행 관계자 역시 이번 조치가 시장에 대출을 더 부추기는 모습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대출 확대가 영업 측면에선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연기된 두 달 동안 열심히 대출받아 부동산 거래에 나서라는 시그널을 시장에 주면, 뒷 감당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대출 실수요자인 서민과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고려하고 PF 부실 등을 이유로 든 것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담보대출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떨어지는 이유를 붙여 정책 연기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 오히려 정책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트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다. 

금융위 측은 이런 비판에 대해, 기존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에 변함이 없으며, 이번 조치로 가계부채 억제 효과 역시 점점 확대될 것이라고 낙관하는 분위기다. 그 배경에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있는 듯한 뉘앙스다. 그렇게 되면 스트레스 금리가 상승하면서 금리하락에 따른 대출한도 확대 효과를 제어할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하가 아직 현실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금은 부동산 시장이 먼저 반응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런 시장 분위기에서 정부가 갑자기 정책 변경을 추진하는 것은 오히려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를 깎아 먹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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