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이슈] ‘최저임금 1만 원’ 시대… 노사 충돌 우려에 '차등화' 등 불씨 여전

이의현 기자 2024-07-12 16:03:39
사진=연합뉴스

최저임금위원회는 12일 전체 표결을 거쳐 2025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을 1만 30원으로 결정했다. 이로써 최저임금제도 시행 37년 만에 시급 1만 원 시대가 열렸다. 하지만 인상률이 1.7%에 그치는 바람에 노사 충돌이 예상된다. 이번 심의 때 노사가 참예하게 맞섰던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제가 여전히 불씨로 남았고,  플랫폼 종사자 등 ‘도급제 노동자’에 대한 별도 최저임금 설정 문제도 과제로 남아 향후 정치권에서도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 노동계 “졸속 결정”… 경영계 “취약계층 일자리에 까지 영향” 
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 30원으로 결정되자 노동계는 ‘졸속’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불만을 드러냈다. 표결을 거부했던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동결이라는 기만적인 최초 요구안부터 최종안도 고작 1.7% 인상으로 저임금 노동자들을 우롱한 사용자 위원들에게 깊은 분노를 표한다”며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 안정, 모든 노동자의 임금 인상을 위한 투쟁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본격 심의 전부터 업종별 차별 적용 주장, 사용자 편향적 공익위원 임명 등 비정상적 구성 속에서 대단히 제한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위원회가 무리하게 결론을 내려고 해, 한국노총은 저임금 노동자 임금 인상을 위한 고육지책으로 표결에 참여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동결을 주장해 왔던 경제단체들은 큰 우려를 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한계상황에 직면한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절박함을 고려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일부 업종만이라도 구분 적용하자는 사용자위원들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내년에도 단일 최저임금을 적용하기로 한 것에 다시 한번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한국경제인협회 역시 “소규모 영세기업들과 자영업자들에게 추가적인 부담이 될 것이고, 청년층과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의 일자리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초래될 것”이라며 우려를 내보였다. 한경협은 향후 최저임금의 합리적 결정을 위해서라도 사용자의 지불능력, 생산성 등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업종별 차등 적용 등 현실을 반영한 제도개선 방안이 조속히 마련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 중소·자영업자들 “죽으란 얘기냐”
중소기업·소상공인 단체들은 강한 유감을 표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최저임금위가 이번에도 업종 구분 적용을 부결한 데 이어 금액까지 인상하는 결정을 내렸다”며 “이는 임금 지급의 주체인 소상공인 현실을 외면한 무책임한 처사”라고 성토했다. 이번 인상 결정으로 근로자 일자리 감소가 불가피해 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소기업중앙회도 “1.7%는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최저임금 인상률이지만, 중소기업계가 간절히 요구한 동결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유감을 표했다. 특히 업종별 구분 적용 방안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지적사항을 보완해 진전된 안을 제시했음에도 또 한 번 최저임금위가 단일 최저임금제를 고수한 것은 현실을 외면한 무책임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외식업중앙회는 ‘사형 선고’라고 성토하면서 최저임금 인상 철회를 강력히 촉구했다. 이어 “경제적 현실을 반영한 합리적인 임금 정책이 필요하다”며 “특히 업종별 특성을 고려한 최저임금 차등 적용이 반드시 이뤄져야만 이를 통해 고용과 경영의 안정을 되찾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부분 자영업자들은 인상률이 1.7%에 그친 것을 위안 삼으면서도, 최저임금 9000원대와 1만 원대는 체감온도가 다르다며 깊은 아쉬움을 토로하는 분위기다. 이들은 매출의 절반 이상이 인건비로 지출하는 상황에서는 아르바이트생을 더 줄이거나 근무 시간을 줄이거나 아예 임금을 동결해 지출을 줄이는 것 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다는 입장이다. 

편의점협회나 프랜차이즈협회 등 유관 단체들은 5인 미만 사업장 주휴수당 제외 및 업종별 차등제 도입 요구가 관철되지 못한 것을 특히 아쉬워했다. 관련 인터넷 카페에는 “선방했다”는 글부터 “최저시급을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등 다양한 의견이 줄을 이었다. 특히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의 시급함을 호소하는 글이 여럿 올라와 눈길을 끌었다.

◇ 업종별 차등화 여전히 ‘꺼지지 않은 불씨’
경영계는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달리 적용하자고 예전부터 주장해왔다. 이번 심의에서는 한식·외국식·기타간이 음식점업과 택시 운송업, 체인화 편의점에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 줄 것을 구체적으로 주장했다. 이들 업종 기업들은 최저임금 지급 능력이 한계에 달해 다른 업종보다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노동계는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맞섰다. 최저임금을 구분해 적용할 경우 해당 업종은 ‘사양산업’으로 낙인찍혀 더 큰 문제를 야기할 것이란 반론이었다. 첨예한 공방 속에 이번 최저임금 심의에서도 표결을 거쳐 찬성 11표, 반대 15표, 무효 1표로 차등화 방안은 부결됐다.

현재로선 다음 최저임금 심의가 시작되기 전까지 최저임금법상 근거 조항 삭제 여부를 넣고 상당한 공방이 예상된다. 최저임금 구분 적용 주장은 최저임금법 4조 후단 ‘(최저임금을)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하여 정할 수 있다’라는 규정에 근거를 둔다. 노동계는 ‘단일 최저임금 체제’가 유지된 만큼 이 조항은 ‘사문화’ 되었으니 아예 삭제하자는 입장이다.

22대 새 국회에서도 범 야권이 같은 취지 법안을 발의했다. 반면에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는 조정훈 의원 대표 발의로, 최저임금을 반드시 업종별로 정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이 최저임금법 개정안엔 ‘최저임금을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하여 정한다’고 명시되어 있어 앞으로 국회 내에서 적지 않은 공방이 예고되고 있다.

◇ ‘특고·플랫폼 최저임금 별도 설정’ 여부도 여전히 불씨
경영계의 업종 별 차등화에 맞서 노동계는 이번에 특수고용직노동자나 플랫폼 종사자 등 ‘도급제’ 노동자 최저임금 수준을 별도로 설정하자는 주장을 처음 꺼내 들었다. ‘임금이 통상적으로 도급제나 그 밖에 이와 비슷한 형태로 정해진 경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최저임금액을 따로 정할 수 있다’는 최저임금법 5조 3항을 근거로 했다.

이 같은 주장은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해 최저임금법 밖에 놓인 노동자를 법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에 경영계는 도급제 최저임금 별도 설정이 고용노동부 장관의 심의 요청 사항에 없고, 노동자성은 개별적으로 판단해야지 최저임금위원회가 일률적으로 판단할 일이 아니라고 반대했다.

그러나 노동부가 “도급제 노동자 최저임금 별도 설정을 최저임금위에서 논의할 수 있다”는 해석을 내리면서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논의가 전개될 지 가늠하기 쉽지 않은 분위기다. 특히 공익위원들이 "관련 논의를 최저임금위원회가 아닌 국회나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논의하는 게 좋겠다"고 권유해 향후 국회에서 정치적 공방이 뜨거울 전망이다.

 이의현 박성훈 기자 yhlee@viva2080.com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