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이 노후의 안전판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자동 가입 제도를 도입해 지금의 부진한 가입률을 대폭 끌어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주목을 끈다.
국민연금연구원의 유호선·김성일·유현경 연구원은 최근 ‘퇴직연금의 노후 소득 보장 기능 강화 방안’이라는 연구보고서를 통해 “퇴직연금이 국민연금과 더불어 노후 소득 보장 장치로 역할을 하려면 가입률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장·단기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연구진은 장기적으로는 현행 퇴직금을 퇴직연금으로 단일화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다만, 단시일 내에 퇴직연금으로 강제적으로 전환해 일원화하는 것은 근로자와 사용자 모두의 반발이 예상되어 무리가 있다고 진단했다.
현형 규정에 따르면 2012년 이후 설립된 기업들은 퇴직연금에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되어 있으나 이를 강제하는 과태료 조항이 없어 가입률이 저조한 상황이다.
연구진은 이에 “퇴직연금의 가입률을 조금이나마 높일 수 있도록 단기적 개선대책으로 자동 가입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노동시장에 신규 진입하거나 이직하는 근로자들이 일단 퇴직연금제도에 가입하도록 한 뒤에 희망 하는 근로자만 3개월이나 6개월 안에 퇴직연금에서 선택적으로 탈퇴해 퇴직금제도로 갈아탈 수 있게 제도화하자는 제안이다.
연구진은 이 같은 자동 가입제도가 이미 영국(The National Employment Savings Trust-NEST), 뉴질랜드 등에서는 다층노후 소득 보장체계 강화의 일환으로 기업연금 가입을 촉진하려는 목적으로 도입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전에도 퇴직연금 가입을 기업 규모별로 단계적으로 의무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으나 법 개정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때문에 대기업의 경우 노사 합의 등을 통해 대부분 퇴직연금을 도입했으나, 중소 사업장들은 아직 미미한 실정이다.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2022년 말 현재 전체 159만 5000개 사업장 가운데 퇴직연금을 도입한 곳은 42만 8000곳으로, 27% 가량의 도입률을 보이고 있다. 2019년 27.5% 기록 이후 가입률이 계속 떨어지는 추세다.
특히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의 퇴직연금 가입률은 2022년 말 기준 91.9%에 달하지만, 5∼9인 사업장은 32.9%, 5인 미만 사업장은 10.5%에 그치고 있다. 영세기업들이 매년 일정한 적립금을 쌓는데 부담을 느끼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퇴직연금 제도는 이를 도입한 회사가 1년 이상 고용한 근로자 월 소득의 8.33%를 외부 금융회사(퇴직연금 사업자)에 맡기고, 금융사는 이를 운용해 수익을 낸 뒤 근로자가 퇴직할 때 돌려주는 구조로 운용되고 있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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