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이슈] ‘더 내는’ 연금 개혁… 세대별 차등 인상 등 쟁점 많아 국회서 '난타전' 불보듯

이의현 기자 2024-09-04 20:19:58
사진=연합뉴스

국민연금 보험료율이 9%에서 13%로 오른다. 무려 27년 만의 인상이다. 연령대가 올라갈수록 보험료율도 가파르게 오르고 세대별로 차등화된다. 소득대체율은 40%에서 42%로 상향된다. ‘자동조정장치’ 도입이 추진되고 기초연금은 2026년 저소득층부터 40만원으로 10만원 인상된다. 의무가입 연령을 59세에서 64세로 늦추는 방안도 검토된다.

대규모 사업장부터 퇴직연금 가입이 의무화되고, 개인연금 확산을 위해 세제 혜택 등 다양한 인센티브가 추진된다. 정부가 4일 국민연금심의위원회를 열어 이 같은 국민연금 개혁안을 단일안으로 내놓았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 보험료율 9%에서 13%로, 소득대체율은 40%에서 42%로
정부는 이날 가입자의 월소득(기준소득월액) 중 국민연금 보험료로 내는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인상하고, 은퇴 전 소득(평균소득) 중 연금으로 대체되는 명목소득대체율은 40%에서 42%로 상향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국회에서 이 안이 받아들여지면 보험료율은 27년 만에 인상되며, 명목 소득대체율은 국민연금 도입 이래로 처음 하향 조정을 멈추게 된다. 

정부는 보험료율을 13%로 올리되 세대별로 보험료율 인상 속도를 차등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내년 50대인 가입자는 매년 1%포인트, 40대는 0.5%포인트, 30대는 0.3%포인트, 20대는 0.25%포인트 인상하는 식이다. 정부는 연금 기금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차원에서, 기대 여명이나 가입자 수 증감을 연금 지급액과 연동해 조정하는 ‘자동조정장치’의 도입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또 ‘기금수익률 1% 제고’ 안도 제시했다. 지난해 5차 재정추계 당시 설정된 장기 수익률 4.5%를 5.5% 이상으로 1%포인트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국민연금 기금 소진 예상 시점을 2056년에서 2072년까지로 크게 늦추겠다는 복안이다.

◇ 윤 대통령 공약 ‘기초연금 인상’ 약속 지킨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당시 공약했던 기초연금 인상안도 개혁안에 담았다. 현재 월 30만 원인 것을 40만 원으로 인상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기준 중위 소득 50%에 해당하는 저소득층을 시작으로 2026년부터 인상한 뒤 2027년에 소득 하위 70%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거주 요건(19세 이상 5년)이나 해외소득·재산 신고의무 요건 등을 신설해 기초연금 제도의 내실화도 추진하기로 했다.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가 기초연금을 받을 때 생계급여 지급을 축소하는 방식도 개선한다. 현재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가 기초연금을 받으면 기초연금액만큼 생계급여에서 감액되는 방식이라 비판이 많았다. 국민연금 지급을 법으로 보장해 국민연금 보험료를 납부해도 기금 고갈로 받을 수 없을 수 있을 것이라는 청년층의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고민도 반영됐다.

가파른 고령화 추세를 반영해, 현재 59세인 국민연금 의무가입기간 상한을 64세로 연장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다만, 의무가입기간만 늘어날 경우 60대 초반의 소득 공백이 더 심해질 우려가 있다고 보고, ‘고령자 계속고용 여건 개선’과 연계해 장기 검토 과제로 해법을 찾기로 했다.

◇ 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 ‘다층 연금’ 구상 반영
정부는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에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을 더하는 ‘다층 연금 체계’를 공론화했다. 퇴직연금이 실질적인 노후소득 보장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우선, 사업장 규모가 큰 사업장부터 퇴직연금 도입 의무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영세사업장은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에 가입할 경우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퇴직연금의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등에 대한 제도개선도 추진한다. 금융기관 간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현물이전 시스템을 구축해 수익률 개선을 도모하기로 했다. 정부는 특히 개인연금은 교육·홍보 강화와 세제 혜택 등으로 가입자 확대를 유도하고, 상품 제공기관 간 경쟁을 촉진해 수익률을 개선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 노후보장 강화보다 ‘재정안정’에 방점… 공은 이제 국회로
정부의 이번 국민연금 개혁안은 보장성 강화보다 기금의 재정 안정에 초점을 맞췄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정부가 보험료율을 큰 폭으로 올리려는 것도 결국은 급격한 저출산 고령화 여파로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될 위기라고 판단한 때문이다.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도 지금대로면 2041년에 수지 적자가 발생하고, 2055년에는 적립기금 소진이 예상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노후생활 보장을 강화하기 위해 소득대체율을 42%로 제시했다고 하지만, 보장성 강화를 줄곳 주장해온 학자나 시민단체들은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고 날선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특히 그 동안 줄기차게 요청해 온 ‘국고 투입을 통한 보장성 강화’도 빠졌다고 비판 일색이다. 정부가 ‘자동조정장치’의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한 것도 사실상 보장성을 낮추려는 의도로 파악하는 분위기다.  

이제 연금개혁의 키는 국회가 쥐게 되었다. 정부안을 토대로 합의안을 도출한 뒤 국민연금법 등 관련 법률을 개정해야 연금 개혁이 성과를 내게 된다. 하지만 문제는 국회가 아직 그런 논의를 진지하게 협의할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사사건건 정쟁에 치여 연금개혁을 논의할 기구조차 여태 만들지 못하고 있다. 합의까지는 상당한 진통과 함께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지난 국회에서도 여야는 보험료율 인상까지는 뜻을 모았지만,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지금도 연금개혁을 논의할 방법론부터 차이가 크다. 여당은 특위를 구성해 연금개혁을 논의하자는 입장인 반면 야당은 소관 상임위에서 처리하면 된다며 맞서고 있다. 

가장 쟁점이 되는 것은 세대별로 보험료율 인상 속도 차등화로 예상된다. 전례가 없는 방식이라 추진 효과를 가늠하기 쉽지 않은데다 중장년층의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자동조정장치 역시 정부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8개국 가운데 24개국이 도입했다고 하지만 ‘시기상조’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아 국회 논의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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