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이슈] 장기민간임대 ‘실버스테이’ 연내 도입… 관련 규제 및 시스템 정비도 병행해야 

고령층의 안정적 거주생활을 지원하기 위한 20년 장기 민간임대주택 ‘실버스테이’가 드디어 본격 추진된다. 국토교통부는 연내 ‘실버스테이’ 시범 사업 시작을 위해 위해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29일 밝혔다. 실버스테이는 60세 이상 고령층에 특화한 시설과 제반 서비스 지원 시스템을 갖춘 장기임대주택이다. 

◇ 상대적으로 저렴한 임대료에 갱신 시 인상폭도 5% 이내 제한
실버스테이는 정부로부터 세제 혜택은 물론 주택도시기금 출자·융자 등 다양한 지원을 받는다. 따라서 초기 임대료를 노인복지주택 같은 기존 시니어 레지던스의 95% 이하로 책정하기로 했다. 정부가 관련 규정 등을 손보면 그 이하로도 가능할 전망이다. 입주 갱신 때는 임대료 인상 폭을 5% 이내로 억제해 장기 안정적 거주가 가능하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일반 아파트 분양 때처럼 무주택자에게 우선적으로 공급된다. 유주택자도 입주할 수는 있으나 무주택자 입주 후 잔여 세대에 한해 입주가 가능해 상당이 치열한 경쟁률이 예상된다. 정부는 특히 실버스테이와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이 혼합된 단지의 경우 실버스테이 입주자의 무주택 직계비속에게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을 우선 공급할 방침이다. 이른바 ‘세대 교류형’ 단지를 조성하겠다는 취지다. 

국토부는 민간임대주택법 하위법령 개정을 서둘러 12월 중으로 실버스테이 시범사업을 공모한다는 방침이다. 민간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사업자에게는 취득세와 재산세를 감면해주고, 종부세 합산배제 등 세제 혜택도 부여하기로 했다. 주택도시기금 출·융자 등 금융 지원도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수준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 ‘시니어 레지던스’ 활성화 첫 발
앞서 정부는 지난 7월에 가진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시니어 레지던스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시니어 레지던스를  ‘고령자 복지주택(공공임대), 실버스테이(민간임대), 실버타운(노인복지주택) 등 노인 주거 공간을 포괄하는 개념’이라고 소개했다.  이 가운데 실버스테이 추진 방안이 이날 먼저 발표된 것이다.

당시 정부는 합리적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는 민간 ‘실버 스테이’를 올해 하반기 시범사업으로 도입하고, 60세 이상 유주택 고령자도 입주할 수 있도록 대상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특히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고령자 복지주택 공급 확대에도 적극 나설 방침으로 알려졌다.

이날 실버스테이 정책 발표를 계기로 앞으로 고령화 시대에 맞춰 시니어 레지전스가 활성화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토지나 건물을 소유하지 않고도 사용권만 있다면 고령자 시설을 설립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앞으로 민간 부문의 참여가 더욱 확대될 것이란 기대가 높다.

우리보다 고령화에 앞서 고령자 시설 부문에서도 노하우가 많은 일본의 경우, 서비스 전문 사업자인 ‘솜포케어’가 시니어 레지던스 2만 8500개를 공급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90%가 토지·건물 사용권만으로 실버단지를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하드웨어 이어 규제법안 손질에 속도내야
정부가 실버스테이 추진 방안을 발표하면서 고령자 레지던스에 대한 투자와 건설이 확대될 것이라 기대가 높다. 하지만 이런 하드웨어적 인 사업 추진과 병행해 노인 복지시설 전반에 대한 법적, 규범적 개선과 새로운 패러다임 마인드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법적 체계의 부실함이다.

일본은 노인 복지시설 관련 법적 체계가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잘 정비되어 있다. ‘유료 노인 홈’이라고 하는 법적 명칭에 의거해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표준지도지침이 잘 구비되어 있다. 반면에 한국은 아직 명확한 법적 체계가 없는데다 노인복지법과 주택법, 소방법 등 중복 규제법안이 많아 혼란스럽다. 정부가 이번에 관련 법규정을 손 보겠다고 하니 그나마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번에 정부가 사용권만 가져도 실버스테이 사업에 참여할 수 있게 한 것을 계기로 우리도 일본처럼 소유와 운영을 완전히 분리해 유료노인홈이나 서비스제공고령자주택 같은 일본식 제도를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궁극적으로 일본처럼 하나의 법인이 전국에 수 십, 수 백개의 시설을 운영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 주어야 할 것이라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