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이슈] ‘우울한 대한민국’ … 삶의 만족도는 추락하고 자살률은 여전히 최상위권
2025-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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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5일 기준금리를 연 3.00%에서 연 2.75%로 0.25%포인트 내렸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의 1.9%에서 1.5%로 대폭 내리면서 내수 살리기를 위해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고환율 부담에 수출 시장전망이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금통위가 금리 인하로 방향을 튼 것은 그만큼 우리 경제가 예상보다 더 빠르게 추락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한은은 기준금리를 내려 시중 금리 하향세를 유도하고 시중에 자금을 더 공급해 민간 소비 등 내수부터 살려야 하겠다고 판단했다. 금통위도 금리 인하 배경을 설명하면서 “외환시장의 경계감이 여전하지만 물가 상승률 안정세와 가계부채 둔화 흐름이 지속되는 가운데 성장률은 크게 낮아질 것으로 우려되어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해 경기 하방 압력을 완화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한은의 통화정책 만으로는 추락하는 한국 경제를 저지할 힘이 약하다는 것이다. 일단은 통화정책을 써서라도 경기 하락 속도를 늦추는 것이 급선무이고, 이후 정부와 정치권에 추가경정예산 조기 편성을 압박해 악화된 경제심리를 회복시키겠다는 복안이다. 아울러 현재 상황에서는 조기에 추가 금리를 더 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라, 보다 근복적인 경기 부양책 마련이 사급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경기를 제대로 살리려면 재정정책이 동반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금리를 낮추면 환율이나 주택가격, 가계부채 등 금융시장에 영향이 있다”면서 “통화정책에만 다 맡기면 다른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음은 이 총재의 기자 일문일답 내용.
- 금통위원들의 향후 3개월 기준금리 전망은 어떤가.
“저를 제외한 금통위원 여섯 분 중 네 분은 3개월 내 현 2.75% 기준금리를 유지할 가능성 크다는 견해, 두 분은 2.75%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할 가능성도 열어놓아야 한다는 의견이셨다. 네 분은 대내외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금리인하 여력이 빠르게 소진되는 데 대해 우려했다. 그래서 당분간 금리 수준을 유지한 채 여건 변화를 보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었다. 두 분은 경기 하방 압력을 고려할 때 추가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고 여건 변화를 보면서 판단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여섯 분 모두 통화정책이 금리 인하 국면에 있고, 향후 데이터를 보면서 인하 시점을 결정해 나가자는 데는 공감했다.”
- 시장에서는 한은의 금리 인하 여력이 1∼2회 정도로 줄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금리를 얼마나 낮출 수 있느냐에 대해 다양한 시각이 있다는 것으로 안다. 지금 다수 의견은 올해 2월 금리 인하를 포함해 2∼3회 인하 정도로 보시는 것 같다. 한은도 내재적으로 금리 정책을 가정하고 성장률 등을 전망하고 있다. 연간 2∼3회라는 시장 전망은 저희의 가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 현재 기준금리 수준이 중립 금리 범위 안에 있나. 추가 인하 필요성 목소리가 있다.
“2.75%면 중립 금리 상단이나 그보다 좀 더 위쪽이라고 본다. 얼마나 빨리 인하할지는 데이터를 보고 결정할 것이다. 한은이 금리 인하를 하지 않아서 실기(失機)라는 지적이 있는데 조금은 억울하다. 지금은 금리 인하기다. 지난해 8월에는 가계부채 때문에, 올 1월에는 환율 때문에 한 달 늦춘 것이다. 인하 기조를 유지하면서 잘 조정해 나가고 있으니 좀 맡겨주었으면 한다. 자꾸 실기라고 하지 마시고, 더 잘할 수 있으면 그 다음에 한국은행 총재가 되신 다음에 하시면 좋을 것 같다.”
- 경제 성장은 재정으로 뒷받침하고, 금리는 환율과 금융안정 상황 등을 고려해 현 수준에서 충분히 장기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 것으로 안다.
“현 수준에서 금리 인하를 멈춰야 한다는 견해는 많지 않은 듯하다. 지금 금리 인하기에 있기 때문에 몇차례 낮출 필요가 있다는 데는 많은 공감대가 있다. 현재 1.5% 성장률 예측한 데도 그런 예상이 반영돼있다. 다만 그 시점은 경기 말고도 그 외 요소를 보면서 선택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올해 1.5% 성장에 금리 하락은 반영돼 있다. 1.5% 이상의 성장률이 필요하다면 재정정책과의 공조가 당연히 필요한 상황이다. 다만, 재정정책이 없다고 해서 금리를 저희 예상보다 더 낮추면 환율, 물가, 가계부채 등에 영향을 줘, 금융안정 기조가 위협받을 수 있다. 1.5% 보다 더 낮아질 경우 재정정책 공조가 필요하다. 금리 정책으로만 모든 경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 올해 경제성장률을 1.5%로 하향한 이유가 무엇인가.
“계엄으로 인한 여러 소비심리 위축 등을 고려해 중간발표를 한 적이 있다. 그 이후에도 데이터를 보는데, 심리 위축만큼이나 소비와 건설 등이 좋지 않게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전이라 관세 정책을 가정한 정보가 없었는데, 지난 한 달 관세 정책의 모양이 많이 드러나서 1월에 예상한 1.6∼1.7%보다 낮춘 측면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에 불확실한 점이 많아, 가정해서 성장률에 반영해놓고 있다. 성장률에 따라 금리와 물가도 변화해갈 것이기 때문에 확정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어렵다.”
- 트럼프 관세 정책이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 것 같은가.
“1.5% 성장을 가정할 때,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는 것들을 반영했다. 이미 발표된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는 집어넣었다. 중국에 대한 10% 추가 관세는 올해 하반기부터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당겨졌기 때문에 1분기부터 영향을 주는 것으로 파악했다. 그 밖에 주요 교역국 관세는 내년부터 영향 미칠 것으로 봤는데, 올해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한다. 1.5% 성장률은 상당히 중립적인 전망이라고 본다. 관세 정책과 추경 등 불확실성이 크고 상하방 요인이 다 있기 때문이다.”
-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1.8%다. 내년 내후년의 성장률 방어 전략은 어떤 것인가.
“과거 고도성장에 너무 익숙해져 있어서 1.8%면 위기라고 하는데, 내년 성장률 1.8%면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우리 실력이다. 우리는 그동안 구조조정 없이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산업을 키우지 않고 기존 산업에만 의존해왔다. 중국 등과의 경쟁으로 어려워진 상황에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데 해외 노동자도 데려오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1.8% 이상 성장하려면 할 수 있는 게 재정 동원하고 금리 낮추는 것이다. 이러면 가계부채가 늘고 재정도 문제가 생긴다. 1.8%보다 높은 성장을 하려면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 지난달 15조∼20조원의 추경 필요성을 언급했다. 대규모 추경이 실행될 경우 금리 인하 경로나 속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나.
“15조∼20조 원 추경은 성장률을 0.2%p 정도 올리는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단순하게 계산하면 올해 성장률이 1.5%에서 1.7%가 되는 효과가 있다고 본다. 그 이상 규모로 하는 건 부작용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추경은 단기적으로 성장률이 떨어질 때 보완하는 역할이다. 진통제를 가지고 훨훨 날게, 뛰게 하는 것은 많은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추경은 일시적으로 고통을 완화하는 역할이다. 재정은 올해 늘어나면 내년엔 올해보다 더 늘어나지 않으면 성장에 마이너스 효과로 작동한다. 근본적으로 성장률이 낮아진 것은 구조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 KDI가 재정정책보다 통화정책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KDI와 통화정책 관련해선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다. KDI도 두세 번 금리 내려야 한다고 하고, 저희도 예상치에 반영하고 있다. 다만, 당장 낮춰야 한다고 하면, 저희는 경기 외 다른 변수들도 보면서 정하기 때문에 그 시기는 우리가 정하는 거라고 말씀드리겠다. KDI에서 추경이 필요 없다고 한 부분은 의아했다.”
- 기준금리 인하에도 대출금리가 떨어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10월 기준금리를 낮춘 이후로 계산해보면 대출금리가 안 떨어졌다고 하는데, 사실 5월 이후 미국과 우리 금리 인하 전망을 선반영해 시장금리가 떨어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금리 인하 효과는 진행 중이라고 판단한다. 부동산 규제 등으로 인해 신규대출은 금리가 오른 측면은 있다. 며칠 전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말한 대로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신규대출 가산금리도 떨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 기준금리 인하로 가계부채 증가 폭이 확대될 가능성이 커지지 않을까.
“서울지역 부동산 거래 허가제가 완화된 지역은 빠르게 오르지만, 다른 부분까지 번지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파악한다. 부동산 가격을 직접 본다기보다 가계부채가 얼마나 늘어나느냐에 관심이 있는 것이다. 아직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증가하지는 않을 것 같아 지켜봐야 한다. 규제 완화로 특정 지역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게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그것을 통화정책으로 어쩔 수는 없다.”
- 부동산 PF 구조조정에 대한 생각은.
“우리는 새 산업을 개발하기보다 부동산 투자가 안전하다고 하면서 지난 몇 년간 많은 자금이 부동산에 몰렸고, 현재 조정하는 단계다. 부동산에 집중투자 된 것이 연착륙되도록 구조조정을 하는 과정이다. 최근 파산 신청한 중견 기업들도 구조조정 계획안에서 관리되고 있다. 추경의 일부를 부동산PF 구조조정에 쓰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 원/달러 환율이 1420∼1430원대로 내렸다. 감내할 만한 수준인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다. 1월에도 국내 정치적 요인과 달러 강세가 맞물리면 변동성이 커졌기 때문에 (동결) 결정을 한 것이다. 현재는 변동성이 상당히 줄었기 때문에, 올바른 결정이었다고 내부에서 판단하고 있다.”
- 높은 환율 수준이 물가 상승률을 다시 자극할 가능성이 있지 않나.
“높은 환율은 물가 상승률에도 영향을 주지만, 경기가 좋지 않기 때문에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어 1.9%를 예상했다. 생필품의 물가 수준에 걱정이 많은데, 통화정책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다. 생산자를 보호하기 위해 소비자가 계속 희생하면 이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 생산자 보호와 소비자 보호를 균형 있게 접근해서 물가 수준에 대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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