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존중받는 어른’이 되기 위해 필요한 대화법

조진래 기자 2023-04-20 17:48:57
현대의 40대와 50대는 ‘경쟁’에 치이고, ‘위 아래’에 치이는 ‘낀 세대’다. 스트레스가 많은 탓에 소통의 문제가 자주 노출되어 아랫 세대와 간극이 벌어지는 경우가 잦다. 특히 일상적인 언어의 선택 및 구사 측면에서 본인도 모르는 실수를 연발하고 자신의 실수를 인지하지 못하고 주워담기에도 실패해 결국 조직 내 인간관계까지 사단이 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그래서 더더욱 ‘말의 품격’, ‘소통의 품격’이 중요시된다. 말의 품격이 그 사람의 실력과 됨됨이가 되는 세상이다. ‘꼰대짓’과 ‘꼰대 말투’를 피하면서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대화법을 전문가들로부터 들어보자.


◇ ‘존중받는 ‘어른’이 되려면 필요한 전략들
‘타인의 존중을 불러오는 20가지 전략’이 있다. 세계적인 동기 부여 전문가 웨인 다이어가, 있는 그대로 온전히 ‘나’로 삶으로써 ‘인생 2막’의 주도권을 쥐고 스스로 자기 인생을 개척하는 사람이 되는 방법을 제시했다. 그는 20가지 전략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겸허한 자세’라고 했다. 자신의 삶에 대한 평가나 평판의 가장 큰 책임은 자기 자신에게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자신을 스스로 과소평가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다만, 남 탓을 하지 말고 ‘불평’이라는 단어를 지워버리고, 스스로 개선책들을 찾을 것을 권했다. 낀 세대 4050에게 딱 맞는 말이다.

웨인 다이어는 여기에 자제력을 잃지 말고 분노하지 말 것도 주문했다. 그렇지 않으면 상대방에게 이용당하기 쉽고 배척당하기 쉽다고 했다. 분노 조절 능력을 키울 것도 당부했다. 단호한 표현을 연습하되, 하지 않아도 될 일은 거절하라는 조언도 남겼다. 

◇ ‘잘 듣는 것’이 대화의 가장 기본
대화의 시작은 잘 듣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경청(傾聽), 말 그대로 ‘귀 기울여 듣는 것’이 최선이다. 경청을 잘 하는 방법 가운데 최고는, 말을 적게 하면서 시선을 상대에게 집중하는 것이다. 얼마나 상대방 말을 듣길 원하고, 잘 듣고 있는 지를 보여주는 행동이다. 말하는 시간보다 듣는 시간이 더 많고, 때로는 침묵하는 것이 좋은 대화법이다.

세계적인 경영리더십 그루인 토머스 맬나이트 하버드 경영대학원 종신교수도 “21세기 리더에 필요한 덕목은 ‘열린 귀’”라고 강조했다. 최선을 다해 끝까지 듣고, 듣는 것에서 끝내지 말고 리액션과 감탄 모션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베스트셀러 작가 강원국도 “때로는 끼어 들고 싶은 욕구나 반론하고 싶은 충동, 변론하고 싶은 마음을 자제하고 참는 것이 오히려 더 큰 공감과 호감을 이끌어낸다”면서 대화에 능한 사람일수록 경청과 질문, 그리고 공감을 ‘좋은 대화의 3대 필수 요소’라고 말했다.


◇ ‘품격 있는 어른’의 말투와 화법
조관일 창의경영연구소 소장은 50대 이상에게 특별히 경계해야 할 것으로 ‘짜증화법’을 적시했다. 말을 가로채거나, 토를 달거나 깐죽거리거나 자기 말만 하는 화법이다. 같은 말을 할 때도 2030 MZ 세대와 할 때와 동년배와 할 때, 윗 사람과 할 때를 구분하는 ‘대화의 스킬’을 연습하라고 강조한다. 

조 소장은 “대화가 잡담이 되어선 안된다”고 각별히 강조했다. 그는 “잡담에도 품격이 있다”며 이른바 잡담의 3대 원칙‘비비비’를 언급했다. ‘비난’을 삼가하고 ‘비밀’을 누설하지 않으며, 상대방에게 ‘비집고 들어갈 틈’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여기에 “가능하면 말을 적게 하라”는 조언도 덧붙였다.

50대 이상에게는 ‘질문’의 효용성이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적절한 타이밍의 적확한 질문이 상대(나이가 적든 많든)를 대화에 흡족하게 참여하게 하고 신바람나는 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질문은 또 대화의 주도권을 가져올 수도 있다. 다른 대화 전문가들도 질문을 하면 답을 듣는 동안 대화 속도를 한 템포 늦추며 자신의 대화 내용과 분위기를 되돌아 볼 수 있어 특히 젊은 친구들과의 대화에 적합하다고 말한다.

50대의 말하기 기본으로 강원국 작가는 ‘배려’와 ‘진정성’을 꼽는다. 아랫 사람의 입장이 되어 들어보고, 스스로를 낮춰 말하고, 때로는 대화에서 져 주는 것도 감수해야 원만하고 생산성 있는 대화가 가능해 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화 상대방으로부터 듣는 피드 백 가운데 “진정성이 있다”는 얘기가 최고의 찬사라며, 그렇게 되려면 솔직함과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젊은이들과 대화를 나눌 때는 특히 ‘칭찬’에 인색하지 말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렇다고 별 것 아닌 것에 대 놓고 칭찬을 하면 ‘진정성’이 떨어진다. 전문가들은 가장 좋은 칭찬은 ‘결과’보다는 ‘과정’을 칭찬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 ‘꼰대’나 ‘불통’과의 대화법
어느 조직이든 꼰대와 불통이 있다. 불명확하고 비합리적인 지시를 하고도 결과는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만들어 와야 한다는 상사들이 적지 않다. 과거 경험의 틀에서 쉽게 빠져 나오지 못하고, 변덕이 심해 대화가 안되고, 그래서 결국은 업무 생산성까지 떨어트리는 상사들이다. 심지어는 그러면서 자기 손에는 피를 묻히기 싫어 책임을 미루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그런 상사들일수록 대화 시간은 길고, 소재는 제한적이거나 천박하고, 결론이 없기 일쑤다. 대화 중에 끼어 들면 비난이 쏟아진다. 의견과 조언을 말대꾸로 이해하고, 그러면서 자신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훈시를 이어간다. 습관적으로 가르치려고 만 하고 듣지를 않는다. 말투도 대부분 나무라거나 깔보는 듯한 투다. 반말은 기본이다.

MZ세대는 자기보다 윗사람이 진정성 있는 대화를 하고 자신의 잘못이나 실수에 진심으로 사과를 하면 흔쾌히 상사로서 인정한다. “내가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닌데…”라든가 “내가 그럴려고 한 게 아닌데…” 식의 말투는 변명과 자기합리화로 받아들여 진다. 대화가 제대로 진전될 리가 없다. 조관일 소장은 ‘어른’으로 대접 받고 싶으면 ‘참’견하지 말고 ‘가’르치려 들지 말고 ‘비’난하지 말고 ‘나 때는 말이야’ 라고 말하지 말며, ‘주’절주절 말을 많이 하지 말고, ‘소’리를 높이지 말라는 이른바 ‘참가비나 주소’ 대화법을 익히라고 조언한다.

대화의 코드가 맞지 않는 이를 설득하는 방법에 관해선 강원국 작가가 간단히 설명했다. 중요한 것은 먼저 접어주고 들어가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하는 식으로 먼저 인정한다. 여기에 “그런 점은 제 의견과 같아 기쁩니다”라며 공감을 표시한다. 그런 다음에 상대방의 양해를 구한 후 정중하게 자신의 논점을 객관적인 근거를 갖고 일목요연하게 설명하고 대안까지 제시하면 상대도 수긍할 것이라고 말한다. 


◇ 누구나 상사가 되고 어른이 된다
누구나 시간이 지나면 상사가 되고 어른이 된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모든 세대 소통의 첫 걸음이다. 이런 사실을 안다면 당장 말투부터 바꾸어야 한다. 언어폭력에 가까운 말투는 반드시 자제되어야 한다. 가장 안전한 방법은 어른 답게, 누구에게나 존대말을 쓰는 것이다. 반 말을 할 때보다 확연하게 말 수가 줄어드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 만큼 말 실수도 적어진다.

작가 김범준은 <모든 관계는 말투에서 시작된다>는 책에서 “말투는 인격”이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말투는 ‘본성’이 아니라 ‘버릇’이라고 단언했다. 고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덕분입니다”라는 말 하나만 적절히 반복해도 큰 신뢰가 돌아온다고 말한다. 그는 반성의 말투, 개선의 말투, 그리고 방향성 있는 말투가 어떤 세대간 대화에서도 상호 이해와 신뢰를 완성시켜 줄 것이라고 말했다.

분노 조절도 어른들의 몫이다. 화를 내는 말투는 어찌 보면 신체적 기능 저하에 따른 ‘노화 현상’의 하나라는 주장도 있다. 한껏 목청을 높여 말하는 것도 비슷한 경우다. 아랫 사람에게 화를 내더라도 나중에 다시 불러 “내가 왜 화를 냈는지 이제 알겠지? 다 자네 잘되라고 한 얘기니 잘 새겨듣고 앞으로 함게 잘 해 나가보도록 하세”라고 말하는 상사를 누가 배척하겠는가. 
조진래·김수환 기자 jjr8954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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