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가이드] 치매 징후 인식부터 치매 간병까지… 치매 관리법 A~Z

조진래 기자 2023-04-20 17:53:41
치매에 갈리는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고 있다. 예전에는 치매가 60대 중반 이후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었다면, 요즘은 40대와 50대 중장년층에서도 알츠하이머 치매 증세를 보이는 이들이 적지 않다. 문제는 많은 이들이 자신의 치매 증상을 인지하고도 별다른 노력 없이 보내다가 뒤늦게 자신의 신경세포가 망가진 사실을 알고 좌절한다는 점이다. 치매 조짐이 보이는 초기에 적절한 치료와 관리가 이뤄지면 치매 진행 속도를 확연하게 늦출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얘기한다. 건강한 100세 시대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치매에 관해 전문가들의 조언을 얻어 그 원인과 진행 과정, 예방 및 치료법 등에 관해 살펴본다.


◇ 지나치게 부정적인 선입견은 ‘NO’
많은 의료 전문가들은 사람들이 치매에 대해 너무 극단적인 선입견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치매는 나이 들면 걸린다는 잘못된 믿음이다. 다음은 치매 검사 결과만 보고 지레 겁을 먹어 좌절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치매가 치료 불가능한 질병이라고 믿는다는 점도 잘못된 것이라고 말한다. 자칫 발병 원인도 제대로 모른 채 무작정 천편일률적인 치료에 의존하다 치매를 더 키우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세계적인 ‘노인 심리학자’ 휘프 바위선은 “알츠하이머는 50세 이하 젊은 사람에게도 발병할 수 있다”고 단언했다. 병원에서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사람들 가운데서도 나중에 뇌 조직 검사를 해 보면 알츠하이머가 아닌 것으로 판명된 경우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잘못된 진단이 잘못된 치료와 처방을 낳을 수 있다는 얘기다.

휘프 바이선 박사는 특히 알츠하이머가 ‘유전’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기는 하지만, 부모나 조부모가 알츠하이머로 고생했다고 해서 지레 치매를 걱정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치매 예방이 현실적으로는 불가능에 가깝지만 치매 발병 자체를 늦출 수는 있다면서, 건강한 생활습관이나 기억력 훈련을 권유했다. 

◇ 치매 초기적 신호에 주목하라
‘건망증’은 치매의 가장 대표적인 사전신호로 받아들여진다.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다. 오래 전 일은 기억하지만 최근 일은 자주 깜빡 한다. 가까운 사람인데도 가끔 못 알아보고, 이름이 갑자기 생각나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 자주 길을 잃어 버리기도 한다.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음식을 태우는 경우가 잦아진다. 가스 밸브를 안 잠그거나 아파트 출입문 비밀번호가 가끔 생각나지 않을 때가 있다. 손에 핸드폰을 들고 있으면서 핸드폰을 찾거나, 옷을 거꾸로 입기도 한다. 말 할 때 부정확한 단어 사용이 많아지고, 그때 그때 감정의 업 다운이 심해 주변 사람들과 자주 어색한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잠자는 시간을 헛갈려 해 자주 눕는 것도 치매의 초기 중세 중 하나라고 한다. 

전문가들은 기억력 뿐만아니라 대부분의 치매에는 전조 증세가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미국 국립노화연구소(NIA)에 따르면 알츠하이머를 앓은 사람들 가운데 40~50%가 치매 진단 전에 난청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요실금이나 우울증도 대표적인 치매 전조 현상으로 지목됐다. 대부문 치매 환자들이 치매 진단 전에 순환계와 피부, 비뇨생식기 질환, 정신장애, 감각기관 장애를 보였다고 한다. 혈관성 치매환자들은 특히 심뇌혈관 질환과 신경장애가 상대적으로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런 증상을 인지했을 때, 많은 이들이 “설마…”해서 넘기거나 혹은 남이 알까 두려워 그 사실을 숨긴다는 점이다. 초기 대응을 소홀히 했다가는 자칫 기억장애가 기억상실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무엇보다 자신의 실수와 실패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무력감이나 우울감에 빠지는 경우가 잦고 성격도 공격적으로 변할 수 있어 초기 대응이 매우 중요하다.


◇ 서서히 밝혀지는 치매의 원인
치매의 원인은 아직 확실히 규명되지 않고 있다. 다만 임상적 실험과 치매 치료 경험이 축적되면서 서서히 확실한 원인들 몇 몇이 밝혀지고 있다. 의료 및 면역 전문가들은 치매의 생리적 원인 가운데 ‘중독’과 ‘영양부족’을 꼽는다. 중독의 경우 술과 중금속 중독이 대표적이다. 약 처방에 의한 약물 중독도 경고한다. 치매 초기 증상으로 나타나는 우울감과 스트레스, 불면증 때문에 수면제나 안정제, 항우울제 같은 약물을 지속적으로 복용하다 치매 속도를 더 빠르게 만드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영양 부적은 비타민 계통의 결핍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비타민 B1 B2 B12가 대표적이다. 철분 결핍도 주의가 요구된다. 빈혈이 잦은 사람들이 치매에 걸릴 확률이 더 높다는 연구보고가 많다. 

그 밖에 우리가 평소 소홀히 하는 건강 상 이상증세들도 가볍게 넘기다가 낭패를 볼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독감과 폐렴, 방광염 같은 발열질환이다. 초기 치료를 잘 해야 상대적으로 치매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고 한다. 갑상선과 췌장, 부갑상선, 부신피질 같은 호르몬 생성 계통의 질환들도 치매의 단초가 될 수 있다고 한다. 뇌질환은 가장 안 좋은 사례다. 뇌염이나 뇌암, 결핵, 수두증에 걸리지 않는 게 중요하다. 

이런 신체적 발병 요인들 못지않게 최근 들어선 심리적 원인들이 자주 지적된다. 자신이 건강하지 못하다는 생각에서 점점 커지는 불안감과 우울감, 고독감은 치매에 치명적이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경험하는 온갖 스트레스도 치매 발병 요인으로 곱힌다. 이런 심리적 요인들은 대부분 치매 증상으로 인한 신체적 요인들과 인과 관계를 맺고 있어, 심신 안정을 위한 정신적 힐링과 적당한 운동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환자 스스로의 극복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치매 환자의 가장 대표적인 심리 상태가 고립감이다. 병을 키우는 최대 요인이기도 하다. 따라서 ‘관계’의 유지가 절대적이다. 스스로 외출하기 힘든 상황이면 집으로 지인들을 초대해 가능한 많은 대화를 나누는 것이 좋다. 치매가 왔다고 지나치게 주변에 의존하려는 마음가짐이나 행동은 치료 극복에 오히려 걸림돌이 된다. 간병인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노력이 절대적이다. 누군가 24시간 자신의 곁에 있다는 생각은 자칫 스스로의 극복 노력을 발목 잡을 수 있다는 얘기다.

휘프 바위선 박사는 치매 환자들에게 이렇게 얘기한다고 한다. “당신과 가족을 서로의 포로로 만들어선 안된다.” 간병인 가족들에게도 환자가 하는 말이나 행동이 서툴고 못마땅하더라도 환자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직접 하도록 내버려 두라고 권한다. “늘 곁에 있어줄께”라는 말로 환자의 치매 극복의지를 감퇴시켜선 안된다는 얘기다. 한 번 남의 손을 빌리면 이후 계속 반복하게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그는 지적한다.

환자의 긍정적인 마인드는 치매 치료의 최고 처방이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만 하다 보면 치료의 의지도 효과도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치매를 대하는 긍정적인 자세는 자신의 치료 뿐만아니라 간병하는 가족들에게도 힘과 용기를 준다. 틈틈히 산책을 하거나 가벼운 독서를 하면서 기분 전환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귀찮다고, 남에게 보여주기 싫다고, 움직이지 않으면 병만 더욱 키울 뿐이다. 그렇게 되면 간병가족들도 힘들어지고 결국 요양병원 같은 제3자의 손을 빌려 치료를 이어가는 선택을 할 수 밖에 없게 된다. 매일 하나 씩 억지로라도 즐거운 일을 생각하고 웃으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 가족과 함께 극복하는 치매 
치매환자도 고통스럽지만 못지 않게 힘든 게 가족이다. 처음 치매가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환자나 가족 모두 일단은 믿기 힘들어 하고 현실을 부정한다. 가족들은 또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빠져 스스로를 책망하곤 한다. 그러다 어느 새 환자를 원망하고 자신 하나 건사하지 못했다며 분노를 표출하기도 한다. 그만큼 치매 간병은 인간의 한계를 절감하게 만든다. 그래서 치매노인 학대도 심심치 않다.

말이 잘 통하지 않고, 수시로 역정을 내고, 병원 치료나 투약도 제대로 따르지 않으려 하는 치매 환자를 돌보려면 왠만한 사랑과 인내심으로는 어렵다. 전문가들은 우선, 가장 어려우면서도 가장 필요한 것이 자연스러운 대화, 환자 눈 높이에 맞추는 대화라고 강조한다.

우선, 환자가 자신이 환자 취급을 받고 있다는 인식을 주는 대화를 피하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예를 들어 “응가할까?” 같은 식의 표현은 금물이다. 아이 달래듯 “내 말 잘 들으면 … 해 줄게” 같은 표현도 권하지 않는다. 대신 환자의 말에 귀 기울여주고 호응해 주라고 말한다. 가끔 고개를 끄덕여 주거나, 상대방에게 무언가를 물을 때 간단하면서도 성의 있는 태도를 보이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환자와 대화의 속도를 맞추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치매 환자는 생각이나 행동이 평소보다 늦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속으로는 열불이 나겠지만, 말하기 전에 한 숨 들이키며 천천히 시간을 갖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한다. 허튼 말이라도 자주 칭찬하고 격려해 주는 것도 환자 기분을 업 시켜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노래하기나 예전의 인기 연속극처럼 환자가 평소 좋아하는 주제로 대화하기도 큰 도움이 된다.

다만, 환자에게 여러 개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식의 이중적 질문이나 대화는 가급적 피하는 게 좋다. 현재와 과거가 헛갈리는 질문도 금물이다. 과거를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서 “왜 그런 것도 기억 못 해”라고 꾸짖으면 환자는 입을 닫게 된다. 환자가 시간과 공간의 개념이 떨어지고 있음을 고려해, 가능한 대화의 주제를 다양하게 가져가는 것이 좋다. 

가족 간병인의 심리 치료도 매우 중요하다. 대부분 두통이나 어지러움, 목과 어깨 결림, 위염 등으로 고생을 한다. 그러다가 치매 증상을 경험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불평과 하소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다가 만성 피로와 스트레스, 심지어 우울증까지 발병하는 경우가 꽤 잦다. 그런 상황까지 가지 않으려면 가족들 역시 치료가 필요하다.

조진래·안상준 기자 jjr2015@viva100.com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