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건강법] ③ 숙면

조진래 기자 2023-04-27 14:19:28
‘잠이 보약’이라는 말을 귀가 따갑게 들었을 것이다. 잘 자는 게 최고의 건강 법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문제는 알고도 실천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일 때문에, 고민 때문에 적정 수면량을 채우지 못하고 ‘질 나쁜’ 잠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이 들수록 잠이 줄어 불면증을 호소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주말마다 몰아서 자는 수면 습관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 하지만 이런 잘못된 수면 습관은 ‘건강 100세’의 최대 걸림돌이다. 올바른 수면습관과 ‘숙면’이 노후 건강을 지켜준다.


◇ 좋은 수면이 중요한 이유
잠은 ‘뇌’와 ‘신체’의 휴식을 말한다. 충분한 잠은 호르몬과 자율신경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돕는다. 면역력을 높여 질환을 막아주기도 한다. 무엇보다 뇌의 노폐물을 청소해 주어 상쾌한 정신이 들게 해 준다. 수면이 부족하면 외 속에 쌓인 아밀로이드 베타 등의 노폐물이 쌓여 알츠하이머 등을 일으킬 위험이 높다. 양질의 수면이 곧 질병 예방의 지름길이자 만병통치약인 셈이다. 100세 시대에 좋은 수면이 더욱 강조되는 것은, 그것이 노화를 방지해 줄 수도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적어도 노화의 속도를 늦춰줄 수는 있을 것이란 전문가들의 의견이 많다. 

반대로 충분하지 않은 잠은 고혈압, 당뇨와 연계가 된다. 수면 시간과 비만도가 반비례한다거나 수면 부족이 우울증 발병 위험을 3배나 증가시킨다는 연구 결과들도 있다. 불충분한 수면은 우리 세포의 기능을 저하시켜 여러 질환에 대한 면역력을 떨어트린다. 나이가 들면서 수면 시간이 단축되는 것을 두고, 노인은 조금만 잠을 자도 괜찮다고 생각했다가는 병을 키울 수 있다. 수면 전문가들은 밤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면 낮에 가벼운 낮잠을 자서라도 전체 수면 시간을 조절해 ‘피곤한 뇌’를 쉬게 해 주라고 권한다.

고령자들에게는 오히려 잠을 2~3회로 쪼개서 자는 것이 더 적합한 수면 방법 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나이가 들수록 긴 시간을 숙면하기 힘들어지는데 그 때마다 억지로 잠을 청하기 보다는 하루를 나눠서 잔다고 생각하면 된다는 얘기다. 


◇ 수면 리듬이 중요하다
나이든 사람들이 흔히 “나는 잠이 없어졌어”라고 말한다. 문제는 수면 시간이 짧아져도 일상의 리듬에 변화가 없어야 한다는 점이다. 대개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7시간 안팎의 수면을 취하는데, 그 이하를 자고 몸과 마음이 개운해야 옳다. 이 때 중요한 것이 ‘수면 주기’다. 보통의 사람들은 뇌와 몸이 함께 쉬는 ‘비렘수면’으로 잠 들기 시작해 뇌는 활동하되 몸은 휴식하는 ‘렘수면’으로 잠을 깬다. 비렘수면 시작부터 렘수면 종료 전 까지의 ‘수면주기’는 개인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100 분 안팎이다. 이 주기가 크게 흔들리면 수면 리듬이 깨지고 좋은 잠을 자지 못하게 된다.

수면장애의 최대 원인으로는 생체리듬의 파괴가 지목된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7시간이 되든 8시간이 되든 저녁 잠자는 시간의 ‘루틴’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주말에 긴 잠이 필요하면 전날 저녁에 일찍 잠자리에 들어 수면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게 좋다는 것이다. 가능하면 아침 햇살을 받고, 낮아도 과하지 않은 운동을 습관화할 것을 권한다. 자기 전에 스마트 폰 보지 않기도 강력하게 권고한다. 생체 리듬이 잡히면 수면도 극적으로 변화한다고 한다. 

그래서 수면 전문가들은 뇌가 피곤해지는 성장기 이전에 어릴 때부터 올바른 수면 교육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어릴 때부터 잠의 중요성을 제대로 알고 좋은 수면 습관을 들이게 어른들이 지도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중·고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수면 교육을 실시해 괄목할 성과를 거두었다는 보도가 전해진 바 있다. 학생들의 학교 적응도가 높아지고 정서 안정과 함께 결석 등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한다. 


◇ ‘숙면’의 또 다른 열쇠… 빛과 온도, 
<숙면의 모든 것>을 쓴 니시노 세이지 수면생체리듬연구소 소장은 나이가 들수록 체온 변화를 의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실내 온도에 더 신경을 써야 숙면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체온이 내려가는 시간대가 가장 잠들기 쉬운 타이밍이며, 뇌 온도가 내려가면 잠이 온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깨어 있을 때 ‘심부 체온’은 ‘피부 온도’보다 2도 가량 높은데 잘 때는 심부 체온이 낮아진다고 한다. 그리고 심부체온과 피부온도의 차이가 줄어들었을 때 몸은 잠자기 좋은 상태가 된다고 말한다. 

기온이 너무 높으면 심부 체온이 잘 내려가지 않아 잠을 설치기 쉽다. 에어컨이 몸에 안 좋다고 켜고 자는 것을 꺼리는 사람이 많은데, 이럴 경우 실내 온도를 낮추고 1~2시간 뒤에 꺼지도록 타이머를 설정해 놓으면 잠들기가 한결 쉬워진다. 실내 온도가 심부 체온이 오르는 것을 도와주므로 일어나기가 수월하다는 얘기다. 그는 “수면의 질을 높이고 싶으면 샤워 보다는 족욕이 더 좋다”고 말한다. 피부 온도를 높이고 열 방출이 잘 되게 하므로 몸 전체를 뜨거운 물에 담그지 않아도 심부 체온이 낮아진다는 얘기다.

침구의 통기성이 중요한 것도 그래서이다. 열 방출이 원활해져 심부 체온이 충분히 낮아짐으로써 깊고 질 좋은 수면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머리는 가능한 시원하게 두는 것이 좋기 때문에 베개를 통해 수면의 질을 높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뇌의 온도는 신체의 심부 체온과 같은데, 뇌의 온도가 내려가니까 졸음이 오는 것이라고 그는 설명한다. 따라서 물리적으로 뇌를 식혀주는 것이 숙면에 좋다고 말한다. 통기성이 나쁜 베개는 열이 빠져나가지 못하니 수면의 질을 떨어트린다는 논리다. 

잠자기 전 조명도 매우 중요하다. 누구나 밤에 잠이 들었는데 옆 사람이 화장실에 가느라 불이 켜져 그 조명 때문에 잠을 깨는 경우를 경험했을 것이다. 수면 전문가들은 이럴 경우 빛이 직접 잠자는 이의 눈에 들어오지 않도록 조명을 발 밑 조명으로 바꾸라고 권한다. 저녁 식사는 가능한 잠 들기 2~3시간 전에 마치는 것이 좋다.


◇ 잠자리 들어 첫 15분이 숙면에 결정적
잠이 오지 않는다는 사람들이 많다. 잠자리에 들어 10~15분 내에 잠들지 못하면 숙면을 취하기 힘들다. 수면전문사들은 막 잠이 들었을 때, 즉 최초의 비렘수면 시간이 숙면에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이를 ‘황금의 90분’이라고 말할 정도다. 실제로 선 잠이 들어 이제 막 숙면으로 들어가려는 주변에서 TV 소음이 들리거나 화장실 문 여닫는 작은 소리에 잠을 깨서는 숙면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부부간이라도 한 쪽이 잠을 청하면 가능한 주변 소음이나 빛이 나지 않게 배려하는 센스가 숙면을 가능케 하는 길이다. 

이 때 확실히 숙면에 이르게 되면 성장호르몬이 분비되고 부교감신경이 원활해져 건강에도 좋다. 자율신경의 균형이 잡히고 뇌의 노폐물 청소와 면역 기능의 활성화도 이뤄진다고 한다. 만일 잠자리 들어 15분 이내에 깊은 잠에 이르지 못할 것 같으면, 일단 일어나서 무 카페인 음료를 마시거나 기분을 차분하게 가라 앉혀줄 조용한 음악을 듣는 것도 방법이다.

전문가들은 낮잠도 필요한 수면이라고 말한다. 니시노 소장이 인용한 일본의 한 전문가 조사에 따르면 30분 미만으로 낮잠을 자는 사람의 인지증 발병률은 낮잠을 자는 습관이 없는 사람의 7분의 1 수준이었다. 30~60분 동안 낮잠을 자는 사람의 인지증 발병률도 낮잠을 자는 습솬이 없는 사람의 절반 이하였다. 밤에 오래 자지 못할 때는 가볍게 낮잠을 자서 뇌를 쉬게 해 피로를 풀어주라는 얘기다. 니시노 소장은 “억지로 저녁에 잠을 청하는 것보다 능동적으로 취하는 낮잠이 잠의 질에서 더 좋다”고 말한다.

◇ 숙면 습관을 위해 갖춰야 할 것 들 
사람마다 자신에게 맞는 최적의 수면 시간이 있다. 평균적으로는 7.5~8시간 정도라는 것이 정설이지만, 자신에게 맞는 수면 시간과 방법을 스스로 찾아내 적응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을 잘 모르기 때문에 우리는 늘 피곤함을 달고 사는 것이다. 병원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수면 과학 요법의 도움을 받는 것도 방법이다. 

숙면에 이르지 못하게 하는 나쁜 습관을 다스리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나는 잠이 없어”, “나는 잠을 많이 안자도 끄떡 없어”라는 태도다. 지금 당장은 견딜 수 있겠지만 나이가 들수록 축적된 피로감이 몰여와 여러 가지 인지장애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지적이다. 따라서 혹시라도 잠을 억지로 줄이려는 시도는 않는 게 좋다. 

미국의 윌리엄 C.디멘트 교수가 주창한 ‘수면 부채(Sleep debt)’가 바로 그런 것이다. 수면 부족이 쌓여 만성화되면 암이나 당뇨 등 생활습관병이나 우울증 같은 정신 질환, 인지증 등의 발병률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디멘트 교수는 “수면 부채는 자야지만 해소할 수 있다”고 했다. 그와 같이 연구를 한 니시노 소장 역시 “좋은 잠을 자려면 우선 잠의 ‘양’이 충분해야 하고, 양질의 수면이어야 하며, 개운하게 깨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진래·이의현 기자 jjr2015@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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