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법률 상식] 이혼 사유와 이혼소송

박성훈 기자 2023-09-05 07:47:28

최근 이혼하는 부부가 매년 평균 10만 쌍에 이른다고 한다. 이제 이혼이라는 사실 자체는 예전처럼 부끄러운 과거가 아니다. 오히려  새로운 출발을 의미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혼을 하는 방법이나 그에 따르는 법적 절차 등을 모르고 이혼하려는 사례들이 적지 않다. 관련한 의문점들과 오해들을 알아보자.

- 배우자가 집을 무단으로 나가고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으면 자동이혼이 된다고 하던데.
“그렇지 않다. 우리 법에 ‘자동이혼’이라는 제도는 없다. 우리나라에서 이혼할 수 있는 방법은 협의 이혼과 재판상 이혼, 두 가지 밖에 없다. 협의 이혼은 부부가 헤어지기로 합의한 후 법원에서 최종적으로 의사 확인을 받는 것이고, 재판상 이혼은 폭행이나 외도 등 법에서 정한 이혼사유가 발생했을 때 소송을 통해 이혼하는 것을 말한다.”

- 부부의 잠자리 거부도 이혼사유가 되나.
“부부간의 성 생활 불만도 이혼사유가 된다. 정당한 이유 없이 성 관계를 거부한 경우도 이혼의 ‘기타 사유’에 해당한다는 판례가 있다. 심지어는 성적 기능에 이상이 있어 정상적인 성생활이 불가능한 경우도 이혼 사유로 판결 난 사례도 있다. 법원은 부부간의 동거 ·부양의무에 성적 교섭도 포함된다고 보는 것이다.”

- 가정을 파탄낸 사람도 이혼 청구가 가능하다고 하던데.
“원칙적으로는 청구 자격이 없다. 다만, 예외가 있다. 상대방도 혼인생활을 계속할 의사가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한데도 오기나 보복적 감정으로 이혼에 응하지 않는 특수한 경우라면 유책 배유자도 이혼 청구를 할 수 있다.”

- 외도한 상간자에게도 법적 제재가 가능한가.
“간통죄 처벌이 2015년에 위헌 판결을 받기는 했지만, 배우자가 있는 사람과 부적절한 행위를 한 상간자는 배우자가 입은 정신적 고통을 위자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 법원의 기본 입장이다. 따라서 상간자를 대상으로 만사소송 제기가 가능하다. 상간자에게 부과되는 위자료는 통산 바람을 피운 배우자의 2분의 1에서 3분의 1 수준이다.”

- 이혼서류에 도장만 찍으면 이혼이 성립되는 것인가.
“아니다. 도장을 찍는 것으로 '협의이혼'이 시작되는 것이다. 부부가 이혼에 합의했다면 협의의혼 신청서를 작성해 두 사람이 함께 가정법원에 출석해야 한다. 법원은 곧 부부상담을 통해 부부의 협의 이혼 의지를 확인하고 자녀 양육 방안 등에 관한 안내와 함께 상담을 진행한다. 이후 자녀가 없으면 한 달, 자녀가 있으면 3개월 정도 후에 이혼 확정 날자가 정해진다.”

- 3개월 동안 주어지는 ‘숙려 기간’은 왜 부여하는 것인가. 
“처음 3개월 기간 동안에 부부가 자녀양육이나 친권자 결정 등이 협의되지 않으면 가정법원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 숙려 기간이 주어지는 것은 당장 이혼하고 싶더라도 몇 달 동안 재산 문제나 자녀 양육 문제 등을 잘 정리하고, 그래도 헤어지고 싶으면 다시 법원에 오라는 의미다. "
 
- 혼인취소와 혼인무효는 이혼과 어떻게 다른가.
“법적으로 결혼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이혼 외에 혼인취소와 혼인무효가 있다. 이혼이 부부생활 도중에 발생한 사유를 원인으로 한다면, 혼인취소와 혼인무효는 결혼이 성립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흠이 원인이라는 점이 다르다.”

- 혼인취소는 어떤 경우에 재판을 신청할 수 있나. 
“사기나 협박을 통해 결혼했거나 부모의 동의를 얻지 않은 미성년자 결혼, 이중결혼 등이 대표적인 혼인취소 사유다. 다만, 결혼 중 임신이 되었다면 취소를 청구할 수 없다. 사기·협박 결혼은 사유를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제기해야 한다.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악질 등 중대사유일 경우에도 6개월 이내에 재판을 청구해야 한다.” 

- 동성동본도 혼인무효 소송이 되는지 궁금하다.
“혼인취소보다 흠이 더 큰 경우에 혼인무효소송이 제기된다. 일방적인 혼인신고나 위장결혼, 동성동본 등이 대표적인 사유다. 혼인무효 판결이 나면 애초부터 결혼하지 않은 것과 같은 효과가 생긴다. 당초에는 8촌 이내 근친혼도 혼인무효 사유였으나 2022년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현재는 8촌 이내 근친혼만 금지되고 있다. 이미 혼인한 8촌 이내 결혼은 유효하다.”

 박성훈 기자 shpark@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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