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2080 시론] 가계대출 이어 신용카드 대출 연체율도 급상승...다중채무자 양산 두고 볼 것인가

8월 말 현재 2.9%로 1년 만에 0.9%포인트 올라
조진래 기자 2023-11-14 07:53:56

가계대출이 천정부지로 중가하고 있는 가운데 비교적 소액인 은행 신용카드 대출 연체율까지 덩달아 급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우려를 낳고 있다. 자칫 다중채무자를 더욱 늘리는 결과가 나올 수 있는 상황이라 이들 한계 대출자들에 대한 특단의 지원 시스템 및 구조개선 노력이 요구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말 현재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을 포함한 일반은행의 신용카드 대출금 연체율은 2.9%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2.0%에서 1년 만에 0.9%포인트나 상승한 것이다. 2015년 8월의 3.1% 이후 8년 만에 최고치 기록이기도 하다. 

일반은행의 신용카드 대출금 연체율은 현금서비스와 신용대출을 포함한 수치다. 대개는 은행 대출이 막힌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의지하는 소액 대출 창구다. 때문에 이 수치가 높아진다는 것은 결국 기존 대출자들이 더 이상 한계에서 벗어나기 힘든 지경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일반 은행의 대출금 연체율은 다른 대출에 비해 그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다는 것도 간과해선 안될 위험 신호다. 2014년 11월에 3.4%을 기록한 이후 지난해 9월에 1.8%까지 떨어졌다가 올해  1월(2.2%)부터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해 이제는 3%에 육박할 정도다..

같은 기간 일반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0.4%, 기업대출 연체율은 0.5%에 그쳤다. 이들 수치 역시 최근 3~4년 동안 크게 높아진 수치이긴 하지만 은행 신용대출은 더 가파른 속도로 크게 중가하고 있는 모습이다. 기존 대출자 외에 새롭게 대출시장에 진입한 한계 대출자들이 얼마나 양산될 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이 목에 차면서 각각의 대출 연체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결국 기존 대출이 막히거나 혹은 새로운 자금 수요가 커지면서 대출 시장에서 연체율 연쇄 동반 상승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인 분석일 것이다.

이대로 가면 고금리에 허덕이던 은행 대출자들이 더 빠른 속도로 다중채무자로 몰리고, 이제까지 경계선상에 있던 한계 대출 후보자들까지 대거 연체 시장에 내몰리게 된다. 은행과 공조를 통한 정부 차원의 특단의 조치가 없으면 자칫 선의의 피해자를 낳고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주름을 지게 만들 상황이다.

다중채무에 대한 책임은 당연히 당사자가 지는 것이 맞다.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대출 구조조정 노력을 적극 펼쳐야 함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요즘 같은 장기 불황에 언제 개선될 지 모를 영업 환경 속에서는 허리 띠를 졸라매고 스스로 살 궁리를 찾는 것이 도리일 것이다.

하지만 정부나 정치권, 금융기관이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책임 방기다. 정책 우선순위를 찾지 못해 갈팡질팡하는 정부, 매일 정쟁이나 일삼으며 말로만 민생을 외치는 정치권, 고금리 장사에 내 잇속 챙기기에 혈안이 된 금융기관들 모두 이 사태를 직시해야 할 것이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할 수 있는 시기다. 적어도 선의의 피해자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기존의 대출 및 심사 시스템을 더욱 정교화해야 할 것이다.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은 자신들이 대출자들의 주치의가 되어야 한다는 소명의식을 최소한이라도 가져야 할 것이다. 

재기가 좀처럼 허용되지 않는 대한민국에서 대출시장에서 마져 퇴출된다면 더 이상 쳐다볼 곳이 없어진다. 그런 최악의 결과가 나오지 않도록 정부와 금융권은 보다 정교한 지원 및 점검 시스템을 구축하고 정치권은 여야 모두 현실적인 민생 지원안을 만들고 실천하는 데 매진해야 할 것이다.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