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연금 자산 관리의 두 핵심 '키워드', 인공지능과 중국 부동산

이의현 기자 2024-02-08 09:06:25
미래에셋생명 조성식 부사장(왼쪽)과 이상건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센터장

노후를 대비한 투자를 할 때 어느 섹터에 자산을 배분하느냐에 따라 수익률에 큰 차이가 셍긴다. 특히 대표적인 노후자금이라고 할 ‘연금’ 자산을 어디에 어떻게 운용하느냐는, 은퇴 후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미래에셋생명에서 10조 원에 넘는 변액보험 자산을 운용 중인 최고투자책임자(CIO) 조성식 부사장을 이상건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센터장이 인터뷰한 영상이 최근 소개되었다. 1,2부에 걸쳐 이뤄진 인터뷰 내용을 일문일답식으로 정리해 소개한다.

- 2024년 자산배분 전략 계획을 짤 때 가장 중요하게 봐야 할 핵심 키워드는 무엇이고 그 근거는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
“올해 하나의 키워드를 꼽자면, 단연 AI(인공지능)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미국 다우지수가 약 14% 오르는 동안 나스닥지수는 43%나 상승했다.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세븐’이라 불리는 빅 테크 기업들 위주로 주가가 올랐다.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한 주가 재편이 지난해부터 시작되었는데 올해도 연초부터 뜨겁다.”

- 자산배분 차원에서 볼 때, 현재 인공지능 관련 기업의 주가가 너무 높은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1995년 미국 맨하탄에서 근무할 때 함께 일하던 일본 동료가 ‘시장에서 뭔가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얘기한 기억이 있다. 당시는 인터넷 기반 기술이 미국 전체 산업을 뒤흔들 정도였다. 많은 시장 참여자들이 지금은 인공지능이 그렇다고 생각한다. 과거에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셀’이 완전히 다른 영역으로 생산성을 크게 상승시켰던 역할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인공기능 관련 기업들 가운데 앤비디아나 마이크로소프트, 그리고 아직 상장되어 있지 않은 오픈AI처럼 수익 연결고리를 가진 회사들이 시장의 흐름을 좌우할 것이고, 인공지능으로 인한 생산성 향상 기대를 낳고 있다.”

- 인공지능에 투자할 때 눈 여겨 봐야 할 대상은 어디인가.
“인공지능의 성장과 직결되는 대표 기업들이다. 미국은 앤비디아, 한국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네덜란드는 ASML, 일본에서는 TEL 등이 있다. 인공지능의 가치사슬 전반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이 좋다. 예전의 비트코인, 메타버스처럼 인공지능도 지금 산업과 사회, 유저로부터 검증받는 시기에 있다. 인공지능이 생산성을 올려줄 것이란 기대가 높다 하지만 아직 낙관하기는 이르다. 한 때 뜨거웠던 ‘완전자율차량’ 기술도 지금은 당초보다 기대가 낮아져 있는 상태다. 하나의 섹터에 집중 투자하기 보다는 산업적으로 리더십을 가진 기업과 국가, 자산군에 분산 투자해 보유하는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인공지능을 주도하고 있거나 그럴 가능성을 높은 기업들로 구성된 ETF 전략이 필요하다.”

- 국내 시장에 투자한다면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좋을까.
“내수와 수출이 모두 어려워질 때 위기가 온다. 그런데 지금은 글로벌 인공지능 시장의 성장이 자금 국내 반도체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작년부터는 경상수지 흑자 기조도 나타나고 있다. 반도체 수출 비중이 20% 정도다. 인공지능 시장의 성장에 따른 국내 반도체 수출 증가의 영향으로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유지되는 한, 원화 약세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렇다면 금리를 내릴 여력이 생긴다. 내수 경기 침체 요인이 존재하지만 시장 자체 흡수가 가능할 것이다. 미국도 아직 해소되지 않은 인플레 우려 요소들이 있어, 금리가 큰 폭으로 내려갈 가능성은 낮다. 따라서 올해 국내 투자는 인공지능 성장 수혜를 받는 반도체 섹터에 집중할 만 하다.”

- 자산배분 차원에서 인공지능 외에 올해 주목해야 할 키워드는 또 무엇이 있다고 보나.
“중국 부동산 위기, 그리고 중국 정부의 대처 방안이다. 글로벌 증시에 충격을 줄 수 있는 이슈다. 중국에 빈 집이 1억 채에 이른다는 보도가 있었다. 우리나 일본도 빈 집이 많지만 대부분 감가상각이 끝난 주택들이다. 반면에 중국은 분양 후 입주도 하지 않았는데 빈 집 가격이 올랐다는 데 문제가 있다. 그러니 계속 주택을 짓게 되고 결국 공급과잉이 야기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 빈집 소유자의 금융비용이 증가하고 이는 곧 가처분 소득 감소와 내수 축소를 부를 수 밖에 없다. 시장 안정화를 위해선 해법이 필요한데, 규모가 워낙 커 충격 요법을 펼 경우 중국 사회는 물론 세계 경제에 부정적 여파를 가져올 수 있다.”

- 중국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미인가.
“중국은 이미 미국과 견줄 정도로 세계적인 인공지능 기술력을 보유한 것으로 판단된다. 제조 기술이 워낙 뛰어나 투자기회가 있을 것이다. 부동산 시장의 큰 숙제가 해소되는 것이 보일 때 기회를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부동산 문제만 잘 해결되면 중국에서는 새로운 투자기회가 있을 것이다.” 

- 변액보험을 운용할 때 어떤 원칙으로 자산을 배분하나.
“기관투자가의 자산배분 원칙 가운데 ‘금과옥조’의 원칙이 하나 있다. ‘장기수익률은 자산배분이 90%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나머지 10%는 종목 선택고 마켓 타이밍이다. 이 원칙을 항상 지키고 있다. 워런 버핏이 대표적이다. 장기투자가 복리효과를 나타내면 상상을 초월한 성과가 나온다. 특히 변액보험은 해외자산에 투자하면서 계약기간이 10년이 유지되면 최대 월납 150만 원, 일시납 1억 원까지 비과세 혜택이 주어진다. 10년만 고생하면 노후를 든든하게 보상받을 수 있다.”

- 변액보험 운용 시 시장에서 인기 있는 상품이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맞지 않는 경우도 있지 않나.
“올해 화두가 되고 있는 ELS가 대표적이다. 특정주식이나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해 만기 동안 주가가 크게 떨어지지 않으면 일정 확정수익을 얻는 파생상품이다. 변액보험에서도 ELS 투자는 가능하다. ELS는 평상시에는 시장금리보다 2~3배 수익을 내 주는 굉장히 효자 상품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조기 상환이 되어 투자수익이 1000만~2000만 원이 되면 금융소득종합과세로 직행한다는 점이 문제다. 그래서 우리 미래에셋은 시장 수요가 있어도 변액보험 펀드에 ELS를 편입시키지 않고 있다.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상품이긴 하지만 시장의 이벤트에 의해 크게 손실이 날 수도 있어, 노후자산 운용을 위해 10년 이상 장기적으로 운영되는 변액보험에는 리스크가 커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 마지막으로 투자자들에게 당부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해 달라.
“국민연금만으로는 노후를 대비하기에 부족하다. 공적연금 외에 퇴직연금 또는 변액보험 같은 개인연금처럼 ‘나만의 연금’을 활용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지금은 비록 작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좋은 자산에 투자해 두면 나중에 깜짝 놀랄 만한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절대 실패하지 않는 투자원칙이 있다. 글로벌 우량자산에 적립식으로 장기투자해 자산을 배분하고, 개별 종목이나 마켓 타이밍 투자는 지양하는 것이다. 이른바 ‘투기용 계좌’는 따로 분리해 소액으로만 운용하시길 당부 드린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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