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올해 가장 주목받는 이슈 가운데 하나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다. 지난 1월 정부의 첫 발표 이후 5월에 기업가치 제고 공시 관련 가이드라인이 발표되었고 이미 일부 기업부터 자율공시가 이뤄지는 등 속도가 붙고 있다. 올 1분기 외국인 누적 순매수액이 16조 원을 넘어 사상 최고 기록을 세운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렇다면 우리 투자자들은 이 프로그램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활용해야 좋을까. 이규성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선임매니저가 그에 관해 소중한 팁을 주어 일문일답식으로 정리해 소개한다.
-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어떤 이유로 도입되었나. “국내 주식시장의 질적인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우리 주식시장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시가총액이 2558조 원에 달해 세계 13위권에 이를 정도로 양적인 성장은 달성했다. 하지만 상장기업의 10년 평균 PBR(순자산 대비 주가)은 1.04배로 선진국 평균인 2.5배에 한참 못 미쳐 아직도 많이 저평가되어 있다.”
- 일본이 우리보다 먼저 이 프로그램을 도입한 것으로 안다. “그렇다. 작년 4월에 우리나라 보다 앞서 일본이 제도를 시행해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시 PBR 1배 미만인 상장기업이 54%에 이를 정도로 일본도 극심한 저평가 상황이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일본 정부는 PBR 1배 미만의 저평가 기업들을 대상으로 하는 기업 밸류 업 프로그램을 고안했고, 시행 1년 만인 올 2월에 니케이225 주가가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
- 일본은 이 프로그램으로 어떻게 기업의 가치를 높였나. “일본의 프로그램 전담기관인 도쿄증권거래소는 PBR 1배 미만인 상장기업에 자기자본 대비 세후순이익을 의미하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의 개선을 요청했다. ROE를 개선하려면 세후순이익을 높이거나, 자기자본을 줄여야 한다. 사업 효율화를 통한 이익 개선안은 장기적인 차원에서 접근이 필요했다. 반면에 자기자본 축소는 이사회 의결만으로도 단기간에 효과를 낼 수 있었다.”
- 장단기적으로 조화로운 정책 조합이 필요해 보인다. “그렇다. 기업들은 사내유보된 이익잉여금을 주주배당해 자기자본을 줄이거나 자사주를 소각해 자기자본을 축소하면 가능하다.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성장을 유도하고, 단기적으로는 주식시장의 주주환원율을 개선할 수 있는 것이다.”
- 우리 기업들이 기업 밸류 업 프로그램을 시행하면 어떤 지원 혜택이 있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자율성에 기반한다. 강제성을 띄게 되면 자칫 프로그램 자체가 요식행위로 변질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대신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는 상장기업에게 법인세 인하와 배당소득세 분리과세 혜택을 제공할 방침이다. 5종 세정지원(모범납세자 선정 우대, R&D 세액공제 사전심사 우대, 법인세공제·감면 컨설팅 우대, 부가·법인세 경정청구 우대, 가업승계 컨설팅)도 지원된다.”
- 일본에서도 그런 혜택을 주어 성공한 것인가. “앞서 얘기한 혜택 외에 우리는 거래소 부과금 및 수수료 면제 혜택도 추가된다. 이런 혜택들은 일본에서도 제공되지 않는 파격적인 것 들이다. 아직은 국내 상장기업들이 다소 부담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간에 차별화가 나타날 수 있어, 자본시장에서 채권과 주식을 통해 자본을 조달하는 기업들 입장에서는 이 프로그램 시행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 투자자들은 어떻게 이 프로그램에 대처해야 하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는 상장기업은 기업가치를 빠르게 끌어올리기 위해 배당과 자사주 소각을 통해 사내유보금을 줄이는 방식으로 자기자본수익률(ROE)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높다. 상장회사의 자본재배치가 효율화된다면 우리 기업 전반의 성장률이 높아질 가능성이 커져, 코스피 지수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이에 투자자들은 배당소득에 대한 세제혜택을 누릴 수 있는 연금계좌나 ISA(종합자산관리계좌)의 활용에 관심을 좀더 기울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 우리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향후 추진일정과 보완 필요점이 있으면 알려 달라. “정부는 상장기업이 자율적으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수립하고 이행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에 지수, ETF 등 관련 장치들을 11월 중에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 다만, 국내에서 이 프로그램이 성공하려면 일본처럼 기업지배구조개선을 위한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 준칙)’ 강화 같은 노력도 필요하다. 기업과 자본시장의 경쟁력 강화 노력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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