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산운용업계에서 ETF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김남기 미래에셋자산운용 ETF 운용부문 대표가 최근 <당신의 미래, ETF 투자가 답이다>라는 책을 냈다. 김 대표는 최근 이상건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센터장과 함께 노후 연금자산의 최적 투자상품이라 할 ETF에 관해 대담하는 시간을 가졌다. 김 대표는 이 자리에서 S&P 500 ETF 같은 상품에 관심을 두고 노후 자산 운용 전략을 짜 볼 것을 권했다.
- 책을 쓴 계기는 무엇인가. “2023년에 국내에 상장된 ETF가 160개 이른다. 올 상반기에만 73개가 상장되어 현재 870개에 달한다. 상장 종목 수 기준으로 세계 4위에 해당한다.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다양한 종류의 상품들이 출시되고 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상품들이 쏟아지다 보니 관련 투자정보도 과다해 투자자들이 오히려 혼선을 겪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투자자들에게 정말 필요한 지식을 나누고 싶어 책을 썼다.”
- 18년 동안 ETF를 만들고 운용해 온 것으로 안다. 국내 ETF 시장은 어떻게 성장해 왔나. “2002년에 2개의 상품이 처음 출시된 이후 상당 기간은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2009년부터 시장이 반등하면서 개인투자자들도 인덱스 펀드 ETF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후 매매도 쉽고, 개별주식 매매보다 글로벌 혁신기업에 다양하게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되면서, 특히 연금계좌에서 ETF를 장기투자하는 시대가 열리면서 시장이 급속히 성장했다.”
- 책의 부제가 ‘10년 후 후회하지 않는 선택’이다. ETF가 어떤 측면에서 노후 대비 연금투자에 적절하다고 보나. “일단 노후대비는 장기투자가 기본이다. 우량자산에 분산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인덱스 펀드인 ETF는 지수를 추종하니 분산된 포트폴리오로 활용할 수 있어 좋다. 낮은 비용도 강점이다. 비용 대비 장기 투자 시 복리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 연금투자나 자산배분 때 글로벌 투자가 키워드가 되고 있다. 김 대표는 미국 시장 투자를 특히 권유하고 있다. 이유가 무엇인가. “미국 시장은 전 세계 주식시장의 60%를 차지하는 대표적 시장이다. 미국 시장이 가진 주주친화적 기업문화와 높은 혁신성도 본다. 많은 기업들이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인수합병 등을 통해 글로벌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가만히 있어도 자사주를 매입·소각해 저절로 주주 지분율이 높아진다. 노후 준비에 있어 안정성이 대단히 중요한데 미국은 지정학적으로 전쟁 위험과 거리가 있어, 장기 투자에 적합한 안정성을 갖췄다. 인구학적 측면에서도 이민자 정책을 통해 꾸준히 인구가 유지된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 최근 중국을 대체할 나라로 인도가 부상하고 있다. 인도 투자 시 고려 사항이나 리스크는 어떤 것 들이 있나. “인도는 주목해야 할 나라다. 작년에 중국을 넘어 세계 최대 인구 보유국이 되었다. 중위연령이 31세에 불과할 정도로 젊은 나라다. 특히 중산층이 급격히 늘면서 내수 소비가 급성장하고 있다. 2030년에는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대 경제대국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인도가 중국과 가장 다른 점은 ‘민주주의’에 있다. 자본주의가 합리적으로 작동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이에 인도 대표지수인 NiFty50에 투자하는 ETF, 인도 소비재 관련기업에 투자하는 ETF 등이 주목을 끌고 있다.”
- ETF는 종류가 너무 많아 고르기가 쉽지 않다. 연금 축적 단계에 있는 투자자들이라면 ETF를 고를 때 어떤 기준을 갖는 것이 좋을까. “ETF에서 중요한 세 가지 숫자가 있다. 지수 값, 순자산가치(NAV), 그리고 시장가격이다. 지수와 순자산가치의 차이를 ‘추적오차’라고 하고, 순자산가치와 시장가격의 차이를 ‘괴리율’이라고 부른다. 추적오차와 괴리율이 낮은 ETF가 좋은 ETF라고 할 수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쉽게 펀드의 규모(순자산)이 큰 ETF, 거래량이 많은 ETF를 보면 될 것 같다. 순자산이 크다는 것은 검증이 되었다는 얘기고, 거래량이 많다는 것은 괴리율이 낮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 2022년부터 연금인출 단계에 적합한 ETF 상품들이 많이 출시되고 있다. 연금 인출기에는 어떤 ETF가 좋을까. “이제 적립 보다 인출이 더 중요해졌다. 그래서 월 분배형 ETF가 나왔다. 배당과 이자를 재원으로 하는 주식형과 채권형, 배당금을 재원으로 하는 리츠형, 옵션 거래에서 발생한 프리미엄을 재원으로 하는 커버드콜 형 등 4가지 형태의 투자 상품들이 있다.”
- 월 분배형 ETF를 고를 때, 고분배율 외에 또 무엇을 보아야 하나. “연금 인출 시 원금의 가치를 어떻게 잘 보존할 것인가, 어떻게 안정적으로 현금흐름을 만들어 밸런스를 유지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ETF를 고를 때도 원금의 가치를 잘 보전할 수 있는지부터 봐야 한다, 예를 들어 연분배율 15%인 S&P500커버드콜 ETF의 경우 S&P 500의 20년간 평균 수익률이 약 11%임을 고려하면 원금 손실 우려가 있다. 다음으로, 어떤 방식으로 운용되는 상품인가를 봐야 한다. 펀드 매니저가 직접 운용하는지, 선물로 운용되는 지, 합성형으로 되는 지 봐야 한다. 예상치 못한 수수료 비용 부담이 생길 수 있다.”
- 커버드콜 ETF를 권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젊은 시절에 S&P 500에 투자해 열심히 모은 적립금에서 생활비를 빼 써야 할 때 많은 사람들이 상실감을 크게 느낀다고 한다. 이럴 때 S&P 500+10% 프리미엄 커버드콜 ETF로 바꾸면 보유자산을 매각하지 않아도 분배금을 통해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다. 분배금으로 또 다시 투자할 수 있어 좋다. 원래 상품 개발 때는 은퇴자나 은퇴 예정자들을 보고 만들었는데, 실제 월 분배형 ETF 투자자들의 절반 이상이 3040 투자자들이다. 그만큼 젊을 때부터 캐시 플로 중심의 투자 패턴을 생각하고 있다는 얘기다.”
- 책에서 ‘보수적 투자’에 관한 내용을 다루었다. 연금투자자들이 적용하면 좋을 투자 방법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먼저, 단순한 전략이 이긴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시간이 내 편이 되는 투자를 하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투자에는 정답이 없다는 것이다. 각자의 상황에 맞는 투자 방법을 스스로 고민해 결정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량 자산에 분산투자하는 ETF가 장기투자에도 좋고 수익도 가져다 준다고 본다.”
- 노후 자산을 ETF로 운용하는 투자자로서, 연금투자자분들께 조언을 주실 것이 있다면 얘기해 달라. “우리나라 가계 자산의 80% 가량이 부동산이다. 3040 세대 역시 마찬가지다. 일부 금융자산도 40% 이상이 예·적금이다. 투자문화의 변화가 필요한 때다. 지금 미국 투자 붐의 초입에 있는데, 앞으로 더 폭발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2020년 8월에 상장한 타이거 S&P 500 ETF의 순자산이 올 상반기에 4조 원으로 늘었다. 상반기에만 개인 순매수액이 8000억 원이 넘는다. 이 책을 통해 일부 S&P 500 ETF 투자를 시작해 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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