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경제학자인 김준목 경제칼럼니스트(경제학박사)가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에 ‘노벨상 수상자가 직원들 저축률을 4배로 끌어올린 방법은?’이라는 재미있는 글을 올렸다. 그는 ‘내일 더 저축하자’라는 이름의 실험을 하나 소개하면서, 노후에 대비한 경제학자들의 새로운 저축 프로그램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 ‘내일 더 저축하자’ 실험의 효과 1998년에 한 미국 중소 제조기업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실험이 이뤄졌다. 이 직원들은 평소에 거의 저축을 거의 하지 않았다. 그래서 회사 경영진은 이들의 퇴직 후를 걱정하게 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두 명의 경제학자가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저축 프로그램을 제안했다.
제안의 핵심은, 지금이 아닌 미래에 저축률을 높이는 것을 ‘미리’ 약속하고 설정해 놓는 것이었다. 현재 월급의 5%를 저축하고 있다면, 내년에는 6%, 후년에는 7%를 저축하겠다고 미리 정해 놓는 것이다. 저축률 상한선도 정했다. 사람들은 대부분 가지고 있는 돈이 당장 줄어들기 보다는 미래에 줄어드는 것에 비교적 수용적이었다.
실험 결과, 저축 프로그램에 참가한 근로자들의 평균 저축률은 월급여 3.5% 정도에서 13.6%로 네 배나 치솟았다. 40개월 동안 1년에 대략 3% 정도씩 꾸준하게 저축액을 올린 결과였다. 경제학자들의 개입이 큰 성공을 이뤄낸 것이다. 이 두 경제학자 중 한 명이 2017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 시카고대의 리차드 탈러 교수다. <넛지>라는 행동경제학 책의 저자로 유명한 그 사람이다.
김 박사는 행동경제학 분야의 또 다른 대가인 댄 애리얼리 듀크대 교수의 <예측 가능하게 비합리적이다>라는 책도 소개했다. 그는 가격표가 9900원일 때 1만 원인 경우보다 왠지 모르게 더 눈길이 더 가는 것은, 100원의 할인 금액이 매력적이라기 보다는 ‘예측 가능하게 비합리적인’ 우리의 특징 때문이라고 말한다.
◇ 불확실성 속 ‘아는 만큼’ 저축한다 김 박사는 ‘내일 더 저축하자’ 실험에서 우리는 얻어야 할 가르침은, 미리 설정할 수 있는 것 중 자신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은 무엇이든 이용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험 제목이 ‘내일 더 저축하자’인 이유도, 당장의 희생을 좋아하지 않는 인간의 특징을 역이용해 ‘내일’의 약속을 미리 받아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큰 범주에서 보면 자동이체도 여기에 포함될 수 있다. 요즘 시중의 투자 어플리케이션 가운데 인출 및 투자를 미리 설정하는 것을 유도하는 경우도 이런 행동경제학 요소를 이용한 사례라고 설명한다.
그는 여기에 더해 하나의 팁을 더 제시했다. 미래의 자기 생일이나 결혼기념일, 혹은 월급이 오르는 날에 맞춰 저축양 늘리는 것을 미리 설정해 보라는 것이다. 특별한 날이기에 심리적 반발심이 적어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이 역시 ‘예측 가능하게 비합리적인’ 또 다른 우리 모습이기도 하다고 그는 말했다.
김 박사는 “인간이 가장 싫어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불확실성”이라며 “우리에게 예측 가능한 면이 있다는 것은 사실 매우 고무적”이라고 했다. 맛있는 것이 많고 살 것도 많은 현대 세상이지만, 우리의 예측 가능한 부분을 잘 이용한다면 적어도 중간은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결국, 아는 만큼 저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댓글
(0) 로그아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