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이슈] 서울 그린벨트 해제 등 신규택지 조성 본격화 … 공급 확대 ‘명’과 ‘암’

그린벨트 토지보상 등 난제 산적해 5년 내 입주 '글쎄'...고령층 위한 배려 빠져 아쉬워
박성훈 기자 2024-11-05 17:27:10
클립아트코리아. 기사 및 보도와 연관없음.

정부가 5일 신규택지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주택 수요가 갈수록 집중되고 있는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 5만 가구의 대규모 신규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서울 그린벨트 해제는 12년 만이다. ‘공급 절벽’ 우려가 가시지 않는 상황에서 부동산 가격 추가 상승 우려감이 커지자 정부가 서둘러 특단의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번에 혜택을 받게 된 서울 서초 서리풀지구는 강남 생활권의 교통 요지이고, 고양과 의정부, 의왕 등도 모두 서울에서 10㎞ 아내에 위치해 상당한 정책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수혜 지역이 모두 이렇게 서울을 향해 위치해 있다 보니, 이번 조치로 서울 수도권 집중이 더 심화될 것이란 우려도 높다.

정부는 또 앞으로 5년 후인 2031년부터 입주가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그린벨트 해제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 지 속단할 수 없는 상황이라 실제 이행 여부는 좀도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 서울·경기 요지 그린벨트 대거 해제
정부가 이번에 서울 내 신규택지 후보지로 지정한 서초구 서리풀지구는 거의 100%가 그린벨트로 묶여 있는 곳이다. 원지동과 신원동, 내곡동, 우면동 일대로 전체 부지가 221만㎡(67만평)에 달한다. 정부는 역세권 고밀개발을 통해 양재, 판교 업무지구 사이의 이곳에 2만가구 공급을 계획하고 있다. 그린벨트가 해제되면 용적률을 250% 그 이상으로 높일 수 있어 매력적이다.

2만 가구 중 55%인 1만 1000가구는 서울시가 특별히 신혼부부용 장기전세주택Ⅱ(미리 내 집)으로 공급한다. 신혼부부가 전세로 입주한 뒤 기본 10년을 살 수 있다. 아이를 셋 낳으면 최장 20년까지 거주할 수 있다. 그 후에도 시세보다 최대 20% 싼값에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어 수요가 몰릴 것으로 기대된다. 

경기도에 조성하는 신규택지 3곳도 그린벨트가 거의 대부분이다. 고양 대곡역세권은 주변이 거의 허허벌판일 정도이고, 의왕 오전왕곡 지역도 90% 가까이가 그린벨트다. 이 가운데 대곡역은 5개 철도 노선이 지나는 환승역이라 일찌감치 개발 후보지로 손꼽혀온 지역이다. 정부는 이곳 199만㎡(60만 평)에 9400가구 주택을 공급할 예정이다. 연말에는 GTX-A 노선이 개통될 예정이라 초역세권이 될 전망이다.

정부는 의왕 오전왕곡지구에는 187만㎡(57만 평)에  1만 4000가구를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내심 이곳이 과천∼봉담 도시고속화도로와 연접해 과천지식정보타운과 연계한 의료, 바이오산업 유치에 유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토부는 2029년 개통 예정인 동탄∼인덕원선 및 GTX-C 노선과의 연계를 강화해 서울 도심까지 30분 내 접근성을 보장한다는 방침이다.

이밖에 7000가구가 들어설 의정부 용현지구는 군부대로 인해 개발이 이뤄지지 못했던 곳인데, 개발이 예정된 인근 의정부법조타운과 기존 도심 통합 생활권을 조성할 방침이다. 용현지구는 2026년 개통 예정인 서울 지하철 7호선 연장선 탑석역과 GTX-C 의정부역 사이에 위치해  신설 철도 교통과 연계할 경우 서울 도심까지 30분대 진입이 가능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 정부의 공급 확대 의지 확인… 시장은 일단 ‘반색’
정부의 신규 택지 공급 발표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들이나 시장은 일단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특히 가격 편중 상승 우려에도 불구하고, 서울 강남권 지역이 택지로 포함됐다는 점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향후 주택 핵심 수요층이 될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지역들이 대거 포함된 만큼, 정책 효과도 과거와 다르게 일정 부분 기대할 수 있으리란 전망이 우세하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이번 대책에 대해 ‘정공법’이라고 평가했다. 교통이 불편한 외곽에 신도시를 지어 우회적으로 주택 공급 확대를 꾀하기보다, 수요자들이 실제 필요로 하는 지역에 집중적으로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점에서 그렇다는 설명이다. 그는 최근 주택공급 감소에 따른 불안감이 상당했다는 점에서 이번 공급 계획이 가격 등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 전망했다.

다른 전문가들도 서초 서리풀지구의 2만 가구 공급 규모에 의미를 두는 모습이다. 이곳에 시세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주택이 공급될 경우 서울 내 수요 분산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란 조심스런 낙관론도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다. 

◇ 정부 의지는 확인… 과연 5년 내 가능할까 우려도
국토부는 이번 조치 발표와 동시에 신규 후보지에서의 투기 방지를 위한 대책을 철저하게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만큼 그린벨트 해제 조치에 뒤따르는 부작용을 단속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국토부는 내부 직원들의 현지 부동산 보유 현황 등을 엄밀히 찾아내고 필요시 자금 조달 내역까지 분석할 방침이다. 불법이 의심되면 국세청·금융위 등에 통보하고 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다.

또 다른 문제는 과연 5년 내 이런 대규모 프로젝트가 실제 이뤄질 수 있겠느냐는 점이다. 공공사업지 대부분이 당초 일정보다 늦어지는 것이 일반적인데다 ‘그린벨트’라는 특수성 때문에 자칫 ‘5년 내 첫 삽’이라는 공약이 이행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신중론이 고개를 든다. 토지 보상을 둘러싼 분쟁이 생기면 일정이 더 늦춰질 소지도 있다.

이번 주택 공급 대상에서 중장년 무주택자들이 소외되었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저출생·고령화가 함께 심화화는 상황에서 너무 저출생 대책에만 집중해 신혼 부부 공급물량만 계속 늘리느라 시니어 마을이나 시니어 센터 등이 들어설 부지 확보가 상대적으로 배제되지 않았느냐는 비판적 시각도 제기된다.

 박성훈 기자 shpark@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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