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정산 때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 IRP(개인형퇴직연금)에 가입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나중에 퇴직급여를 이 곳으로 이체할 수도 있고, 55세가 넘으면 퇴직급여를 연금으로 수령해 퇴직소득세를 감면받을 수도 있어 많이 선호된다. 하지만 정작 그렇게 쌓이는 적립금을 어떻게 운용할 지에 관해선 많은 사람들이 거의 무지에 가깝다.
IRP는 정기예금 같은 원리금보장형 상품은 물론 펀드 같은 실적배당형 상품까지 다양한 금융상품에 투자할 수 있어 투자 효과가 크다. 하지만 퇴직연금 사업자마다 제공하는 금융상품이 다르기 때문에 자신이 가입한 IRP의 금융회사가 원하는 금융상품을 운용할 수 없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래서 다른 금융회사로 계좌를 옮기려 해도 구체적인 방법을 몰라 전전긍긍하기도 한다.
이동근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연구원이 이와 관련해 IRP 수익률을 높이고 싶어 거래 금융회사를 옮기려 할 때 주의해야 할 사항과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해설해 주어 도움을 준다. 그는 IRP를 이전하기에 앞서, 가입 중인 금융회사가 제공하는 금융상품과 서비스부터 확인하라고 조언했다.
현재 금융회사에서 동일한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면 궂이 옮길 필요가 없다. 같은 금융회사 안에서 DC형 퇴직연금과 IRP로 운용 가능한 금융상품도 큰 차이가 없다.
다음으로, 옮길 금융회사의 연금수령 방식을 살피는 것이 순서다. IRP 가입자는 IRP를 취급하는 금융회사 어디든 이전이 가능하다. 2023년 말 기준 IRP를 취급하는 금융회사는 증권사 14곳, 생명보험사 10곳, 손해보험사 6곳, 은행 12곳 등 총 42곳이다. IRP에서는 연금을 수령할 수도 있으니, 연금 개시를 앞둔 IRP 가입자라면 어떤 연금수령 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지도 확인해봐야 한다. IRP 가입자가 선택할 수 있는 연금수령 방식에는 크게 5가지가 있다.
매번 받는 금액이 일정한 ‘정액식’, 일정한 기간 동안 연금을 수령하는 ‘기간분할식’, 법에서 정한 연금수령한도에 맞춰 적립금을 출금하는 ‘한도분할식’ 등이다. 가입자가 원하는 때에 원하는 만큼 출금하는 ‘비정기 인출’과 가입자가 사망할 때까지 받는 ‘종신형 연금’도 있다. 금융회사 한 곳에서 5가지 연금수령 방식을 모두 제공하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이전할 금융회사가 자신이 원하는 연금수령 방식을 제공하는지 체크해야 한다.
다음은 이전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순서다. IRP계좌를 이전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연금 개시 전인 IRP 적립금을 이미 연금을 개시했거나 개시 신청을 한 IRP로 이전할 수 없다. 2013년 3월 1일 이후에 개설한 IRP를 그전에 개설한 IRP로 이전할 수도 없다.
그 이전에 IRP에 가입했다면 최소 5년 이상만 연금을 수령하면 됐지만, 이후 가입자는 10년 이상 수령해야 한다. 2013년 3월 1일 전에 개설한 IRP끼리 또는 그 전에 개설한 IRP에서 그 이후에 개설한 IRP로는 적립금을 이전할 수 있다.
이전할 금융회사를 골랐다면 다음은 언제, 어떻게 이전할지를 선택해야 한다. DC형 퇴직연금 가입자는 회사에서 정한 기간 내에서만 퇴직연금 사업자를 변경할 수 있지만, IRP는 가입자가 원하면 언제든지 적립금을 옮길 수 있으며 옮기려는 금융회사에 직접 이전 신청을 하면 된다. 이때 금융회사 상담창구를 직접 방문하거나 모바일 앱 등을 활용해 비대면으로 이전 신청을 할 수도 있다.
이전 신청을 하려면 가입 중인 금융상품을 그대로 가지고 갈 것인지, 현금화해서 이전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DC형 퇴직연금처럼 IRP를 옮길 때도 실물이전이 언제나 가능한 것은 아니므로, 현재 운용 중인 상품 모두가 실물이전 가능한지는 사전에 확인해 봐야 한다. 현금화한 후 이전하겠다면 중도해지·환매에 따른 불이익 여부도 미리 확인해 두는 것이 좋다.
마지막 단계는 포트폴리오 점검 및 운용계획 수립이다. 적립금을 어떻게 운용할 지를 점검해야 한다. 적립금 전부 또는 일부를 현금화해 이전할 경우에는 특히 어떤 금융상품에 새롭게 투자할 지를 결정해야 한다. 실물이전 한 금융상품 중 정기예금과 같은 원리금보장상품이 있다면, 만기 도래 시점을 확인하고 만기상환자금 운용계획도 수립해야 한다. 디폴트옵션 상품도 함께 선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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