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이슈] 수렁에 빠진 자영업… 눈덩이 빚에 소비는 반등 기미 없어 ‘진퇴양난’

이의현 기자 2025-01-31 09:24:15
클립아트코리아. 기사 및 보도와 연관 없음.

내수에 의존하는 자영업자들이 그야말로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이제 감내할 수 있는 막판 한계에 까지 몰린 듯한 상황이다.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 소비는 좀처럼 살아날 기미가 없다. 경제 살리기에 올인해야 할 정치권은 계엄 사태에서 해어나지 못해 국민 먹거리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최악의 자영업 붕괴 조짐마저 보이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 자영업 사업소득 급감… 소비도 먼저 줄여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에 도소매·운수·숙박음식업 가구의 월평균 사업소득은 178만 2000원으로 1년 전에 비해 7.1%(13만 6000원)나 줄었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인 2020년 4분기의 마이너스 5.5%는 물론,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19년 이후 최대 감소 폭이다.

이들 자영업 업종들의 사업소득 부진은 내부 부진 장기화의 결과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소매판매액 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2.1% 줄면서 2003년의 3.1% 감소 이후 최대 감소폭을 보였다. 같은 기간 서비스 생산도 전년의 3.4%에 비해 절반도 안 되는 1.5% 증가에 그쳤다. 소득이 감소하면서 도소매·운수·숙박음식업 가구의 3분기 소비지출도 덩달아 5.6%나 감소했다. 

끝 없는 내수 부진에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되면서 내수 자영업 가구들부터 먼저 지갑을 닫고 있는 것이다. 같은 기간 전체 가구의 소비지출이 3.5%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내수 자영업 가구의 소비 위축이 더욱 두드러진다. 

◇ 빚 못 갚는 자영업자 1년 새 42% 급증

고금리와 소비 부진의 영향으로 빚을 갚지 못하는 자영업자가 최근 1년 새 42%나 급증했다. 신용평가기관 나이스(NICE)평가정보에 따르면 작년 3분기 말 현재 336만 9000명의 개인사업자(자영업자)가 모두 1123조 8000억 원의 금융기관 대출을 떠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대출과 사업자대출이 모두 포함된 수치인데, 자영업자 대출 규모가 1120조 원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자 역대 최고 기록이다.

특히 3개월 이상 연체가 발생한 상환 위험 대출자가 무려 14만 6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우려를 넣는다. 이는 2023년 3분기의 10만 3000명에 비해 1년 새 41.8%나 급증한 수치다.

이들 위험 차주가 보유한 대출액도 같은 기간 21조 6000억 원에서 29조 7000억 원으로 37.5%나 크게 늘었다. 30조 원 안팎에 이르는 자영업자 대출이 상환 불투명한 대출이 되어 있다는 얘기다. 지금처럼 소비가 부진해 사업소득이 나오지 않을 경우, 상당수 자영업자들이 추가로 대출을 받기도 더 어려워져 극한 압박에 시달릴 수 밖에 없는 지경에 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자영업자 중 연체 채무자가 1년 새 29%나 급증해, 더 이상 추가 대출이나 돌려막기가 불가능한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분기 말 현재 전체 다중채무 개인사업자는 172만 명으로, 전체 개인사업 대출자의 51.1%를 차지했다. 

특히 다중채무자 중 연체 차주는 9만 7000명, 이들의 전체 대출은 23조 5000억 원으로 1년 전에 비해 각각 29.3%, 29.8% 늘어난 것으로 조사되어, 채무 연체자 증가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음을 보여 준다.

한국은행도 지난해 3분기 말 현재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연체율을 2.03%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2014년 1분기 말(2.16%) 이후 10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 통계에서는 연체 기간을 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으로 하고 있지만, 상호금융·저축은행은 1일 이상 원금 또는 1개월 이상 이자 연체를 기준으로 작성되는 것이어서 2금융권 대출의 연체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 자영업자 상당수가 은퇴 후 ‘생계형’ … 자영업 죽으면 나라경제 미래도 없다

코로나 펜데믹 이후 기존 일자리를 버리고 자영업에 뛰어든 사람들을 포함해 현재 자영업을 하는 가구 중 상당 수가 사실상 은퇴 연령에 준하거나 그 이상 고령층이 많다. 따라서 이들 자영업 경제가 무너지면 노후 경제도 무너지고 나아가 나라경제 전체가 붕괴될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시급한 정책적 배려가 요구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현 상황에서 모든 자영업자들을 구제할 수는 없는 상황인 만큼, 회생 가능한 자영업자 중심으로 선별적이지만 충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정부 일각에서 대두되고 있는 추가경정예산을 1분기 내에 편성해서라도 자영업 붕괴를 막겠다는 정부 정책의 시그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최근 추경 필요성을 강조했던 이창용 한은 총재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자영업자 지원 중심의 추경을 강조한 바 있다. 이 총재는 “추경은 당연히 어려운 자영업자를 골라 타깃 해서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반에게까지 지원할 경우 그 혜택이 자영업자에게까지 가기가 어려울 것이란 설명이었다.

예산 당국의 관계자도 “추경이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만일 추경 편성이 이뤄진다면 재원의 한계 등을 감안해 ‘경쟁력 있는 자영업자’를 선별해 집중 지원하는 방향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전 코로나 펜데믹 때처럼 일괄적인 국민 지원금 지급보다는 선별적 지원이 합리적이고 분배정의적 선택이라는 것이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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