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이슈] 국토교통부 ‘자동차보험 부정수급 개선 대책’ … ‘나이롱 환자’ 등 경상환자 장기치료 발본

박성훈 기자 2025-02-28 10:26:03
클립아트코리아. 기사 및 보도와 연관 없음.

앞으로 이른바 ‘나이롱 환자’를 비롯해 경상환자가 장기 치료를 고집해 보험금을 과다 청구해 받아가는 길이 막힐 전망이다. 국토교통부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과 함께, 경상 환자의 ‘향후치료비’ 지급을 원천 차단하는 내용의 ‘자동차보험 부정수급 개선 대책’을 내놓고 철저히 감시·시행하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이번 조치는 궁극적으로, 불필요한 보상금 지급을 줄임으로써 개인 자동차 보험료의 인하를 유도한다는 목적이어서 주목된다. 

◇ 경상 ‘나이롱 환자’ 얼마나 어떻길래 

자동차 사고를 당한 환자들은 후유증을 염려해 장기간 치료를 받는 관행이 많다. 치료가 끝난 뒤에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추가 치료 비용을 사전적으로 지급하는 것을 ‘향후 치료비’라고 하는데, 이제까지는 정확한 제도적 근거 없이 보험사가 환자와 조기 합의하기 위해 관행적으로 지급해 왔던 것을 이번에 국토부가 바로잡기에 나섰다.

국토부에 따르면 2023년의 경우 경상 환자에 지급된 향후치료비가 무려 1조 40000억 원에 달했다. 정상적인 치료비 1조 3000억 원을 웃돌 정도로 비정상적으로 운용된 것이다. 비접촉 사고 운전자가 근육 긴장과 염좌를 이유로 200회가 넘게 통원치료를 받으며 1340만 원의 치료비를 쓰고, 단순한 후미추돌사고 피해 운전자가 58차례나 통원 치료하며 380만 원 상당의 치료비를 썼던 사례들이 속속 밝혀졌다. 

심지어는 사이드미러 접촉 사고를 당한 운전자가 척추 염좌 진단을 받고 치료비 500만 원과 합의금 300만 원을 수령해 가기도 했다. 이런 형태로 향후 치료비가 운용되다 보니, 최근 6년 동안 경상환자 치료비의 연평균 증가율이 9.0%에 달해 오히려 중상환자(3.5%)보다 높게 나타나는 비정상적인 결과가 지속됐다.

◇ 경상환자 장기치료 원천차단… 중상자에게만 ‘향후치료비’ 지급

국토부는 이러한 향후치료비 관행을 합리적으로 제도화해 피해 정도에 맞는 배상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향후치료비는 상해 등급 1∼11급의 중상 환자에게만 줄 수 있도록 지급 근거와 기준을 정할 계획이다. 한번 향후치료비를 수령하면 다른 보험을 통해 중복으로 치료받을 수 없는 방안도 마련했다. 상해등급 12급부터 14급까지 경상환자는 향후치료비 지급 대상에서 원천 배제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가벼운 자동차 사고에 내야 하는 합의금부터 크게 줄어들게 된다. 합의금이 통상적으로 치료비를 제외한 향후치료비, 위자료, 휴업손해 등 명목으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최소 수 백만 원이 지급되는 향후차료비가 빠지면 합의금 역시 줄어들 것이라는 게 국토부의 생각이다. 업계에선 합의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우려하지만 당장 향후치료비의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국토부는 경상환자 치료비에 대해서도 보다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었다. 경상환자가 8주를 초과하는 장기 치료를 받으려면 진료기록부 등 추가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데, 보험사가 당위성이 작다고 판단할 경우 지급보증 중지계획을 전달할 수 있도록 했다. 환자가 보험사에 동의하지 않아 보험 분쟁이 생길 경우를 대비해 조정 기구와 절차도 마련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관계 법령과 약관 개정을 올해 안으로 완료하고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내년에 갱신되거나 신규 가입되는 보험부터 이 지침이 적용된다. 국토부는 이와 함께 휴업손해 등 손해배상 지급 기준을 연구하고 자동차보험 약관에 규정된 보상금 지급 항목을 법제화하기 위한 논의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 보험사기 정비업자도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

국토부는 불온한 목적으로 보험사기에 가담하는 자동차 정비업체에 대해서도 철퇴를 들었다. 정비업자가 보험 사기로 금고 이상 형이 확정되면 사업 등록을 취소하기로 한 것이다. 한 번이라도 걸리면 ‘원스트라이크 아웃’된다는 의미다. 현재는 금고형 여부와 상관 없이 한시적 사업정지가 적용되고 있다. 1차 적발 시 10일, 2차 적발 시 30일에 이어 3차 적발이 되어도 90일 사업정지면 그만이다.

국토부는 보험 사기와 연계된 의사나 병원에 대해선 이번 조치에 담지 않았지만 부수적인 효과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국토부 관계자는 “과잉 진료는 전문적이고 판단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이번에 넣지 못했다”면서도 “경상 환자가 필요성을 입증하는 경우에만 8주 넘게 치료받도록 함으로써 간접적으로 과잉 진료를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성훈 기자 shpark@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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