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가 볼 만한 공제 축제] 영천 보현산천문과학관 8일 ‘블러드문’ 관측 행사 등
2025-09-04

나이가 들수록 꼭 알아야 할 상식 가운데 ‘자아분화척도’라는 것이 있다. ‘자아분화’란 감정과 사고를 분리시키는 능력을 말한다. 이것이 잘 분화된 사람은 사고와 감정의 균형을 잘 이루며 자제력과 객관성을 인정받는다. 그렇지 못한 사람은 자율성과 자주성이 부족하고 타인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경향을 보이면서 다소 충동적인 경향까지 보인다.
주변을 잘 살펴보면 가족들과 두루 잘 지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어릴 때까지는 잘 지내가다도 청소년기를 지나고 성인이 되는 과정에서 어떤 이유에서든 서먹서먹하고 멀어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상속 등 재산을 둘러싼 가족 간 갈등이 생기기하도 하면 가족들 간의 우애와 정이 예전 같이 않다.
이럴 때를 대비해 자신의 자아분화 정도를 측정하는 자아분화척도 자가 진단이 도움이 된다. 머레이 보웬(Murray Bowen)의 가족체계이론을 바탕으로 한 이 체크리스트는, 개인이 어느 정도나 자율적 사고와 감정적 독립성을 유지하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기준 틀이 된다.
제석봉 전 대구가톨릭대 대학원장이 이를 응용해 개발한 자아분화척도를 스스로 체크해 보자. 모두 36개 항인데 이 가운데 1~13번이 최근 2년 간의 전반적인 행동과 경험, 의견을 묻는 문항으로, 자신의 자아분화 상태를 인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1. 중요한 일을 결정할 때 내 마음이 내키는 대로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2. 나는 말부터 먼저 해 놓고 뒤늦게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
3. 화가 나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행동하는 편이다
4. 나는 욕을 하고 무엇이든 부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5. 다른 사람들과의 싸움에 잘 말려드는 편이다
6. 나는 대수롭지 않은 일에도 화를 잘 내는 편이다
7. 나는 내 말이나 의견을 다른 사람이 비판하면 즉시 바꾼다
8. 내 계획이 주위 사람의 인정을 받지 못하면 잘 바꾼다
9. 나는 비교적 내 감정을 잘 통제하는 편이다
10. 나는 남이 지적할 때보다 내가 틀렸다고 여길 때 의견을 더 잘 바꾼다
11. 나는 대다수 사람들의 의견보다 내 의견을 더 중시한다
12. 논쟁이 생기더라도 필요하다면 내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13. 주의의 말을 참고는 해도 결국 내 소신대로 결정한다
1번부터 9번까지는 ‘매우 그렇다’면 1점, ‘그렇다’면 2점, ‘아니다’면 3점, ‘전혀 아니다’면 4점으로 계산한다. 10번부터 13번까지는 반대로 ‘매우 그렇다’가 4점, ‘전혀 아니다’가 1점으로 계산한다. 총 합이 46점에서 52점이면 A 수준, 36점부터 46점까지는 B 수준, 19점부터 36점은 C 수준, 그리고 4점부터 18점까지는 D 수준으로 분류한다.
D 수준에 가까울수록, 즉 점수가 낮을수록 가족과 감정적으로 융합해 서로를 힘들어하며 견디는 경우다. 나와 가족의 구분이 명확치 않아 가족을 하나의 덩어리로 느끼는 것이다. 반대로 점수가 높을수록 감정과 판단이 객관적이고 자아정체감이 높은 상태로 판정된다.
실제로 D 수준은 낮은 자아분화 수준으로 평가된다. 가족과 정서와 사고가 거의 분리되지 않아 감정적으로 매우 취약하고 의존적이다. 타인의 반응에 과도해 주변 환경에 쉽게 흔들리는 유형이다. 심각한 불안 증세가 있을 수도 있다. 자기 정체성이나 자기 주도성이 부족해 주변과 갈등을 자주 겪고, 그로인해 스스로 불행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C 수준은 보통 이하의 자아분화 수준이다. 정서와 사고의 분리가 부족해 감정에 의해 생각이 자주 바뀌는 스타일이다. 타인의 의견이나 감정에 의존하고 갈등 상황에서도 자신의 의견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열심히 사는 것 같은데 늘 억울한 것이 많다는 느낌을자주 갖는다. 타인과 과도하게 융합해, 시간이 갈수록 관계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
B 수준은 보통 이상의 자아분화 수준이다. 정서와 사고는 어느 정도 분리되어 있지만 극단적인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정서적 반응이 우세할 수 있다. 그래도 대체로 자기 문제에는 스스로 잘 대처하는 편이다. 평소에는 독립적이지만 결정적일 때는 타인의 기대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비교적 균향 감각을 갖고 있어, 평범한 사람이 유지할 수 있는 최고의 상태다.
A 수준은 높은 자아분화 수준이다. 정서와 사고가 잘 분리되어 있다는 얘기다. 극단적인 감정 상황에서도 이성을 유지하고 독립적인 판단이 가능하다. 타인의 의견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가치를 유지하면서 주변과 건강한 관계가 가능하다. 자율성과 함께 감정조절 능력도 뛰어나다. 최상의 리더십을 보유한 사람이다. 일정 수준에 오른 종교인들에게서 종종 나타난다고 한다.
점수가 낮더라도 침울해 하거나 실망할 필요는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저 객관적으로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는 정도가 적당하다고 한다. 가능한 자아를 지키되,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과 열린 마음으로 만나려는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새로운 선택에 도전해 보려는 마음가짐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가족 구성원 개개인의 분화도를 합산해 평균을 내면 가족 단위의 분화도도 계산할 수 있다. 가족 분화도가 높으면 스트레스 상황이 와도 감정에 크게 좌지우지 되지 않고 정서적 안정감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될 만 하다. 반대라면 좋지 않은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가족분화도는 유전까지는 아니지만 집안의 특징적인 문화가 되어 다음 세대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고 한다. 따라서 가족분화도를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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