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 건강상식] 구강암
2025-09-13

나이가 들면서 치매가 올까 지레 걱정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날짜나 요일을 바로바로 기억하지 못하는 일이라도 생기면 ‘혹시 치매가 온 게 아니까...’ 걱정부터 하는 사람들이 많다.
대표적인 치매검사에 몬트리올인지검사(MoCA:Montreal Cognitive Assessment)라는 것이 있다. 주로 경도인지장애를 구별하기 위한 검사다. 동물 이름 맞추기나 100에서 7씩 빼기, 단어 외우기, 글자와 숫자를 번갈아가며 순서대로 이어나가기, 숫자 거꾸로 따라 외우기 등이 포함된다.
치매를 진단하려면 이런 기초적인 인지검사에 더해 가족들과의 인터뷰, 유전자 검사, 뇌영상 촬영 등 다각도의 검사가 추가로 이뤄진다. 치매신경인지검사(CERAD-K)에는 언어와 기억, 집행능력, 공간능력 등 여러 세부영역의 검사를 포함한다. 이런 검사를 토대로 의사는 ‘치매 초기’라고 진단을 내리거나 '치매 가능성’을 언급한다.
<나이를 이기는 심리학>을 쓴 한소원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이럴 때 의사들의 말이 갖는 영향을 잘 봐야 한다고 말한다.한 교수는 최근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에 기고한 글을 옹해 "인지검사 등을 토대로 의사가 ‘치매 초기’라고 진단을 내린다거나 ‘치매 가능성’을 말할 때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여기서 심리학 개념 중 ‘자기실현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을 소개한다. 믿으면 믿는대로 그대로 된다는 이론이다. 그는 ”실제로 우리가 할 수 있다는 것을 믿는 것이 실제로 미래를 이루어가는 능력을 만들어 간다“면서 치매나 그 징후를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큰 차이가 있다고 했다.
한 교수는 “기억은 쉽게 쇠퇴하는 능력”이라며 기억력 퇴화를 너무 크게 생각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노인들은 실수나 변화를 나이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은데, 치매 인지검사 점수가 나쁘다고 말하면 당연히 자신감이 떨어지고 사회활동도 피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가족들까지 치매환자 취급을 하며 돌봄의 대상이라고만 생각하기 일쑤인 상황에서 신체활동까지 줄어들면 당연히 인지기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했다. 하지만 "뇌 손상이 있어도 치매 증상 없이 살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치매 연구에서 랜드마크 같은 중요 연구로 David Snowdon 박사의 ‘수녀 연구(The Nun Study)’를 예로 들었다.
75세 이상 678명의 수녀들을 정기적으로 살펴보았다. 수녀들이라 모두 건강하고 건전하게 살아 온 사람들이지만 사후에 상당히 진척된 치매성 뇌신경 손상이 발견되기도 했고, 반대로 심한 알츠하이머 치매 증상 후 돌아가신 수녀의 뇌 부검에서는 미미한 손상 정도만 발견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한 교수는 “수십 년 동안 치매 연구가 진행되어 왔으나 아직까지 한 가지 원인이나 정확한 치료법은 나와 있지 못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뇌는 우리의 신체활동과 사회적 연결, 새로운 경험과 즐거움에 의해 변화하기 때문에 스스로 치매라고 믿고 신체활동을 줄이고 자주적으로 살아가기를 포기한다면 삶이 그렇게 변화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뇌는 나이에 따라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적응한다”며 뇌의 유연성을 언급했다. 더불어 "뇌는 고정된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인지검사의 점수가 치매 선고도 아니고 뇌의 성적표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어떤 삶을 사는가는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면서 나이가 들수록 삶을 전반적으로 들여다보는 적극적인 시각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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