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신간] 이시형·윤방부 <평생 현역으로 건강하게 사는 법>

92세-83세 ‘평생 현역’들의 인생 대담… 두 현역 명의가 전하는 건강과 인생 처방전
조진래 기자 2025-09-12 07:40:03
클립아트코리아. 기사 및 보도와 연관 없음.
 
‘평생 현역’인 92세 정신의학계 거장 이시형 박사와 83세 국민 주치의 윤방부 박사의 인생 대담이다. 호모 헌드레드(Homo-Hundred)’ 100세 시대에 노년에도 현역처럼 살아가는 비결을 알려준다. 늙지 않는 뇌와 몸,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가진 두 ‘현역 명의’가 후배들에게 전하는 진솔한 가르침이자 인생 처방전이다. 이들은 “일을 멈출 때 노화는 시작된다”면서 그냥 오래 사는 것보다 어떻게 오래 살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그럭그럭’ 만족하며 사는 것이 큰 행복이라고 말한다.


◇ 뜻밖의 장수시대… 평생 현역의 비결은?

장수는 ‘축복’이다. 하지만 준비 안된 장수는 ‘버거운 생존’이 될 수도 있다. 두 사람은 그 차이가 ‘삶을 대하는 태도’에 있다고 했다. 나이 듦을 ‘쇠퇴’로 받아들이는 순간부터 삶은 무너져 내리지만, 일하고 배우고 웃고 관계를 맺으려는 사람들은 다시 성장판이 움직인다고 했다.

이시형 박사는 “내 사전에 ‘은퇴’는 없다”고 했다. 지금도 세로토닌 기반의 건강기술로 ‘행복 호르몬 운동’을 펼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아버지, 100년 인생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라는 신간 소식도 전했다. 늘 현역이라는 마음에, 지하철 요금도 일부러 내고 다닌다고 했다.

윤방부 박사 역시 ‘평생 현역’이다. 천안아산 충무병원 재단 회장을 7년째 맡아 주 5일 풀 타임으로 일한다. LA라디오코리아 방송은 20년째 진행 중이며, 매주 화요일 ‘윤방부의 건강톡톡’은 7년째 생방송 출연 중이다. 죽는 날까지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하면서 ‘질적 장수’를 누리고 싶다고 했다.

이 박사는 노년기에는 삶의 목적과 의미를 찾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행복한 노년의 기준은 따로 없다"면서 ‘크게 가진 것은 없어도 그럭저럭 사는 게 행복하다’는 생각이 중요하다고 했다. 윤 교수도 ”노화는 신체적 변화일 뿐”이며, 오히려 성숙해지고 깊어지는 과정이라고 했다. 

윤 박사는 나이 들수록 고집이 세지고 자기주장이 강해진다며 이제 화를 참는 연습, 말을 줄이는 습관이 필요함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 박사 역시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중년 이후 건강을 지키는 가장 강력한 비결이라고 했다. 특히 “‘항(抗) 노화’ 보다 ‘순(順) 노화’”라며, 노화를 억지로 막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잘 다스리는 삶의 태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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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한 인생 2라운드… 나이 들 수록 더 잘 사는 사람들

윤방부 박사는 ‘과거’를 빨리 내려놓는 사람들이 인생 2라운드를 행복하고 활기차게 오래 살아가는 것 같다고 했다. 이시형 박사는 학교에서 ‘짱’으로 불리던 친구들이 먼저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성격이 강하고 항상 남들과 부딪치니 스트레스도 많고 인생도 순탄치 않았던 것 같다고 했다. 평범한 삶이 큰 행복이라는 얘기다.

인생 최대 위기의 순간으로 윤 박사는 1978년 국내 첫 가정의학과 도입 때를 들었다. 진료가 겹치니 전국 8만 명 의사가 다 반대했고, 결국 연세대 의대 교수 재임용에도 탈락했다고 전했다. 이 박사는 50세에 찾아온 허리디스크를 들었다. 하지만 오히려 재활기간 동안 글쓰기를 시작해 <배짱으로 삽시다>라는 책을 썼고 이것이 200만 부 넘게 팔린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며 웃었다. 

호모헌드레드 시대에 보다 건강하고 의미 있게 살려면 윤 박사는 먼저, 삶에 대한 철학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인생을 놀이터라 여기며 즐겁게 사는 자세도 꼽았다. 이 박사는 ‘건강을 첫손으로 꼽았다. 그래서 소식다동(小食多動)을 평생 실천하고 있다고 했다. 인간관계와 사회적 연결, 그리고 최소한의 경제적 자립도 필수라고 했다.

◇ ‘평생 현역’은 늙지 않는다… 건강은 ‘일’에서

호모헌드레드 세대는 누구보다 열심히 산 세대다. 하지만 은퇴 후 사회적 역할이 사라지면서 외로움과 무력감을 겪는 세대이기도 하다. 이 박사는 이것이 가장 큰 위험이라고 했다. 윤 박사 역시 그동안 치열하게 살아온 이들이 은퇴 후에는 허탈감을 크게 느낄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두 사람은 “장수가 진정한 축복이 되려면 그 해답은 바로 평생 현역으로 일하는 태도에 있다”고 강조했다.

윤 박사는 이 시기를 인생의 두 번째 전환점으로 삼아, 지금까지 해 온 일을 자연스럽게 이어가되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자신을 다시 써보는 시도를 해 볼 것을 권했다. 몰입할 수 있고 기꺼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그것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했다. 이 박사도 “나이 들어서도 심장이 다시 뛸 수 있도록 해 주는 게 일”이라며 차제에 정년제 자체를 없애 늘 현역으로 살게 하자고 주장했다. 

두 사람에게 인생의 롤 모델을 물었다. 이 박사는 달라이 라마가 ‘평생 현역’의 롤 모델이라고 했다. 삶은 타인을 돕는 것이며, 평생 배움과 성장이 계속되어야 하며, 마음의 평화가 진정한 건강이며, 작은 친절과 나눔이 세상을 바꾼다는 네 가지 중요한 가르침을 얻었다고 했다. 윤 박사는 미국 유학 시절에 만났던 두셸이라는 피부과 의사를 들었다. 할렘가에서 평생을 헌신적으로 진료하며 살아온 분이라며 “롤 모델은 자신의 시야와 가능성을 넓혀주는 사람들이므로 많을수록 좋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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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 재건축’ … 새롭고 조화로운 건강 기준 필요

이시형 박사는 “큰 병은 작은 병에서 시작되고, 작은 병은 미세한 변화에서 시작된다”면서 나이가 들수록 매일 자신의 몸과 마음을 관찰하는 습관과 조기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방부 박사는 정기 검진의 중요성을 각별히 강조했다. 다만, 무조건 많은 검사 보다는 꼭 필요한 필수 항목을 빠짐없이 확인하는 기본 검진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 박사는 유산소 운동과 함께 근력 운동 및 단백질 섭취 병행을 강조했다. 윤 박사는 중년에 생활습관을 바로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자기 병을 자신이 섣불리 판단하지 말고, ‘동네 주치의’를 반드시 둘 것을 당부했다. 두 사람은 “건강에 특효약이나 정답은 없다”고 입을 모았다. 특별한 음식이나 약보다는 평소 건강한 생활 습관이 필수라는 것이다.

두 사람은 ‘평생 현역을 지키는 3가지 힘’으로 뇌력과 체력, 면역력을 들었다. 이 박사는 특히 배우고 기억하며 판단하는 능력이 필수라고 했다. 근육처럼 뇌 역시 계속해서 머리를 쓰고 새로운 자극을 주면서 끊임없이 배우고 도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마음챙김 명상도 권했다. 하루 10분의 명상과 기도가 마음에 평화를 가져온다고 했다.

중년 이후 체력을 유지하는 방법으로 윤 박사는 가능하면 직업을 계속 갖고, 자주 쏘다니고, 종교를 가지라고 권했다. 이 박사는 소식다동과 스트레스 관리 및 회복 습관, 지속적인 학습과 새로운 도전으로 뇌를 자극하라고 주문했다. 다른 무엇보다 ‘기본’이 중요하다고 했다. 윤 박사는 “잘 먹고, 잘 자고, 잘 움직이는 것이 전부”라고 했다. 

◇ ‘저속노화 건강법’ … 약 없이 건강하게 사는 훈련

이시형 박사는 “매일을 ‘약 없이 건강하게 사는 훈련’이라 생각하며 살고 있다”고 말했다. 규칙적인 일상에서 몸과 마음, 면역력을 돌보는 습관을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건강 루틴의 핵심이라고 했다. 윤 박사는 중학교 다닐 때 교장 선생님이 조회 시간마다 “매일 아침 대변보는 습관을 들여라” 했던 말씀을 꾸준히 실천하며 건강을 유지해오고 있다며 웃었다.

두 사람 모두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하기 싫어하는 사람에게 억지로 하라고 하면 오히려 스트레스가 된다며,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볼 것을 권했다. 이 박사는 NEAT(Not-Exercise Activity Thermogenesis), 즉 ‘일상 속의 에너지 소비 활동’도 운동이라고 했다. TV 리모컨 사용 않기 같은 식이다. 윤 박사도 “걷기만 해도 스트레스 없이 가능한 좋은 운동”이라고 추천했다.

두 사람은 스트레스 관리 비법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박사는 “스트레스도 인생의 일부이며, 인생의 양념이라고 받아들인다”고 했다. 스트레스도 결국 삶을 깊게 만들어주는 한 부분이라는 것이다. 윤 박사 역시 스트레스를 억지로 이겨내려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럴 때면 운동으로 풀기도 하지만, 그저 혼자 중얼거리면서 독백을 하다 보면 조금씩 마음이 정리된다며 자신만의 비법을 소개했다. 

두 사람은 노후 건강을 위해 질 좋은 수면을 특별히 강조했다. 윤 박사는 특히 수면 시간 자체에 너무 집착하지 말라고 했다. 짧게 자도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했다. 이 박사는 “불면증을 겪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특별한 ‘기술’보다 ‘잠이 안와도 괜찮아’ 하는 마음가짐”이라고 전했다. 억지로 버티지 말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되 필요하면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고 했다.

두 사람은 치매, 암과 함께 살아가는 법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누었다. 최근 치매 분야에서 발병 시기를 늦추는 쪽으로 꽤 의미있는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77세 치매’, 즉 77세 생일을 지나면 갑자기 치매 증상이 본격적으로 오는 경우가 많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강종 노년 질환 예방을 위해선 혈관 건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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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생 도전하고 배우고 성장하라

두 사람은 중년 이후에도 배우고 성장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각별히 주문했다. 이 박사는 “나는 평생 성장한다”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윤 박사 역시 나이를 먹더라도 속도와 형태가 달라질 뿐, 성장은 멈추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호모헌드레드의 역할은 다음 세대에게 지혜와 경험을 자연스럽게 넘겨주는 일”이라며 이를 위해 멈추지 말고, 천천히라도 계속 나아갈 것을 당부했다.

이 박사는 중년 이후에도 평생 성장하려면 반드시 챙겨야 할 세 가지를 들었다. 뇌의 성장, 관계의 성장, 그리고 삶의 의미에 대한 성장이다. 이 세 가지 성장을 지속해 나갈 때, 은퇴 이후의 삶은 단지 ‘여생(餘生)’이 아니라 ‘또 하나의 전성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윤 박사도 이에 더해 담대함, 작은 데 연연하지 않는 마음, 그리고 배려와 도전을 강조했다. 

‘평생 성장’에 특히 경계해야 할 태도에 관해서도 조언을 주었다. 윤 박사는 ‘남이 나를 어떻게 볼까’라는 생각이 성장을 방해한다고 했다. “그 나이에 뭘 하려고?”하는 시선이 사람을 주저앉힌다는 것이다. 공명심도 줄일 것을 주문했다. 이 박사는 “이제 성장은 끝났다”라고 생각을 지우라고 했다. 새로운 것을 배우거나 시작하는 게 무의미하다고 여기는 순간, 뇌도 마음도 문을 닫힌다고 했다.

이 박사는 특히 직급이나 숫자로 자신을 평가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저 “오늘 나는 어제보다 조금이라도 더 깊어졌나”라는 질문 하나로 충분하다고 했다. 윤 박사는 전공 외 공부를 특별히 강조했다. 중년 이후의 공부는 자신을 위한 것이어야 하며, 은퇴 후에는 성취보다 탐구의 기쁨, 연결의 기쁨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 ‘좋은 삶’이 곧 ‘좋은 죽음’으로 … 웰 다잉 

이들은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윤방부 박사는 ‘웰 다잉(well-dying)’에 관련해 “거창한 철학이나 이념이 아니라 아주 현실적인 준비”라고 말했다. 남겨진 사람들의 짐을 덜어주고, 자신도 마음편히 마지막을 맞이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진짜 좋은 죽음이라고 했다. 

이 박사 역시 “‘웰 다잉’은 곧 ‘웰 리빙’, 즉 잘 산 삶의 자연스러운 결과물”이라고 정의했다. “어떻게 살았느냐가 어떻게 죽느냐를 결정짓는다”며 삶을 후회없이 받아들이고, 정리할 것은 정리하고, 평온히 떠나는 것이 진정한 ‘웰 다잉’이라고 했다.

윤 박사는 “죽음을 생각해 보는 습관이 사람을 바꾸기도 한다”고 전했다. 칭찬하는 마음이 생기고, 겸손해지고 관대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건강할 때 가끔 자신의 죽음을 생각해 볼 것을 권했다. 이 박사도 전적으로 공감했다. 그는 “죽음을 준비하는 사람만이 오늘을 진짜 살아낼 수 있다”면서 “죽음을 준비하는 것은 삶을 더 깊게 살겠다는 다짐”이라고 말했다. 

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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