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112’를 아시나요? … 고령자 위급·위험상황에도 유용

이의현 기자 2023-05-25 10:13:57

낯선 곳을 찾았다가 밤에 길을 잃거나 으슥한 밤 골목 길에서 낯선 이가 자기를 쫓아오는 느낌을 받았을 때, 많은 사람들이 112로 전화해 도움을 청한다. 하지만 각 지역의 경찰청 112 상황실에서도 자세한 주소지를 모를 제 때 출동하지 못해 낭패를 겪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 대비해 경찰청이 지난해 1월부터 도입한 것이 ‘보이는 112’다. 신고자가 휴대전화 화면으로 근처 배경을 보여주어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알려줄 수 있어 경찰이 정확히 장소를 특정해 출동할 수 있게 된 것이다.

◇ ‘보이는 112’ 이용 방법 간단
‘보이는 112’는 별도의 앱 설치 없이도 실시간으로 신고자의 영상과 위치가 공유되는 시스템이다. 신고자의 휴대전화 카메라로 위치와 주변 정황을 파악할 수 있다. 이제까지 112 신고 전화가 신고자의 음성에만 의존하느라 신고자 주변의 상황을 파악하기 어려웠는데, 보이는 112 전화를 계기로 한결 신고자 위치 추적 빛 주변 정황 파악이 빨라져 그 만큼 조속한 사고 처리가 가능해졌다.

이용 방법은 간단하다. 신고자가 112로 신고를 하면 경찰은 ‘보이는 112’ 안내문자를 신고자에게 보낸다. 신고자가 이에 접속하면 상황센터로 화상으로 연결이 된다. 신고자가 보여 주는 휴대전화 카메라로 주변 전경을 보여주면 상황센터가 이를 인식해 소방당국과 함께 출동하게 된다. 실시간으로 영상을 전달할 수 있어 무엇보다 효과가 크다.

‘보이는 112’는 신고자가 말을 할 수 없는 특수한 상황에서도 이용이 가능하다. 숫자 버튼 ‘톡톡’ 누르기 기능으로 센터에서 신고자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휴대전화 숫자 버튼을 반복적으로 눌러 위급상황을 알리면 경찰은 곧바로 보이는 112 안내문자를 발송하게 되어 있다.

전문가들은 이 서비스가 고령으로 거동이 어렵거나 치매 등으로 잠깐잠깐 깜박하다 길을 잃어버리는 어르신들에게도 매우 유용하다고 말한다. 112 전화가 가능한 곳이라면 누구든 신고 전화를 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 진화하는 서비스… 납치된 상황에서도 비밀 전화 가능
‘보이는 112’는 행정안전부가 주관하는 ‘국민 일상을 바꾼 정부 혁신 최고사례’에 선정되었을 정도로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 경찰청도 이 서비스가 한국의 치안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고 자평할 정도다. 이 기능을 활용해 신고자 위치를 파악한 덕분에 성 범죄 피해를 당한 신고자를 구조하고 범인을 붙잡거나, 오지에 고립된 부상자를 구조한 사례들이 심심치 않다. 

지난 4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로비 1층에 마련된 ‘과학치안 R&D 성과 전시회’에서도 ‘보이는 112’의 개선된 버전이 선을 보여 주목을 끌었다. 긴급 상황에 처했을 때 ‘비밀모드’로 신고하는 시스템이다. 신고를 하면 구글 웹사이트의 초기 화면이 이미지로 뜨는데, 그 검색 창에 글자를 적으면 경찰에 신고가 접수되는 방식이다. 특히 검색 창에 적은 글자가 2초 뒤면 자동으로 사라져 비밀스런 산고에 유용하다.

예를 들어 납치된 신고자가 가해자와 함께 있는 상황에서, 음식을 시키는 척 하면서 112에 전화하는 등의 의심받을 행동을 하지 않고도 경찰에 신고를 할 수 있는 것이다. 경찰 측 관계자는 “‘보이는 112‘ 서비스가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면서 요즘은 하루에 100건 정도의 신고가 이 서비스를 통해 처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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