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성공 CEO에게서 배운다] ⑧ 파타고니아 ‘이본 쉬나드’

조진래 기자 2023-06-03 14:24:35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라는 극찬을 받는 기업과 경영인이 있다. 스포츠 장비·의류 제조기업인 파타고니아, 그리고 이 기업을 세운  이본 쉬나드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다. 그는 암벽 등반가이자 해양 서퍼인 자칭 ‘현장 근로자’다. 직접 경험해 봐야 고객이 좋아하고 꼭 필요한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옳은 일을 하면서도 충분히 돈을 벌고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살아 있는 전설이다.

◇ “고객이 우리에게 바라는 것은 ‘진짜 최고의 제품’”
이본 쉬나드의 기업 경영 목표는 단순하다. ‘늘 최고의 제품을 만들자’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자기 회사가 만드는 제품을 늘 실제 장소에서 직접 체험해 본다. 히말라야나 남아메리 산악지역 같은 가장 극심한 조건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직접 장비와 의류를 시험한다. 사명(社命) 첫 부분에 그는 ‘최고의 제품을 만든다’라는 문구를 적었다. 회사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 명확히 선언한 것이다.

최고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그는 직원들이 최고의 제품을 만드는데 만 열중할 수 있는 최고의 직장을 만들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노력이 최고의 보육시설과 최고의 일터, 최고 생산성의 기업으로 이어졌다. 그래서 직원들은 적당히 만들어 적당히 팔려고 하지 않는다. 파타고니아 고객들은 파타고니아가 ‘진짜 물건’을 만들어 줄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믿는다.
쉬나드는 ‘세계에서 가장 좋은 등반 장비를 만드는 대장간’이라는 표현을 좋아한다. 수작업을 내포하는 ‘대장간’이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파타고니아의 제품에 인간적인 목소리를 담으려 노력한다. 사용하는 사람들이 직접 만드는 진정성있고 질 좋은 제품이라는 이미지도 그래서 만들어 졌다. 

◇ “사장이 없어도 돌아가는 기업이어야 한다”
쉬나드의 이른바 ‘부재경영’은 유명하다. “나는 지금 등반하러 갑니다”라는 말은 직원들이 자주 듣는 말이다.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이라는 이름의 근무시간 자유 선택 정책은 그의 경영철학을 그대로 보여준다. 최고경영자인 자신이 없어도, 직원이 사무실을 비우더라도 회사가 돌아갈 수 있는 것은 그만큼 모든 직원이 같은 경영 철학과 제품 철학을 공유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는 ‘본분’을 지키는 회사를 강조한다. ‘큰 회사’가 되기를 바라기 보다는 ‘작아도 최고인 기업’을 희구한다. 이익금을 환경을 위해 쓰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파타고니아는 ‘발명’보다 ‘발견’에 더 큰 가치를 둔다. 고객이 필요한 물건을 만드는 회사답게 고객이 불편해 하는 것을 빠르게 발견하라고 재촉한다. ‘목표’보다는 ‘과정’에 집중할 것도 주문한다. 


쉬나드는 ‘진정성’에 남달리 집착한다. 고객에게 약속한 것은 고객이 보지 않는 곳에서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꼭 필요하지 않다면 궂이 환경문제를 일으키면서 새 건물을 지으려 하지 않는다. 재활용되거나 재활용할 수 있는 자재를 사용하는 것을 철칙으로 여긴다. 

◇ ‘환경’을 해친다면 주력제품도 포기한다
그의 ‘진짜 제품’의 범주에는 ‘환경’이 굳게 자리한다. 그가 환경파괴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 만으로 자사의 주력제품까지 포기하는 것을 보고 많은 이들은 경악했다. 1970년대에 파타고니아의 전신인 ‘쉬나드 이큅먼트’는 미국 최대 등반장비 공급업체였다. 그가 직접 만든 피톤(바위 크랙에 박아 넣는 등반 장비)은 독보적인 인기 장비였다. 하지만 이것이 암벽을 훼손하고 환경을 파괴한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과감히 사업 폐지를 결정했다. 이윤보다 환경을 중시하겠다는 그의 괴짜 철학은 ‘진심’이다.

파타고니아는 1988년에 전국적인 환경 캠페인을 처음 시작했다. 요세미티 계곡의 도시화를 막자는 캠페인이었다. 이어 유전자 변형 농산물 반대 캠페인, 북아메리카 토착 동식물과의 공존을 촉구하는 캠페인, 알프스 환경보존을 위한 트럭오염 반대 캠페인 등으로 영역을 확대해 갔다. 파타고니아는 1985년부터 풀뿌리 환경보호 운동에 현금과 현물을 포함해 1억 달러에 가까운 돈을 기부했다.

파타고니아는 이익을 추구하되 그것을 가장 최우선으로 두진 않는다. 최대한 투명하게 회사를 운영한다는 원칙 아래 최고의 제품을 만들되 불필요한 환경 피해를 유발하지 않는 제품을 만든다는 경영철학을 갖고 있다. 그런 관점에서 ‘수선’의 중요성을 고객에서 강조한다. 소비자들에게 “지구를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은 ‘오래 사용하는 것’”이라고 독려한다. 필요한 것만 구매하고, 기존 제품은 수선하고 재사용할 것에 공감한다. 쉬나드는 “우리는 지구를 파괴하는 죄인들”이라며 스스로에게 매출의 1%를 ‘지구세’로 부과한다.

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