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성공 CEO에게서 배운다] ⑨ 마켓컬리 '김슬아'

조진래 기자 2023-06-07 08:17:34


마켓컬리는 국내를 대표하는 ‘혁신기업’으로 통한다. ‘새벽배송’이라는 무모하지만 혁신적인 도전으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냈다. 하지만 이 회사의 혁신은 거창하지 않다. 기본적인 것, 고객이 원하는 것을 향해 지속적으로 개선해 간다. 적지 않은 적자에도 불구하고 물류 부문에 엄청난 투자를 이어간다. ‘매출 압박’보다 ‘품질 압박’을 더 크게 여긴다. 이 회사가 ‘한국의 아마존’에 도전할 수 있는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자신을 ‘고객의 소리(VOC) 처리자’라고 자처했던 김슬기 대표의 상품 경쟁력 최우선 경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 가장 완벽한 상태로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전달한다
마켓컬리는 고객가치 극대화를 최대 사명으로 생각한다. 거의 집착에 가깝다. 공급의 효율성이나 비용 절감 보다 고객의 가치, 그리고 품질을 우선한다. 고객이 기다리는 상품을 어떻게 하면 만족스럽게 가져다 그릴까 오랜 고민 끝에 나오 것이 ‘새벽배송’이다. 무조건 빨리 배달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가장 받기 편한 시간에 배달하는 것에 가치를 둔다. 

대부분의 인터넷 쇼핑몰이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해 주는 ‘플랫폼’ 역할에 그치던 시절에 후발 스타트업 마켓컬리는 완전히 다른 전략을 택했다. 모든 상품을 직접 구매해 품질에 책임을 졌다. 자체 냉장 및 냉동 시설을 확보해 신선도를 유지하고, 신선도 최상의 상태로 배송이 가능하도록 했다. 완벽한 ‘풀 콜드 체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투자금을 아끼지 않았다. 

신선도 유지를 위해 냉동 및 맹장 포장만을 연구하는 별도 패키징팀까지 운용했다. 기온이 다른 1년의 각 절기를 저온 일반기, 고온 일반기,하절기, 극하절기, 열대야, 동절기 등 10개로 세분화해 각각에 맞는 포장법을 개발해 완벽한 상태로 고객 앞으로 배달했다. 지금도 포장팀은 상품별 최적의 온도를 찾는데 사활을 건다. 이들의 매뉴얼에는 5000여 가지의 세부 기준이 적혀 있다.

◇ ‘이문’ 보다 ‘품질’이 우선이다.
마켓컬리는 매출 압박보다 품질 압박이 더 큰 회사다. 김슬기 대표의 초심(初心)이다. 매주 1~2회 상품위원회를 열어 MD가 올린 상품들을 하루 종일 철저히 검증한다. 70여 개 자체 기준을 충족 못하면 판매가 불가능하다. MD들은 모든 상품의 산지를 방문해 생산자와 만난다. 직원들이 확신할 수 없는 상품은 소비자에게 믿고 구매하라고 권해선 안되다는 철칙을 고수한다. 

김슬기 대표는 특히 건강을 상하게 할 수 있거나 환경에 나쁜 영향을 주는 특정 성분이 들어간 상품은 절대 팔지 못하게 한다. 가장 잘 팔리는 상품이라도 그런 성분이 발견된다면 그것을 뺄 때까지 입점을 제한한다. 판매 기한을 넘긴 상품은 무조건 폐기처분한다. 자신들이 명기한 제품 설명서의 성분보다 미흡할 경우 손해를 감수하고 리콜을 진행한다. 

김 대표는 ‘가격 경쟁력’ 보다 ‘상품경쟁력’을 중시한다. ‘좋은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는 것을 기업의 사명으로 여긴다. 마진을 먼저 정해놓고 가격을 결정하는 일반 유통업체와 달리, 마켓컬리는 공급할 수 있는 가격대를 생산자에게 먼저 묻는다. 그리고 가격이 결정되면 100% 직 매입한다. 생산자는 재고 부담 없이 품질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된다. 모두가 윈-윈하자는 전략이다. 


◇ 현장의 재량권을 보장해 준다
마켓컬리는 충분한 현장의 재량권을 강점으로 하는 회사다. 현장의 판단에 따라 일단 빨리 시도해 본다. 빠른 실패가 빠른 성공 만큼이나 중요하다는 믿음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현장의 모든 결정은 ‘선의’에 따라 내려진다는 경영진의 신뢰가 있기에 마켓컬리 직원들은 누구든 자기 재량으로 빨리 결단을 내린다. 
김슬기 대표가 낸 의견도 묵살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고객에게 옳은 일이 아니라는 판단이 서면, 대표에게라도 서슴없이 반론을 제기한다. 형식보다 실질, 간섭보다는 책임이 전제된 자율이 중시되는 이런 ‘열린 기업문화’ 덕분에 마켓컬리는 눈부신 성장을 할 수 있었다. 
김 대표는 불필요한 것은 철저히 없애고 핵심에 집중하는 경영을 펼친다. 함께 해결해야 할 이슈가 생기면, 수시로 TF팀을 만들어 협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 수시로 TF를 결성해 부서간 시너지를 만들려 한다. 이 회사는 직급 대신 직원 이름 뒤에 ‘님’자를 붙여 가능한 수평적인 조직문화가 유지될 수 있도록 독려한다. 

◇ “대표는 고객의 소리 처리자입니다”
김슬아 대표는 스스로를 VOC 처리자라고 자처한다. 자신의 직무와 책임이 ‘VOC를 읽는 사람’이라며, 고객이 제기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는 것이 본인의 책무라고 말한다. 이런 사실을 잘 아는 고객들은 어떤 플랫폼 고객보다 구매 후기를 정성스럽게 열심히 올린다. 이것이 마켓컬리의 급성장을 가능케 한 ‘입소문 마케팅’의 성과다.

김 대표는 공급자 입장을 반영하는데도 목숨을 건다. 좋은 상품을 제공해 주는 공급자가 결국 마켓컬리의 가치를 보장해 주는 은인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공급망을 어떻게 효율적인 구축할 것인가를 고민하기 보다 얼마나 좋은 상품을 공급할 은인들을 찾을 수 있을까에 전력을 기울인다. 

그렇게 해서 전국 각지에서 찾아낸 ‘좋은 공급사’를 입점 시키고, 함께 머리를 맞대고 상품 개선 방안을 연구한 결과가 마켓컬리의 PB상품들이다. 마켓컬리에 입점 하는 것이 곧 공급사 입장에서는 품질을 인정받고 더 나은 품질을 만들어 낼 지름길이 되는 셈이다. ‘마켓컬리에만 있는 상품’. 이것이 그들의 자부심이자, 마켓컬리 성공의 원동력이다.

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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