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성공 CEO에게서 배운다] ⑦ ‘일본전산’ 나가모리 시게노부(永守重信)

조진래 기자 2023-05-25 09:52:21


불황기에 더욱 빛나는 기업이 ‘일본전산(日本電算)’이다. 창업자인 나가모리 시게노부(永守重信)의 경영철학은 지극히 전근대적이다. 하지만 그는 삼류 직원들을 일류로 만들어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기업으로 만들었다. 학력과 연공서열을 파괴하고 오로지 ‘능력’을 최우선으로 하는 무한경쟁의 조직 문화를 내재화함으로써 세계가 부러워하는 최고의 기술력을 갖춘 일류기업을 탄생시켰다. 하지만 ‘괴짜 사장’이라는 평판답게, 그는 누구보다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인재를 만드는 데도 일가견을 보였다.

◇ “삼류 직원이라도 제대로 가르치면 일류가 된다”
나가모리 사장은 경영자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평소에 일하라고 호통치거나 혹독하게 훈련시키고 공부시켜 경쟁력을 갖추게 해주지 않고는 회사가 어려워지면 슬그머니 정리해고 카드나 내미는 경영자는 경영자 자격도 없다.” 직원을 인재로 만든 과정에서는 나타나는 직원들의 반발 등에 뒤로 물러서선 안된다는 얘기다. 직원을 종처럼 부리라는 얘기가 아니라, 직원들이 경쟁력을 쌓을 수 있도록 독려하고 격려해서 이끌고 가는 게 경영자의 진정한 본분이라는 철학이다.

그는 어설픈 정신상태를 가진 일류보다는 배우려는 의지와 ‘하겠다’는 결기가 넘치는 삼류 직원이 더 낫다고 말한다. 무엇 하나라도 1등이 되려는 독한 마음가짐을 갖고 있는지 보기 위해 일부러 밥 빨리 먹기나 오래달리기를 입사 테스트 항목으로 넣기도 했다. 무한 경쟁을 이끌어 서로 지기 싫어 미쳐하도록 만들었다. 그것이 입사 때 3류 였던 직원들을 일류로 만든 경쟁력이 되었다. 그는 “우리에겐 일이 곧 직업이자 취미이자 소일거리였다”며 “이것이 바로 우리들 삼류 인재들이 모여 일류가 된 비결”이라고 자랑 한다.

그는 “기업이 직원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복지는 ‘교육’”이라고 단언한다. 그래서 가능하면 더 많은 기회를 부여하려 애썼다. 그는 “직원들에게 기회를 주는 기업이 가장 좋은 기업”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고 그를 실천했다. 직원들도 그런 기회를 놓치지 않고 습득하고 배워 실력으로 만들었다. 결국 그를 통해 본인도 성장하고 회사도 성장, 진화할 수 있었다. 참고로 일본전산의 3대 모토는 ‘즉시 한다, 반드시 한다, 될 때까지 한다’이다. “끈질긴 놈이 마지막엔 웃게 되어 있다”는 사실을 모두가 굳게 믿는다.

◇ “리더는 채찍을 아끼면 안된다”
나가모리 창업자는 채찍을 아끼지 않는 리더가 회사를 살린다고 확신한다. 아끼는 직원일수록 칭찬하고 감싸주기 보다는 더 호되게 꾸짖고 몰아 세우라고 주문한다. 요즘은 누구나 ‘소통 경영’을 얘기하지만, 그는 오히려 “호통치는 상사만한 은인이 없다”고 대놓고 독려한다. 이른바 ‘호통 경영’이다. 

그는 꾸중을 들을 줄 아는 조직, 부하 직원을 나무랄 줄 아는 조직이 진정한 소통이 이뤄지는 조직이라고 굳게 믿는다. 감정이 섞인 꾸중이 아니라, 진정으로 직원을 배려하는 꾸짖음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런 배려의 호통과 질책을 받은 덕분에 일본전산 직원들은 지독하리만큼 우직하고 끈질긴 승부근성을 갖추게 되었다.

나가모리식 ‘호통경영’은 “혼이 나 본 사람이어야 더 성공한다”는 그의 굳건한 믿음을 바탕으로 한다. 하지만 그는 혼을 내더라도 상대의 좋은 점을 먼저 찾은 후에 혼을 낸다. 칭찬과 호통을 조화롭게 한다. 또 상대방이 누구이며 어느 부서에 근무하느냐를 보고 혼내는 방식을 달리한다. 호통을 치기 전에 충분히 고민하고 연구한다. 무작정 혼을 내는 것이 얼마나 조직과 그 직원에 위해를 끼치는 가를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다.

◇ “우리는 ‘만년 벤처’”라는 초심을 지켜라
나가모리는 고집불통이다. “고생이야 말로 이자가 붙는 재산”이라고 늘 강조하고 초심과 열정을 잃지 말라고 강조한다. 그는 ‘노력의 힘’을 믿는다. 단순히 ‘성장’하는 게 아니라 ‘진화’하고 있다는 표현이 더 적확하다고 할 정도로 그는 매사에 집요하고 헌신적이다. 특히 기술에 대한 그의 일관된 집념은 IBM의 노트북, 애플의 아이팟도 일본전산의 초소형 모터가 없었다면 세상에 나오기 힘들게 만들었다. 


초정밀모터 1위를 넘어 일본전산은 이제 모든 돌아가고 움직이는 것에서 1위를 하겠다며 자동차용 모터 시장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른바 ‘만년 벤처’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끝없는 도전정신과 열정이 그의 최대 무기다. 그는 “안된다”는 말을 용인하지 않는다. 그것을 한 번 용인하는 순간, 직원들은 안되는 이유와 방법을 찾으려 기를 쓰게 된다고 말한다. 

나가모리는 인사평가 때 실패한 사람에게 더 후한 점수를 준다. 실패가 또 다른 성공의 밀알 임을 잘 알기 때문이다. 머리를 쓰는 사람, 제안을 해 공헌하는 사람, 시도해 실수하는 사람에게 가점을 준다. 이것이 진정한 기업가 정신이요, 일본전산을 만년 스타트 업으로 키운 원동력이었다. 그는 조직에 항상 긴장감을 불어 넣으려 애썼다. 이건희 전 삼성회장의 ‘메기론’과 유사하다. 조직에 늘 ‘건강한 자극’이 필요하다고 믿었다. 그리고 나가모리 스스로도 흔쾌히 자신의 조직에 메기가 될 것을 자처했다.

◇ “현장에 답이 있다”
나가모리는 인재를 키워내는 유일한 방법은 직접 부딪쳐 풀게 하는 강한 훈련 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인재는 채용하는 것이 아니라 키우는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래서 일본전산 직원들은 어느 분야를 지원하든 무조건 첫 근무지가 ‘현장’이다. 신입이든 경력이든 예외가 없다. 제조 부문이 아닌 후선 부서 직원들도 예외가 없다. 연구 개발하는 현장에 실전에 배치되고, 치열한 영업 일선에서 죽도록 뛰도록 내몰린다.

어떤 직원이든 당연히 처음에는 우왕좌왕하고 갈팡질팡한다. 하지만 일본 전산 특유의 이런 혹독한 훈련 과정을 거치면 누구나 ‘삼류’에서 ‘일류’가 된다는 것을 믿었고, 실제로 그렇게 만들었다. 시간은 조금 걸리더라도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막강한 역량을 갖추게 된 것이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강인한 정신력으로 무장되었음은 물론이다. 나가모리는 “처음에는 질 수 있다. 하지만 마지막엔 기필코 이길 것을 믿는다”고 말했다.

 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조진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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