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무연고자 분묘 관리 소홀했다면 지자체가 유족에 배상해야”

박성훈 기자 2023-07-18 14:11:29

대법원이 무연고자 분묘 관리를 소홀히 한 지자체에 대해 유족에게 정신적 손해를 배상하라고 판결해 주목된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A씨가 자신의 형의 시신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찾을 수 없게 되어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경기도 양주시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최근 의정부지법에 돌려보냈다.

대법원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11년 12월 자신의 형이 양주시 한 보호시설에서 생활하다 숨졌다는 사실을 경찰로부터 통보받았으나 형의 시신을 인수하지 않았다. 이에 양주시는 2012년 3월에 A씨의 형을 무연고자로 처리해 장례를 치른 후 공동묘지에 매장했다.

현행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장은 관할 구역 내 무연고자 시신을 매장하거나 화장한 뒤 10년간 봉안해야 한다. A씨가 뒤늦게 2017년 7월 형의 시신을 찾아 이장하려 했지만 분묘를 찾을 수 없었고, 형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곳은 관리 소홀로 심하게 훼손된 상태였다.

혹시나 해 무덤까지 파보았으나 유골을 발견하지 못한 A씨는 이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며 양주시를 상대로 3000만 원의 위자료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1심과 2심은 지자체 책임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며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지자체의 법령상 의무는 무연고자의 시체를 일정 기간 매장·화장해 봉안하는 것에만 한정된다고 볼 수 없다”며 “피고는 원고 등 망인의 연고자가 봉안된 망인의 시체·유골 등을 인수할 수 있도록 분묘가 훼손되거나 망인의 유골이 분실되는 것을 방지하면서 합리적으로 관리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판결했다.

박성훈 기자 shpark@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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