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타인을 수익자로 한 부동산 담보신탁은 위탁자 재산 아냐"

박성훈 기자 2023-08-16 08:05:29

대법원이 부동산을 담보신탁하면서 타인으로 수익자를 지정했다면 해당 부동산은 위탁자의 재산으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채무자가 재산을 신탁한 경우 수익자가 위탁자가 아닌 타인으로 지정됐다면, 신탁계약상 수익권이 타인에게 귀속되므로 위탁자의 책임재산으로 볼 수 없다는 점을 최초로 판시한 판결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최근 신용보증기금이 A씨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반환 청구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법에 돌려보냈다.

A씨는 2004년 형인 B씨의 명의로 서울의 아파트 한 채를 3억원에 사들였다. 다만, 부동산 대금은 대부분 A씨가 지불했다. 이 때 B씨는 2008년에 이 아파트를 담보신탁하면서 수익권자를 A씨로 지정하면서, 계약이 해지될 경우 아파트 소유권을 A씨에게 이전한다는 내용을 신탁계약서에 담았다.

A씨는 2016년 B씨에게서 아파트를 4억 5000만원에 매수했고 아파트의 법적인 소유권도 A씨에게 넘어갔다. 그러자  B씨에 대해 2억원의 채권을 가지고 있던 신용보증기금이 "B씨가 빚은 갚지 않으면서 자신의 재산을 줄이는 '사해행위'를 해 기금의 채권 회수가 어려워졌다"며 매매 취소와 함께 배상을 요구하며 A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2심은 신용보증기금의 손을 들어 매매계약의 일부를 취소하고 A씨가 신용보증기금 채무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 아파트를 강제집행이 가능한 B씨의 책임재산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신탁회사에 맡긴 재산은 기본적으로 신탁회사에 소유권이 옮겨지기 때문이라는 논지였다.

대법원은 이 사건 매매계약 당시나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진 시점을 전후해 B씨의 재산 상태가 변동됐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B씨가 A씨와 매매계약을 체결한 행위는 사해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박성훈 기자 shpark@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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