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자 재산을 '강제 집행' 하려면 이렇게

이의현 기자 2023-09-21 08:14:44


금전 관계로 다툼이 있던 지인과 민사소송 재판까지 가서 어렵게 승소 판결을 받았다. 이제 돈을 돌려 받는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상대방이 돈을 갚을 의사가 전혀 없다. 강제 집행을 하려 해도 상대 재산이 어디에 얼마가 있는 지 알 수도 없어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이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 재산명시·재산조회 신청부터
이럴 때 유용한 제도가 재산명시·재산조회 신청절차다. 재산명시신청이란 채무 이행 확정판결을 받은 채무자에게 스스로 자신의 재산 내역을 밝히라고 채권자가 채무자 주민등록지 관할 법원에 신청하는 제도이다. 확정판결문과 판결의 송달·확정증명원을 신청서와 함께 제출하면 된다. 법원에서 인정되면 채무자에게 현 재산 상황과 일정 기간의 재산 이전 상황 등을 기재한 재산목록을 제출해야 한다. 

채무자가 재산명시기일에 법정에 출석해 선서를 하고 재산목록을 제출하면 채권자는 이를 열람 복사해 재산내역을 파악할 수 있다. 만일 채무자가 명시기일에 나오지 않거나 재산목록 제출을 거부하면 법원이 20일 내에 감치 결정을 할 수 있다. 허위로 재산목록을 낼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채무자가 법원 결정문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거부를 할 수 있으므로 상대 주소나 소재지를 미리 정확히 파악해 두는 것이 좋다.

재산명시절차로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다면 재산조회절차를 밟으면 된다. 채무자가 재산명시결정문을 받지 못했거나, 재산명시기일에 출석하지 않았거나, 재산명시절차만으로 채권자가 만족을 못하는 경우에만 신청할 수 있다. 법원의 결정으로 공공기관과 금융기관, 단체 등에 채무자 명의의 재산을 조회할 수 있다. 법원이 직접 대법원(부동산)과 지자체(자동차), 금융회사 등에 관련 자료 제출을 의뢰한다는 점이 장점이다. 비용은 대략 20만 원 미만 수준이다.

◇ 채무불이행자명부 등재 신청과 사해행위취소소송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약속을 지키지 않는 채무자 이름을 ‘채무불이행자명부’에 올리는 방법도 있다. 채무자가 판결확정 후 6개월 내에 채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재산명시절차에 비협조적인 경우 채권자가 법원에 채무불이행자명부 등재 신청을 할 수 있다. 법원이 등재결정을 하면 명부가 법원에 비치되어 열람이 가능하다. 신용정보원은 물론 시구읍면에도 관련 정보가 공유되기 때문에 금융거래 시 제약이 따르게 된다.

간혹 자기 재산을 지키기 위해 다른 사람 명의로 재산을 돌려 놓아 재산 정보를 파악하기 힘들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경우 민법 제406조 1항에 의거해 ‘사해행위취소소송’을 제기하면 된다. 채무자가 빚을 갚지 않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넘긴 재산을 다시 채무자에게 돌아가도록 만드는 소송이다. 원인을 안 날로부터 5년 내에 제기하도록 되어 있다. 채권자 쪽에서 그런 사실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 강제집행
채무자 명의의 재산(부동산 동산 예금 보증금 월급 등)을 파악했다면 판결문에 집행문을 받아서 강제집행 할 수 있다. 강제집행은 재산 종류에 따라 절차가 다르고 복잡하므로 사전준비가 필수다. 채무자가 재산을 빼돌릴 위험이 있다면 판결을 받기 전에 가압류나 가처분 등을 해둘 필요가 있다. 재판이 끝나기 전에 채무자가 재산을 모두 빼돌려 정작 판결 후에 강제집행할 수 없다면 판결문은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 

가압류나 가처분은 판결 전에 재산을 동결하는 절차다. 상대방의 동의도 필요치 않고 상대방 볼래 할 수도 있다. 법원은 가압류나 가처분 조건으로 채권자에게 담보제공을 명하게 되므로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강제집행은 크게 부동산과 동산, 금전채권에 대한 집행으로 나눌 수 있다. 동산 집행은 집행관 사무실에 신청한다. 집행관은 경매 등을 통해 동산을 돈으로 바꿔 채권자에게 넘겨준다. 다만, 고가 가구나 귀중품이 아닌 이상 재산적 가치가 낮아 큰 금액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부동산 집행은 법원이 경매를 거쳐 낙찰대금을 채권자에게 나눠 주는 절차다. 이 때 주의할 점은 강제집행 신청자라고 해도 우선순위에 밀려 배당금을 적게 받거나 한 푼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대여금 채권자는 소액 임차인, 전세권자, 근저당권자 보다 후순위라는 얘기다. 

금전채권 집행은 예금 보증금 급여 등을 법원에 압류나 추심명령 또는 정부명령을 신청해 현금화하는 방법이다. 추심명령은 압류한 채권자가 여럿이 경합되면 비율대로 나눠 갖는다. 반면에 전부명령은 일단 확정이 된 이후에는 다른 채권자를 배제하고 우서 변제 받을 수 있지만, 그 전에 다른 압류가 있어서 경합이 되면 무효가 된다. 위험부담을 줄이려면 추심명령을 신청하는 것이 낫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 불법 추심은 절대 금물 
가끔 채권자가 채무자의 배우자나 자녀, 부모 등 지인들에게 빚 독촉을 하는 경우가 있다. 법 위반으로, 무조건 금물이다. 법적으로도 가족들이 보증을 서지 않았다면 대신 갚아야 할 의무가 없다. 채무자의 가족이나 지인에게 찾아가 빚 독촉을 하는 경우는 불법추심으로 몰릴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다만, 예외는 있다. 부부의 경우 생활비나 주거관련 비용, 병원비, 자녀 교육비 등으로 사용된 채무는 일상가사채무로 본다. 공동으로 연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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