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법원 “가족 간 저가 양도 주식에 증여세 정당...명의신탁 아냐”

이의현 기자 2023-09-28 17:11:17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가족끼리 주식을 거래한 경우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이 적합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와 주목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김정중 부장판사)는 원고 A씨와 사망한 A씨 형의 배우자 B씨가 세무서를 상대로 낸 증여세 등 부과처분 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B씨는 남편이 2014년에 사망한 후 상속받은 A씨 회사 주식 2500주를 시가 7억8693만 원의 20%에 불과한 1억 7500만 원에 세 사람에게 고루 양도하고 양도소득세를 납부했다. 그리고 이듬해 A씨는 B씨가 세 사람에게 양도한 주식을 똑같이 1억 7500만원에 모두 사들였다.

과세당국은 이에 A씨에 대한 증여세 조사를 실시했고, 조사 결과 A씨가 우회 거래를 통해 B씨로부터 저가에 주식을 양도받은 것이라고 보고 상속·증여세법의 ‘저가 양도에 따른 이익의 증여’ 규정을 적용해 증여세 1927억원을 부과했다.

과세당국은 또 주식을 넘긴 B씨에게도 주식 양도가액 7억 8693만원을 기준으로 증권거래세 495만원과 양도소득세 2435만원을 다시 고지했다. 두 사람 이에 모두 이의신청을 냈으나 기각됐다.

이에 두 사람은 A씨가 회사를 개인사업체에서 법인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형에게 명의신탁한 주식을 돌려받은 것일 뿐 저가에 거래한 것이 아니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원고들의 주장처럼 명의신탁한 주식을 회복한 것에 불과하다기 보다는 A씨가 B씨로부터 주식을 저가에 양수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식이 명의신탁된 것이었다면 망인이 사망했을 당시 명의신탁 관계를 종료하고 주식을 회수했었을텐데 오히려 B씨는 주식을 상속재산에 포함해 상속세를 신고했다며 원고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성훈 기자 shpark@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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