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사 싱식] 사택망처(徙宅忘妻)

조진래 기자 2023-11-09 06:58:21

중국의 오랜 속담에 ‘부자가 되면 마누라를 바꾸고, 귀한 사람이 되면 친구를 바꾼다’는 말이 있다. 어려웠던 시절을 쉬 잊어버리고, 주변의 귀한 이들을 쉽게 잊어버리는 오만하고 부도적한 건망증을 가진 이들을 나무라는 말이다.

중국 춘추 전국시대에도 건망증은 일을 그르치는 고질적인 병 정도로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나온 ‘건망증의 끝판왕’ 표현이 ‘사택망처(徙宅忘妻)’다. ‘이사하면서 처를 잊어 버린다’는 뜻으로, <공자가어>라는 책에서 전해내려 온다.

당시 노나라 애공(哀公)이 새 집을 지어 이사하면서 마누라를 옛 집에 두고 온 건망증 심한 사내의 이야기를 공자에게 전했다. 웃자고 건낸 이야기인데 공자는 정색을 하고 이렇게 말했다. “그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닙니다. 마누라가 아니라 자기 자신조차 잊어버리는 사람들도 있지요.”

공자는 당시 하나의 ‘걸’이나 주나라의 ‘주’ 같은 폭군처럼, 사치에 찌들고 주지육림에 빠져 정사는 돌보지 않는 군주들을 ‘자기 자신을 잊어버린 최고의 건망증 환자’라고 폄하한 것이다. 

 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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