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정년 후 '재고용 기대권' 인정하려면 규정·관행 필수"

이의현 기자 2023-11-20 08:48:25

명시적인 규정이나 그에 상응하는 수준의 관행이 없다면 정년퇴직한 직원을 재고용하지 않아도 부당해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와 주목된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부산에서 요양원을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 판정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의 원고패소 판결을 파기하고 이달 초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요양원은 요양보호사이자 노동조합 분회장이던 A씨가 정년이 되자 2020년 6월에 당사자에게 근로 계약 종료를 통지했다. 이에 A씨는 요양원의 부당해고라며 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냈고, 중앙노동위원회는 2021년 2월에 A씨에게 정년 이후 촉탁직 재고용에 대한 기대권이 인정된다며 부당해고로 인정했다. 

요양원 측이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지만 1·2심 법원에서 모두 기각됐다. A씨를 비롯해 정년이 도래한 근로자 5명 중 2명이 촉탁직으로 재고용되는 등 '관행'이 있었다는 이유에서 였다. 요양원 측이 A씨가 정직 1개월의 징계처분 전력을 들어 재고용의 불가피성을 주장했으나 법원은 징계 자체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 등에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를 촉탁직 근로자로 재고용해야 한다는 규정이 존재하거나 원고의 사업장에 그에 준하는 정도의 재고용 관행이 확립되어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A씨에게 재고용 기대권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했다.

요양원 취업규칙의 '업무상 필요에 의해 정년 퇴직자를 계약직으로 재고용할 수 있다'는 문항도 재량을 부여한 것이지 반드시 재고용을 보장하는 취지는 아니며, 퇴직 직원 중 일부가 촉탁직으로 재고용된 것도 그에 대한 기대권을 인정할 만큼 확립된 관행으로 보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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