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2080 시론] 건강 100세를 미끼로 ‘과잉 검진’ 오남용 없어야 

조진래 기자 2024-01-01 11:38:45

최근에 모 국립암센터장이 국내 의료계의 과잉진단과 과잉검사를 비판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려 화제를 불러모은 바 있다. 그는 ‘갑상선암 과잉진단을 안타까워합니다’라는 글을 통해 “국내 갑상선암의 5년 생존율이 100%를 넘었다”며 이는 일반인보다도 더 생존율이 높다는 뜻인데도 우리나라에서는 증상이 없는 사람들까지 갑상선암 검진을 강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 보건복지부는 증상이 없는 사람에게 갑상선암 검진은 자칫 해로움을 줄 수 있다며 검진을 받지 말라고 권고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아예 “한국에서 갑상선암의 90%는 ‘과잉 진단’”이라는 충격적인 보고서를 내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아무 근거 없이 검진 항목에 갑상선암 진단을 슬쩍 끼워 넣음으로써 불필요한 검진을 받도록 한다는 것이다.

의료계에서 능 문제로 지적되는 ‘위양성률’을 봐도 이런 비판이 전혀 근거 없는 것이 아니다. 위양성률은 가짜 양성반응이 나타나는 비율을 말하는데, 이를 악용해 특별하게 이익을 챙기는 의료기관들이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노년에 많은 ‘류마티스 관절염’이다. 특별한 징후가 없는데도 평균 70% 정도가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타나 걱정을 키운다고 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나이가 들면서 건강에 신경을 쓰게 된다. 작은 예후에도 병원을 찾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오래 건강하게 살고 싶은 것이 현대인들의 소망이다. 이런 불안한 마음을 파고들어, 마치 100세 건강을 약속해 줄 듯 오·남용되고 있는 것이 건강 검진이다. 사실상의 공포 마케팅과 다름 아니다.

잦은 중복 검사로 인해 낭비되는 재원은 천문학적 수준일 것이다. ‘검사 셔틀’ 때문이다. 애초에 하지 않아도 될 검진을 의료기관이 앞장 서 강제하니 뿌리칠 수 없고, 그렇게 길 들여진 사람들은 부디 자신의 건강에 이상이 없다는 답을 듣고 싶어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하게 된다. 애초에 검사를 안 했으면 하지 않아도 되었을 걱정을 사서 하는 꼴이다.

가능한 잠재 환자를 많이 잡아내는 것이 병원에게는 이익일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애꿎은 검사로 인해 멀쩡한 사람이 환자로 둔갑하기 일쑤다. 특별한 예후나 질환을 의심할 소견이 없는 환자에게조차 습관적으로 검진이 권유된다. 의사들은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하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검진 받아보라는 병원의 말을 무시할 순 없는 일이다. 결국 병원 배 불려주는 일이다.

이렇게 병원에서 검진을 늘리려 애를 쓰는 배경에는 부족한 의사 수, 그로 인한 초단기 진료 시간이 자리한다. 하루에 봐야 할 환자가 상식을 초월하니 환자 한 명 당 진료 시간이 1분이 채 안되기 일쑤다. 적절한 진료 시간 보장을 위해서라도 의사 수 충원은 불가피한 현실이다. 그래야 불필요한 검사로 인한 의료 재원 낭비도 막고 제대로 된 진료도 가능해 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나 정치권 사이드에서는 이런 접근방식은 아직 정책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왜 진료시간이 그렇게 짧을 수 밖에 없는지, 왜 병원은 툭하면 검진부터 하라고 재촉하는지 제대로 파악한 후 제대로 된 처방을 내놓아야 할 일이다. ‘의료 선진화’라는 것도 결국 환자가 큰 부담 없이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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