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2080 시론] '노년 고독사' 줄일 통합 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

조진래 기자 2024-01-15 09:25:33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학술지 ‘보건사회연구’에 실린 ‘고독사 보고서’는 충격 그 자체다. 나주영 부산대 의대 법의학교실 교수가 쓴 ‘법의부검 자료를 통한 대한민국 고독사에 관한 고찰’ 논문은 법의부검 자료로 고독사의 특징을 처음으로 분석했다는 의미도 크지만, 알코올과 약물에 대한 철저한 대책 없이는 고독사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다는 사실을 지적하는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고독사’는 가족, 친척 등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사회적 고립상태로 생활하는 사람이 자살이나 병사 등으로 임종을 맞고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 시신이 발견되는 죽음을 의미한다. 그렇게 사망한 고독사 발생 건수가 우리의 경우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모두 1만 5066건에 이른다. 매년 10% 가까이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시행한 664건의 법의부검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된 이 보고서에 따르면, 사망 후 3일 이상 지난 뒤 발견된 사례가 128건으로 20%에 육박했다. 평균 26.6일로 한 달에 가까웠다. 가족이 발견하기까지는 평균 17.6일이 걸렸다. 수도·전기·가스 검침 등 일상 공무 수행 중 발견한 경우까지 포함하면 평균 67.8일이나 걸렸다.

고독사 사망자 가운데는 남성이 108명으로 여성(20명)보다 5배 이상 많았다. 연령대별로는 50대가 51명으로 40%에 근접했다. 60대도 23%가 넘어 50대 이상이 전체의 3분의 2 가량을 차지했다. 이혼이나 별거 상태였던 사례가 절반에 달했을 정도로 최근 달라진 가족 형태, 이후 소통 부재 등이 고독사를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고독사의 경우 63%에서 0.03% 이상의 혈중알코올농도가 확인됐다는 점은 간과해선 안되는 대목이다. 이 정도 농도라면 늘 음주운전 상태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고독사 사망자들의 평균 알코올농도는 0.074%였다. 생전 사회적으로 고립된 이유 가운데 알코올 관련 문제라고 파악된 사례도 43명에 달했다. 간경변증 등이 사인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사회가 점점 다핵화되어 가는 상황에서 이 고독사 보고서는 우리에게 사회적 소통의 필요성을 일깨워 준다. 보고서 역시 고독사와 알코올 장애에 대한 상호 유기적 사회적 대책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약물 중독으로 인한 사망은 사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대처했다면 막을 수 있는 사고라는 것이다.

잊혀지는 노인들은 고독사에 항시 노출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기에 더더욱 노인들이 집 밖으로 자주 나오게 해 드려야 한다. 스스로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정부와 지자체, 관련 단체들이 통합 관리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허투루 쓰는 예산을 줄여서라도 어르신들이 외롭게 생을 마감하는 일은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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