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법원 "돈 빌려주며 자식에게 갚으라면 '증여'로 봐야"

박성훈 기자 2024-01-28 15:47:31

돈을 빌려주면서 자녀에게 갚으라고 했다면 '증여'로 봐야 한다는 행정법원 판단이 나와 주목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김순열 부장판사)는 최근 A씨가 잠실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증여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이 같이 판단했다. 
A씨는 2010년 12월부터 2011년 5월까지 부친에게서 총 12억여 원을 증여받았다며 세무당국으로부터 2020년 4월에 약 6억 7000만 원의 중여세를 추징당하자 이에 불복해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으나 기각되자 불복 소송을 냈다.

그는 세무당국이 증여분으로 보는 12억여원 중 9억 5000만여 원은 부친이 자기 지인들에게 빌려준 돈이고, 나머지 2억5000만여 원은 부친이 사업체 운영을 위해 지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2억 5000만 원 중 1억 1000만여 원은 실제로 부친이 사업 운영에 쓴 것이라 인정하고 이에 부과된 증여세는 취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A씨가 지인들에게 부친이 빌려준 돈이라고 주장한 9억 5000만 원에 대해선 증여받은 게 맞다고 판단했다. 부친의 계좌에서 지인들에게 돈이 전달된 것은 맞지만, 지인들이 약속어음에 관한 공증을 작성하며 수취인을 A씨로 표기했다는 것을 근거로 제시했다.

재판부는 "지인들이 부친으로부터 돈을 빌렸다는 취지로 확인서를 작성했기는 헸으나, 차용금 상환과 관련해 발행한 약속어음의 수취인이 A씨로 돼 있는 만큼 이들에게 전달된 돈은 A씨가 채권자로서 대여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성훈 기자 shpark@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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